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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 중순, 롯데가 깊은 부진에 빠져들었다. 롯데는 지난주 KIA, 넥센으로 이어지는 6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 전 주 상위권 팀 두산과의 주말 3연전 위닝 시리즈로 상승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던 롯데는 팀 6연패와 함께 7위 자리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제 롯데는 6위 넥센에 5경기 차로 벌어진 승차보다는 1경기 차로 롯데를 추격하는 한화의 상승세를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전 부진이 투.타에서 걸쳐 전방위적으로 퍼져있다는 점이다. 마운드는 선발 투수 박세웅을 제외하면 사실상 붕괴 수준이고 타선 역시 상.하위 타선의 극심한 불균형과 함께 팀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4번 타자 이대호의 부진이 맞물며 힘을 잃었다. 

외국인 선수들은 현재 부상과 부진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고 있고 팀 분위기를 바꿔 줄 내부 선수 자원도 빈약하다. 이런 팀 분위기를 다독이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코칭스태프 위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는 경기 출전 명단 제출 실수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만들며 야구 팬들에게 선발 투수가 4번 타자로 나서는 진기명기 장면을 제공하기도 했다. 




6월 18일 넥센전에서 롯데는 연패 탈출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머물러있었던 외국인 투수 레일리를 콜업해 선발 투수로 등판시켰고 엔트리에도 변화를 주었다. 전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했던 내야수 김동한을 문책성 교체했던 롯데는 그를 2군으로 내리고 2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외야수 김주현을 콜업했다. 김동한 개인에게는 가혹산 일일 수 있었지만, 롯데는 선수단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충격 요법도 별 소용이 없었다. 롯데 선발 투수 레일리는 초반 넥센 타선을 잘 막아냈지만, 4회부터 난타당했고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조정기를 거쳐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른 레일리였지만, 그의 복귀전 기록은 4.1이닝 6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초라했다. 순간 집중타를 허용하며 무너지는 현상은 복귀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선발 레일리에 이어 큰 점수차에도 주력 불펜 투수들을 연이어 마운드에 올리며 승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벤치의 이러한 의도를 마운드의 투수들은 따라주지 못했다. 롯데는 선발 투수로 새롭게 보직을 변경한 김유영을 포함해 윤길현, 장시환, 이명우, 박진형까지 차례로 마운드에 올려지만, 이들 모두 실점하며 벤치의 의지를 무색하게 했다. 결국, 마무리 손승락까지 마운드에 올린 롯데였지만, 그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넥센의 득점은 14점이었다. 지난주 팀의 연패로 마운드 등판 기회가 없었던 손승락은 8회 말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지만, 의미 없는 호투였다. 

마운드의 붕괴는 타선에서 영향을 주었다. 주말 3연전 내내 부진했던 팀 타선은 6월 18일 경기에도 그 흐름이 이어졌다. 넥센의 선발 투수는 그들의 선발 카드 중 가장 약한 금민철이었지만, 롯데 타선은 그에게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하도록 배려(?)했다. 금민철은 5이닝 동안 4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구멍난 선발 로테이션을 메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금민철은 시즌 2승째를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넥센은 큰 점수 차로 앞서자 하명민, 오주원, 김성민으로 마운드 운영을 하면서 주력 불펜진에 휴식까지 줄 수 있었다. 롯데는 전날 프로데뷔 첫 1군 경기에 등판한 넥센의 신인 투수 박승주에게 첫 등판경기 세이브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날 선발 등판한 넥센 외국인 투수 밴헤켄 역시 최고의 투구로 부진 탈출을 가능성을 찾았다. 해당 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한 것도 있지만, 롯데 타선의 침체가 분명 큰 영향을 미친 경기들이었다. 

이렇게 롯데는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던 넥센에 주말 3연승을 모두 내주며 그들의 중위권 추격에 힘을 보태주고 말았다. 여기에 롯데는 어떤 해법도 팀 침체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경기에 열린 고척돔을 찾은 롯데 원정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부상 재활 중인 내야수 문규현과 외국인 타자 번지의 복귀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그들이 이전 좋았을 때 모습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 레일리, 애디튼 두 외국인 투수 역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도 당장은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됐다. 

이런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일신할 트레이드에 대한 움직임도 없다. 조원우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은 매 경기 타순 변경과 함께 마운드 운영의 원칙까지 깨며 부진 탈출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롯데 팬들의 강한 비난에 직면할 상황이다. 

지금 롯데의 분위기는 지난 시즌 여름, 급격히 팀이 내리막을 걸은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 시기도 오히려 더 일찍 찾아온 느낌이다. 이대호 영입으로 큰 기대감 속에 시즌을 시작했던 롯데였지만, 그 효과는 순간이었고 이제는 7위 더 밑으로의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현재로서는 부진에서 벗어날 해법이 보이지 않고 기존 선수들의 심기일전 외에는 기대할 곳이 없는 롯데의 상황이다. 

롯데는 이번 주 kt, 두산과 원정 6연전을 앞두고 있다. kt는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고 두산 역시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롯데가 해볼 만한 상대들이지만, 이들 역시 최근 내림세에 있는 롯데는 상대로 더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주말 3연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말 넥센전을 시작으로 한 긴 수도권 원정이라는 점은 선수들의 피로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반전이 필요한 롯데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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