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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시작 전부터 구단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결국 팀을 떠났다. 형식은 자신 사퇴였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한화 감독을 끝으로 김성근 감독의 프로야구 감독으로서의 이력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성근 감독이 떠나면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감독은 외국인 힐만 감독이 자리한 SK를 제외하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로 채워졌다. 김성근 감독의 퇴장은 프로야구 1세대의 퇴장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지도자로서 프로야구의 초석을 쌓았던 감독들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팬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인 한화 구단의 영입제의를 받아들여 한화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SK를 떠난 이후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재직하는 등 야인으로 머물러 있었다. 능력은 인정을 받는 그였지만, 프로구단 어디에서도 영입 제안을 받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새로운 감독이 필요한 팀이 나타나면 후보로 거론됐지만, 끝내 그는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맡겨야 하는 부분이 항상 걸림돌이 됐다. 최근 프런트 야구가 점점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는 시점에 김성근 감독의 영입은 구단 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룬 그동안의 결과물들은 김성근 감독을 영입리스트에서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하는 요인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전성기는 SK 시절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SK에서 3번의 우승을 달성하는 등 영광의 시간을 보냈다. 김성근 감독은 그 전까지 약팀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드는 데 있어 상당한 능력을 보였다.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아 SK를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는 압도적인 강팀으로 만들어냈다. 


그의 야구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엇갈렸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이에 근거한 팀 운영은 상당한 결과를 가져왔지만, 과정에 대한 비판이 따랐다. 구단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그의 팀 운영 방식은 지나치게 독선적으로 보였다. 김성근 감독하면 함께 따라붙는 투수들에 대한 혹사 논란과 무리한 훈련, 등은 그를 비판하는 중요한 소재였다. 여기에 모든 경기에 승리하려는 듯한 그의 경기운영 방식 또한 타 팀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았다. SK가 최강팀으로 굴림하던 당시 SK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이같은 비판을 잠재웠다. 


이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SK와 김성근 감독의 관계는 파국으로 마무리됐다. 2011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은 전격 결질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SK는 김성근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던 당시 분위기에서 그의 경질은 SK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다수의 SK 팬들은 구단을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후임으로 부임한 이만수 감독은 상당한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했다. SK는 팀 운영에 있어 프런트 역할을 강조하는 변화를 원했다. 


하지만 그가 SK를 떠나는 과정에서 구단의 처사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승이라는 영광 뒤에 가려졌던 구단과 김성근 감독의 누적된 갈등이 순간 폭발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우승 감독에 대한 예우가 없었다. 어쩌면 구단 운영과 관련해 쌓였던 갈등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렇게 명암이 엇갈린 SK 감독으로서의 이력은 프로야구 감독으로 다시 현장에 복귀하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이 됐다. 특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의 팬들은 그의 감독직은 강력히 원했지만, 어느 구단도 쉽게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는 전격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다. 


수 간 최하위권 머물고 있었던 한화는 그가 원하는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손에 쥐여줬다. 한화 감독이 된 김성근 감독은 부임 즉시 강훈련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코치진 구성도 그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졌고 1, 2군 선수 관리의 모든 권한은 그가 가졌다. 한화 구단은 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하며 김성근 감독을 측면 지원했다. 그만큼 한화는 하위권 탈출이 절실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원하는 상위권 도약을 이루지 못했다. 한화는 이전보다 훨씬 끈질기고 투지 넘치는 팀이 됐고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거듭 실패했다. 김성근 감독은 가용 선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성과를 내려 했지만, 결과는 원하는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화는 2015, 2016시즌 최하위 권을 탈출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도 뛰어들 정도의 팀이 됐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투수 혹사 문제와 비상식적인 선수단 운영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막대한 투자에도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김성근 감독에게 주어졌던 권한을 축소했다. 애초 경질설까지 나왔지만, 한화구단은 그에게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신임 박종훈 단장의 부임 이후 김성근 감독의 역할은 1군에 한정됐다. 1, 2군 선수를 모두 아울렀던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변화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코치진 구성이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프런트가 이를 주도했고 선수 훈련 등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한화는 최근 추세인 프런트야구를 강화했다. 이는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변화였다. 구단과 김성근 감독의 갈등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 폭탄이었다. 


이 갈등은 시즌 초반 폭발했고 김성근 감독과 한화는 시즌 도중 등을 돌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구단과 김성근 감독은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자진 사퇴라는 발표와 달리 한화 구단이 김성근 감독을 등 떠밀어 내보내는 모습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애써 섭섭함을 감추는 모습이었다. 한화의 구세주로 여겨지며 화려하게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했던 김성근 감독은 또 다시 결징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그의 퇴장과 함께 프로야구는 구단  프런트 중심으로 야구가 확실히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이제 감독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구단은 더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그 흐름에 밀려 떠나는 노 감독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찬사와 비판을 함께 받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뜨거웠고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야구를 한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것이 지나쳐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비판까지 받았고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를 구시대 인물로 폄하하기에는 감독으로서 이룬 성과가 상당했다. 이제 그를 현장에서 볼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김성근 야구에 대한 팬들의 기억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비판적이든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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