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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차우김진기시집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김진기 (문학의전당,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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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책을 살 수 있는 대형서점이 곳곳에 생겼고 온라인 서점도 생겨났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밀려 한 때 그 효용성과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받았던 오프라인 서적들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이들이 여전히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없는 감성과 생각의 여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 시집은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를 치게하는 책입니다. 함축된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작가의 생각속에 빠져듭니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항상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 권의 시집은 그 번잡함에서 사람을 잠깐 벗어나게 합니다. 


저도 시집을 제대로 읽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시험을 보기 위해 시를 접한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집에 관심이 갑니다. 시집은 정보를 머릿속에 넣기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생각에 동화되는 것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편안하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김진기 시집 "차우차우" 였는데요. 시인의 이력이 특별했습니다. 시인은 신문기자와 방송국에서 문화부장을 역임한 후 은퇴를 한 2010년,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문학에 대한 정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의 시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을 관조하는 시각들이 곳곳에 묻어나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우리 삶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담담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를 등단하게 한 신춘문예 당선작 "차우차우" 역시 티베트 어느 사찰에 있는 차우차우 강아지를 소재로 그 강아지의 동선과 표정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내재 한 차우차우만의 기쁨과 슬픔, 회한이 함께 묻어남을 느낍니다. 


사실 차우차우는 중국을 대표하는 토종견입니다. 한 때 식용견으로 키워지는 수난도 있었지만, 지금은 애완견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일명 사자견이라 불리는 독특한 외모는 보는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차우차우가 고원지대, 그것도 인적도 별로 없는 고향과 멀리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의 어느 사찰에 있다는 건 견디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 차우차우는 이곳을 찾는 이들의 슬픔, 고행자들의 고통을 감싸주는 존재입니다. 성인이라 칭송받는 달라이 라마도 이 시에서는 마찬가지 존재입니다. 자신도 고향을 떠난 외로움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외로움을 이겨내고 끊임없는 수행으로 달관의 경지에 이른 수도자와 같다고 할까요? 


이 시에 등장하는 차우차우는 현대 사회에서 지친 사람들이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은 미지의 대상을 상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향이 보인다. 

달라이라마가 포탈라 궁을 버리고 망명길에 오른 이후 

그는 이곳으로 흘러왔다

호기심 어린 눈들이 발소리 지우면서 다가오면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듯 

괜찮다 괜찮다 가벼이 꼬리 흔든다


중략


얼어붙은 티베트 고원을 오체투지, 몇 달을 넘어온 장족이 

다리를 질질 끌고 도착할 때마다

차우차우 맨발로 뛰어 나간다


중략 


소문은 바람을 타고 먼저 왔는지

칠장사 차우차우가 도착하기 무섭게 라싸 차우차우들이 몰려나온다.  

부여잡고 얼굴 부비는 뭉클한 안부가 골목에 흥건하다. 



시인의 작품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이 시 외에도 이 시집에는 일상의 여러 현상과 일들을 관조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우리들의 삶을 옮겨놓은 듯한 작품들이 공감을 가져오게 합니다. 인터넷의 무한 정보에 지친 분들이라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시도 좋은 치유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차우차우와 같은 존재로 부터 뜻하지 않게 위로를 받게될수도 있습니다. 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 한 편 읽어보는 것도 겨울을 더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2월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시집을 보면서 어설픈 평론을 해보았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http://www.facebook.com/gimp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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