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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인기 맛집과 해외여행지, 누구나 셰프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쿡방 등 화려한 화면과 빠른 전개로 가득한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느리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 찾아왔다. 중견 배우 김영철이 1인칭 시점으로 우리 주변의 삶을 걸어서 탐방하는 다큐 형식의 여행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그 프로그램이다. 

1회에서는 마포구 성산동과 망원동을 돌아보았고 2회에서는 지금은 창원에 속한 마산의 합포구를 찾았다. 이곳은 과거 우리나라가 한참 산업화에 올인하던 시기, 수출자유지역으로서 수출항으로 큰 역할을 하던 마산항, 그 마산항을 중심으로 대형 방직 공장이 들어서고 섬유 산업이 발전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섬유 산업이 쇠락하고 과거의 영화를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산하면 먼저 떠오르는 마산항의 바다 풍경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 여정은 새벽 어시장의 분주함과 함께하는 이들을 만났다. 새벽 경매시장 속에서 마산의 특산품이라 할 수 있는 아귀도 만날 수 있었다. 마산 어시장은 자판 시장이 아직도 남아있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각각의 가게는 일정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오랜 세월 이곳에서 함께 한 상인들은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었다. 






누구보다 일찍 일상을 시작하는 시장의 풍경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여정,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또 다른 풍경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찻길을 따라 조성된 공원은 시내 중심부로 과거 이어졌다. 기찻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가, 시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렸던 기차의 모습까지 마산의 기찻길을 이곳을 역사와 함께 했다. 

이 풍경과 함께 마산에는 고려 몽고군의 침략기, 몽고군이 머물며 이용한 것이 유래되어 이름이 정해진 몽고정이라 불리는 오래된 우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곳은 최근까지도 식수로 사용되었다. 몽고정은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이 몽고정 물로 만들어진 간장은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간장 브랜드로 이어지고 있다. 

수백 년 전의 역사를 지나 발걸음은 마산 시내로 향했다. 그곳에서 지금은 산업화 관광지로 유명해진 마산 합포구 창동에서 1970년대 산업화 시대 영화를 간직한 동네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과거 수출의 전진기지로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었던 마산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력 넘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상당수는 젊은 여성들이었다.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계를 위해 낯선 이곳에 모여들었던 여성들은 산업역군이라 불리며 저임금에 가혹한 노동 조건에도 열심히 일했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힘든 삶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때의 여성 근로자들이 지금은 중년이 되어 과거의 일들을 즐거웠던 추억으로 회상하고 관광 해설사로 나서며 당시의 삶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산업화의 흔적을 지나 발걸음을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취급하는 카메라 가게를 향했다. 과거 부친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어받는 가게의 주인은 큰 사명감을 가지고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진행자는 그곳에서 필름 카메라를 빌려 동네 여행을 계속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마산의 이모저모를 담아 가며 계속된 여행, 과거의 필름 카메라로 담아내는 지금 마산의 풍경은 묘한 조화를 이뤘다. 

여정은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킨 수제 양장점, 마산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는 빵집을 지나 마산의 풍경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산동네로 이어졌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는 이 산동네에는 힘들었던 시기 이 산동네에서 거친 삶을 견뎌내며 자식들을 장성시킨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들은 외롭고 쓸쓸할 수 있는 삶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작은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70, 80년대 가족들을 위해 더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 이 동네는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로 불리며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과거를 추억하는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여타 벽화마을같이 외지인들에게 신기함의 대상이자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장소로 소비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오랜 기간 이 산동네를 지킨 이들의 삶이 보다 더 행복해져야 하기에...... 

산동네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마산 시내의 야경을 뒤로하고 여정은 마산 시내 옷 수선 골목으로 거리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재봉틀로 매일 수십 벌의 옷을 수선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이곳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찾는 지역의 또 다른 명소였다. 이들은 많은 옷감에서 나오는 먼지 탓에 가게 앞에서 재봉틀을 두고 있었다. 겨울의 찬 공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에서 숙연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마산 합포구에서의 여정은 새벽에서 늦은 밤까지 쉼 없이 동네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우리가 잘 아는 명소나 관광지도 없었고 눈길을 끄는 것들이 없었지만,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모습에 자꾸만 빠져들었다. 이제는 멀리 있는 여행지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는 과거만을 추억하는 것에서 벗어나 미래의 희망도 발견하는 동네 여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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