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되살아난 가을 야구 DNA, KS 문턱 다다른 SK

와일드카드전, 준 플레이오프전을 거치며 이어졌던 넥센의 상승세가 SK의 벽에 막혔다. SK는 넥센의 상승세를 잠재우며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선점했다. 정규리그 2위 SK는 홈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었다. 넥센은 1, 2차전을 통해 마운드의 필승 카드를 모두 소진하는 총력전으로 맞섰지만, 모두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SK 연승의 원동력을 베테랑들의 힘이었다. 더 상세히 분석하면 과거 SK가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시절 주역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당시 포스트시즌, 가을만 되면 힘을 내던 선수들의 이제는 베테랑이 되어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마운드에서는 1차전 선발로 나선 김광현이 돋보였다. 김광현은 6회까지 3실점으로 상승세의 넥센 타선을 막아내며 선발 투수 대결에서 넥센 에이스 브리검을 압도했다. 7회 초 2점 홈런을 허용하며 그의 실점이 5점으로 늘었지만, 1차전 선발의 중압감에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등 변수가 있었음에도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는 투구를 해주었다. 

SK 베테랑들의 활약은 타선에서 더 돋보였다.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노수광을 대신해 1번 타자로 나선 외야수 김강민은 1차전과 2차전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포로 강한 1번 타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강민은 FA 계약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난 상황이었다. 올 시즌 역시 김강민은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과거 기량을 회복한 김강민은 SK가 정규리그 2위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 수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김강민의 활약과 함께 SK는 올 시즌 후반기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중심 타자 최정이 연 이틀 홈런포를 가동하며 홈런 공장장의 면모를 되찾았다. 최정은 1차전 선제 솔로 홈런에 이어 2차전에서는 승부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는 한 방으로 후반기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 

김강민, 최정이 상위 타선에서 돋보였다면 하위 타선에서는 유격수 김성현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성현은 1차전 5회 말 넥센의 필승 불펜 안우진으로부터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승부의 균형을 SK 쪽으로 돌려놓았다. 김성현의 활약은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후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주전 2루수로 자리한 강승호의 4안타 활약과 하위 타선에서 공격의 활로를 확실히 열어주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이런 베테랑들의 활약에 있어 화룡점정은 가을이면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던 박정권이 찍었다. 박정권은 8 : 8로 맞서던 1차전 9회 말 공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려내며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박정권의 과거 SK가 최강팀으로 자리했던 시절 포스트시즌 가장 돋보이는 선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존재감이 점점 잊혀지고 있었다. 

올 시즌 1군에서의 경기 출전수는 14경기에 불과했고 타율 역시 1할대로 극히 부진했다. 성적만 본다면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마저 불투명했던 박정권이었다. 어쩌면 박정권은 올 시즌 이후 은퇴를 심각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K는 그의 경험이 필요했고 박정권은 팀이 가장 필요할 때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그의 끝내기 홈런을 더 극적이었다. 

만약, SK가 1차전 승리를 내주었다면 넥센의 상승세에 시리즈 전체가 지배당할 수 있었다. 박정권의 홈런은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가져오는 한 방으로 그 가치가 컸다. 1차전 승리로 분위기를 선점한 SK는 2차전 선발투수 켈리의 갑작스러운 몸 이상과 교체에도 불펜진이 호투하고 그들의 장점이 홈런포로 필요할 득점을 추가하며 5 : 1로 낙승했다. 1차전에서 3 : 8의 열세를 8 : 8로 동점으로 만들어내며 강한 뒷심을 보였던 넥센은 그 경기를 끝내기 홈런포로 허무하게 내주면서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았다. 이는 팀 타선의 침체로 연결되면서 쉽게 2차전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은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SK는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경기를 잘 풀어주었지만, 넥센은 중심 타자 박병호를 비롯한 베테랑급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다.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활약했던 젊은 선수들도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SK는 베테랑들의 활약을 앞세워 플레이오프를 조기에 끝낼 기회를 잡았다. SK가 3차전으로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한국시리즈로 향한다면 경기 감각 유지와 함께 체력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나름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는 두산이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통해 베테랑들이 되살린 SK의 가을 야구 DNA가 그 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된다면 보나 마나한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깰 수도 있다. 넥센 역시 그런 SK의 바람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SK의 기세가 플레이오프를 지배하고 있는 건 분명한다. 


사진 : SK와이번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