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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예상대로 예선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예선 3차전 홍콩전에서 21 : 3의 대승을 하긴 했지만, 경기 중반까지 접전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전력 소모가 많았다. 하루 휴식 후 결승 진출의 중요한 고비가 될 일본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결과였다. 

홍콩은 대회 참가에 큰 의미를 두는 팀이었고 사실상 동호회 수준이라 해도 될 만큼 수준차가 상당한 팀이었다. 선발 투수 직구 시속이 120킬로 정도로 배팅볼을 때리는 기분이었고 공. 수에서 허술함이 여기저기 보였다. 대표팀으로서는 백업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고 마운드 운영 역시 편안하게 할 수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경기는 5회 콜드게임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9회까지 이어졌다. 홍콩은 대패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패배였다.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대표팀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대표팀으 로서는 승리하고도 찜찜함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다. 실업리그 선수들의 대부분인 대만전 졸전으로 체면을 구기 대표팀은 그 분위기를 완전히 추스르지 못한 채 외나무다리 대결을 하게 됐다. 1패만 더 한다면 금메달 목표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선전 졸전이 남은 경기에 좋은 보약이 될 여지도 있지만, 여러 상황들이 대표팀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일단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다. 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금메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가 대표팀에 대한 응원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금메달의 명예와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보다는 병역 혜택이라는 이해관계에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이 불러온 무리수였다. 이는 해당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에도 결코 좋을 리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 라이벌 팀 일본과 대만이 사회인 야구팀과 실업리그 팀들을 주축으로 팀을 구성하면서 금메달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당연한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졌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도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전제가 있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는 강했다. 

첫 경기 대만전에서 대표팀은 실업 리그에서 선발된 대만 3명의 투수에 고전했다. 생소한 구질에 분석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상당한 경기 경험을 축적한 대표팀 타자들이라면 빠른 적응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한 타순이 돈 이후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 내내 대표팀 타자들의 방망이는 무디기만 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큰 스윙으로 일관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승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필요했지만, 각 팀의 중심 타자 역할을 한 선수들의 역량을 믿었던 것이 패착이 됐다. 

대만전 패배로 경기 일정이나 향후 2차 예선 라운드에서 1패를 안고 시작하게 되면서 대표팀의 부담감은 한 층 더 커졌다. 여기에 2차 예선 라운드 첫 상대인 일본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금의 침체한 분위기에서 대만보다 한 차원 높은 일본 투수들의 공을 공략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일부 선수들의 장염 증세로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대표팀을 두고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언론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프로 정예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당연히 선동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야구팬들 역시 기형적 타고투저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KBO 리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비안과 안타까움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나마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비난 여론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다. 문제는 타선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일지 여부다. 현재 대표팀은 1번 타자로 고정된 이정후 외에는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다고 할 수 없다. 박병호를 비롯한 중심 타선의 폭발력도 기대 이하다. 타순의 조정 등 과감한 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컨디션에 따른 라인업 운영을 해야 한다. 멀티 자원이 부족하는 등의 문제가 핑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사명감을 되찾는 일이다. 한참 체력적으로 힘든 시점에 모든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수준이 떨어지는 팀들을 상대로 이겨도 본전인 경기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한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가지고 있는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대표팀의 당면 과제다. 다른 여러 문제들은 결과를 얻어낸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당장은 한일전 승리가 중요하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의 주축이지만, 나름 상당한 준비과정을 거쳤고 프로 리그에 당장 통할 수 있는 선수들의 다수 보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결과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수준차가 있었지만, 예선리그에서 경기 내용도 좋았다. 지금 대표팀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대지만, 대표팀은 금메달의 목표를 위해서는 향후 득실률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리 그 이상의 결과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예선리그 부진한 경기력이었지만, 충분히 적응력을 높였고 정신 무장도 새롭게 했다는 점은 대표팀에 긍정 요소가 될 수 있다. 일본전 승리는 앞으로 일정에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표팀에 돌아선 응원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 수도 있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남은 경기에서 그들에게 드리워진 불안감이라는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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