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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프로야구의 한 주를 여는 화요일, 올 시즌 처음 만난 롯데와 넥센은 타격 상승세의 팀들 간 대결답게 27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치열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양 팀 선발로 나선 롯데 장원준, 넥센 밴헤켄은 그 팀이 자랑하는 좌완 에이스였지만, 상대 팀의 뜨거운 방망이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선발 투수의 불안은 마운드 불안으로 이어졌다.

롯데 6개, 넥센 9개의 볼넷이 말해주듯 두 팀의 마운드는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엉성한 수비가 더해지며 경기는 혼전 양상으로 끝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 혼전의 결과는 넥센의 10 : 9, 9회 말 끝내기 승리였다. 넥센은 경기 초반 1 : 7까지 리드를 당했지만, 경기 후반 롯데 마운드 불안을 틈타 대 역전승에 성공했다.

넥센은 단독 1위 자리를 지켰고 팀 8연승에도 성공하며 3일 휴식 후 가진 첫 3연전의 출발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넥센 선발 밴헤켄은 4이닝 8실점의 시즌 최악의 투구로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팀의 승리로 이를 모면했다. 롯데는 경기  초반 타선의 집중력으로 크게 앞서나갔지만, 선발 장원준이 큰 점수 차 리드에도 5.2이닝 5실점의 부진한 투구를 했고 뒤이어 나온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아픈 패배를 당했다.

롯데는 붙박이 마무리로 돌아온 정대현이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해결 가능성을 보였던 불펜진의 고민이 여전함을 느끼는 한 판이기도 했다. 주말 3연전에서 행운이 깃든 위닝 시리즈를 가져오면서 찾아온 상승 분위기가 깨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한 일전이었다.

​(이젠 어색하지 않은 포수 로티노)

이렇게 한 주를 시작하는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린 승부에서 색다르지만, 이제 어색하지 않은 장면도 만날 수 있었다. 넥센 외국인 타자 로티노의 선발 포수 출전이 그것이었다. 로티노는 시즌 초반 좌익수로 주로 출전했지만, 최근 밴헤켄의 전담 포수로 ​베터리를 이루고 있다. 롯데전에서도 밴헤켄, 로티노 배터리는 가동됐다.

이전 두 경기에 멋진 호흡으로 팀에 승리를 안겨준 외국인 투수, 포수 조합은 기대와 달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제 포수 로티노 카드가 넥센의 중요한 필승 카드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로티노가 포수를 지키게 되면 넥센은 가장 공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넥센은 롯데 좌완 선발 장원준을 겨냥해 1번 서건창을 제외한 8명의 타자를 모두 우타자로 채웠다. 강력한 우타자로 구성된 넥센 타선에 장원준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없었다. 포수 로티노가 자리한 효과였다. 로티노는 밴헤켄과의 배터리로 8실점의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자신이 타석에서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크게 활약하고 경기 후반 포수에서 좌익수로 이동하는 멀티 플레이 능력으로 팀 승리에 다른 방면으로 기여했다. 

사실 로티노의 이런 모습을 기존에 그리고 올 시즌 외국인 타자의 트랜드와 거리가 있다. 각 팀은 외국인 타자 영입에 있어 우선 조건으로 일발 장타력을 우선시했다. 해마다 거포 부재에 시달리던 각 팀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거포들로 외국인 타자의 빈자리를 채웠다. 물론, 삼성 나바로와 한화 피에와 같이 다른 유형의 선수도 있지만, 이들 역시 장타 능력을 있는 선수다.

로티노는 거포군단 넥센에서 보면 장타력에서 크게 밀리는 선수다. 그간의 경력에서도 타 팀 선수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그가 영입 당시 주목받은 것은 멀티 수비 능력이었다. 투수를 제외하며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넥센으로서는 부족한 백업 층을 보강하고 선수 기용폭을 넓힐 수 있는 카드로 그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넥센이 외국인 타자의 통상적인 기대치를 포기한건 아니었다. 넥센은 시즌 초반 로티노를 좌익수겸 3번 타자로 주로 기용했다. 경험이 많은 타자인 만큼 넥센 타선에서 조금 부족한 타선의 정교함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시즌 개막전 로티노는 만만치 않은 타격과 수비 능력으로 넥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로티노는 타격부진과 함께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하며 한때 주전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일까지 있었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눈에 띄는 가운데 로티노는 분명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로티노를 살린 건 그의 사용법을 재정립한 넥센의 맞춤 기용에 있었다.

 

​(하위 타선을 뜨겁게 하는 로티노)

넥센은 우선 그의 타순을 하위타순으로 조정해 부담을 덜어주었다. 외국인 타자의 고정관념을 깬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장타력을 떨어지지만 로티노는 8, 9번 타순에서 4할이 훨씬 넘은 타율로 하위 타선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카드가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넥센은 숨겨왔던 포수 로티노 카드도 꺼내들었다. 마침 주전 포수 허도환이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백업 포수 박동원 역시 실망스런 플레이로 신뢰를 잃었던 시기였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밴헤켄의 등판에 맞혀 로티노를 주전 포수로 기용했다. 모험과도 같은 시도였다. 경기를 넓게 보고 흐름을 읽어내는 시야가 필요하고 선수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포수 자리에 외국인 선수 기용은 위험부담이 컸다. 하지만 로티노는 밴헤켄과 좋은 조화를 이뤘다. 같은 외국인 선수로 서로 간 의사소통이 원할하다는 점은 강점으로 작용했다. 포수로 나서는 경기에서 타격도 좋은 감각을 유지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기 후반 외야수 기용한 가능한 포수 로티노는 넥센 상승세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를 통해 넥센은 주전 포수 허도환에게 간간이 휴식을 줄 수 있게 되었고 대타, 대주자 활용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로티노 역시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었다. 최근 경기에서는 한결 더 자신감이 붙고 팀원과도 잘 융화되는 모습이다. 로티노의 성공적인 안착은 외국인 타자의 영입에 있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게 할 수 있다. 

포지션 중복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거포형 외국인 타자 영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팀 사정에 맡는 선택도 필요함을 로티노는 최근 활약으로 보여주고 있다. 3할을 훨씬 상회하는 타격과 포수, 외야수비가 가능한 장점은 홈런포를 장착한 거포 외국인 타자와 비교해도 팀 기여도가 결코 낮지 않다. 로티노가 지금의 활약을 계속 이어갈지 여부는 외국인 타자 영입의 또 다른 흐름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blog.naver.com/youlsim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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