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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사태와 긴장된 남북 관계, 여러 흥행 악재가 겹치면서 힘겹게 개최를 준비하는 평창 동계 올림픽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그 중심은 역시 북한의 전격 참가 결정이었다. 북한은 단순한 선수단 출전을 넘어서 예술단과 응원단 등 대규모 인원을 올림픽에 참가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올림픽 기간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커졌고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도도 한층 높아졌다. 이는 긴장 국면에 있어 남북 관계의 긍정 변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도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남북이 합의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애초 피겨 단체전이나 봅슬레이 등 여러 종목에서 그 가능성이 논의됐지만, 촉박한 시간에 선수 구성이 쉽지 않았고 그 대안으로 결정된 것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었다. 

아이스하키는 몸싸움이 심하고 체력 소모가 극심한 탓에 선수 교체가 빈번한 종목이다. 선수 교체도 조를 이루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단일팀을 추진하는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 중 일부가 단일팀에 합류하는 형식이라면 기존 대표 팀 선수들 중 일부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전에 풀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엔트리 확대 문제가 먼저 해결되야 한다. 기존 대표 팀 선수들의 엔트리 탈락을 막기 위해 남북 단일팀의 엔트리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IOC 및 국제 연맹, 상대 팀들의 양해가 필요하다. IOC는 평화올림픽이라는 명분에 이를 허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에는 위배되는 일이다. 





당장 상대팀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혹자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수준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단일팀의 엔트리를 늘리는 것이 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하지만, 결과는 떠나서 남북 단일팀에 대한 특혜인 건 분명하다. 올림픽의 정신이 인류의 화합,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대의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팀에서 일종의 핸디캡 매치를 강요하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개최국으로서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귀화 선수들을 대표팀에 포함시켜 단기적인 경기력 향상을 도모했고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했다. 해외 전지훈련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그 결과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남자 아이스하키보다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오랜 노력과 함께 홈팀의 이점을 살려 아이스하키 변방 국가의 반란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경기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급하게 이루진 탓에 기존 선수들과 북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술을 만들 시간이 사실상 없다. 북한 선수들만으로 경기 조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경기력의 연속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올림픽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준비했던 선수들로서는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 조직력에 균열을 가져온다면 경기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또한, 갑작스러운 결정에 따른 남북 선수들의 융화 문제와 언론의 극심한 취재 경쟁은 선수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경기보다는 경기 외적인 요소에 대표팀이 흔들리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 대의명분을 위해 대표팀에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서 대표팀의 경기력과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다소 뒤로 밀린 느낌이다. 

물론, 선수들에게 남북 단일팀 멤버가 된다는 건 큰 영광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의 일원이 된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의 의미를 더할 수도 있고 평화 올림픽의 상징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기도 될 수 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에는 더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대규모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그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 드는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여자 아이스하키도 그 길을 갈 가능성은 상존한다.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이후 저변을 넓힐 계기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 

분명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시간이 촉박하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성이 된다 해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것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우선 기존 대표 팀 선수들의 권리가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명분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명분을 힘을 잃는다. 이를 위해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  대표 팀 감독의 권한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구색 맞추기에 연연해 대표 팀 운영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표 팀을 흔드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런저런 문제가 상존하고 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지만, 남북 단일팀 구성은 분명 의미가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대규도 단체종목이 아이스하키 외에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불가피한 선택을 한 이유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흥행을 위한 카드나 어떤 목적을 위한 보여주기식 남북단일팀이라면 득보가 실이 더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 : 평창올림픽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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