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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포함 34안타 16개의 사사구,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16명,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연장 혈투의 승자는 롯데였다. 롯데는 6월 26일 자정을 넘긴 연장 승부에서 12회 말 전준우의 안타에 이어진 상대 외야수의 끝내기 실책에 편승해 11 : 10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3연승에 성공했고 연장 11회 초 팀의 10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 강동호는 행운의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2승을 쌓았다. 

LG는 5 : 5로 맞서던 연장 10회 초 이천웅의 만루 홈런과 이어진 정성훈의 적시 안타로 10 : 5로 앞서며 승부의 종지부를 찍는 듯 했지만, 10회 말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 12회 말을 버티지 못하고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연장 10회 말 마운드에 올라 위기를 잘 넘겼던 LG 베테랑 불펜 투수로 이동현은 야수 엔트리 소진으로 연장 12회 말 타석에까지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역투했지만, 연장 12회 말 끝내기 득점을 허용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경기 결과는 접전이었지만, 양 팀 모두 경기 내용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실책과 사사구, 병살타, 폭투 등 좋지 승부처에서 좋은 않은 장면을 공유했고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서로 놓치면서 어려운 승부를 자초했다. 마치 과거 양 팀이 하위권을 전전할 때 맞대결에서 난전을 거듭하면서 붙여졌던 엘꼴라시코를 재현하는 경기였다. 




특히, 롯데는 패했다면 그 후유증이 상당할 수 있었다. 롯데는 가용 불펜 자원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었다. 선발 투수 송승준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롯데는 일찍 불펜을 가동했고 이후 사실상 내일이 없는 경기를 했다. 5명의 불펜 투수로 경기를 마친 LG와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롯데의 승리를 향한 의지는 상당했다. 

하지만 경기는 롯데의 의지와 달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롯데는 경기 초반 LG 선발 투수 차우찬의 실책에 따른 행운의 2득점, 강민호의 솔로 홈런을 더해 3 : 1 리드를 잡았지만, 4회 초 3루수 황진수의 실책으로 시작된 위기를 선발 투수 송승준이 막아내지 못하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송승준은 좋은 구위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4회 초 급격히 흔들렸고 이닝을 끝내지 못한 채 마운드를 물러났다. 

이후 롯데는 김유영, 박시영 두 불펜 투수가 마운드를 안정시켰지만, 타선이 한 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답답함으로 가득한 시간만 흘러갔다. 롯데의 추격이 주춤하는 사이 LG는 8회 초 롯데의 불펜 투수 윤길현으로부터 추가 1득점하며 승리를 확정하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킨 건 롯데 강민호의 홈런이었다. 8회 말 강민호는 동점 2점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6월 들어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포를 때려내고 있었던 강민호는 결정적 홈런 2방으로 영양가 만점의 3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경기는 롯데가 흐름을 주도했지만, 결정타가 나오지 않았다. 롯데는 9회 초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 손승락을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막고 9회 말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4번 타자 이대호의 병살타로 공격 흐름이 끊어졌다. 이대호는 3회에 이어 한 경기 2번의 병살타로 4번 타자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롯데는 끝내기 기회를 놓친 데 이어 뜨거운 타격감을 보였던 주전 포수 강민호가 무릎 이상으로 경기에서 빠지는 악재가 겹치면서 불안감을 더했다. 이는 10회 초 수비에서 현실이 됐다. 10회 초 LG는 4안타 사사구 3개를 묶어 5득점하며 멀찍이 롯데를 따돌렸다. 롯데는 배장호, 노경은 두 베테랑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들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의 10회 초 5득점으로 롯데 홈구장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홈 관중들은 귀가를 위해 경기장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프로야구 중계를 보던 팬들도 상당수 채널을 돌리거가 TV를 끄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0회 말 롯데는 10회 초 LG와 마찬가지로 4안타 사사구 3개를 묶어 5득점하며 경기를 다시 원점을 돌렸다. 승리를 확신했던 LG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롯데는 극적 동점에는 성공했지만, 이어진 득점 기회를 병살타로 날리면서 연장 승부를 끝내지는 못했다. 결국, 승부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선수들도 관중들도 모두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 무승부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12회 말 롯데의 마지막 공격에서 승패가 엇갈렸다. 

11회와 12초 실점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롯데는 12회 말 볼넷과 몸맞는공으로 잡은 득점 기회에서 전준우의 적시 안타에 이어진 LG 중견수 안익훈의 실책으로 결승 득점에 성공했다. 안익훈은 지나치게 주자를 의식하며 서둘렀고 자신의 앞으로 온 안타 타구를 뒤로 흘리고 말았다.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양 팀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승부의 끝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롯데는 승리했지만, 마운드 소모가 극심했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선발 투수 애디튼, 레일리가 남은 LG와의 주중 3연전에 선발 등판해야 함을 고려하면 이번 한 주간 불펜 과부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기적의 역전승으로 상승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롯데였다. LG역시 불펜 소모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승리를 눈앞에 둔 경기를 놓치면서 체력 소모와 함께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롯데와 LG는 승패를 떠나 심각한 소모전과 함께 힘겨운 한 주를 예약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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