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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범한 우리 프로야구는 그동안 수 많은 시건과 기록들을 남겼습니다.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역사과 전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각종 통산 기록들도 이제는 의미있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가치도 크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만들어낸 선수들 역시 레전드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을 보는 시선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프로야구에서 통산 기록을 쌓아가야할 노장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대우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위해서 성적대비 높은 연봉 때문에 코칭스탭과의 관계 설정 문제 등으로 팀으로부터 암묵적인 은퇴를 종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이 선수들의 아쉬움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상 선수가 부족하다고 하는 구단들이지만 노장 선수들에게 기회조차 제공치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최근 각 구단들의 경향 역시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연봉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그들이 지닌 보이지 않는 가치가 무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노장 선수은 초라한 뒷 모습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접어야 합니다. 화려한 은퇴식을 갖고 은퇴하는 선수들 역시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경쟁에서 밀려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아쉬움은 더할 것입니다. 물론,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맨십에는 부합되는 경우가 아닐 것입니다.

KIA의 살아있는 레전드 이종범은 앞선 예와 달리 끝임없는 경쟁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나 과거와 같은 장타력과 빠른 발을 보여주지 못하고 수비에서도 종종 타구를 못 따라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는 KIA에서 1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동계 훈련에도 그는 당당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종범은 KIA의 전신 해태 시절부터 팀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습니다. 천재성을 지닌 공수주를 모두 갖춘 유격수로 빛나는 성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해태의 전성기 시절 이종범은 항상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공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타격능력은 정면 승부를 어렵게 했고 지나친 견제로 출루시키면 엄청난 도루 능력으로 내야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내무대가 좁았던 이종범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본리그에 진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자금난으로 선동렬과 이종범, 당대 최고 선수들을 잃은 해태의 무적 신화역시 허물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주니치에서 선동렬은 나고야의 태양, 이종범은 바람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들으면서 팀의 주축선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종범의 성공시대가 일본에서도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에게 엄청난 시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몸맞는 공에 의한 큰 부상은 이종범의 전성기를 단축시켰습니다. 좋은 흐름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과 경기 공백은 일본에서의 활약을 이어가기 힘들게 했습니다. 그 사이 경쟁자들에게 밀리면서 이종범은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백업요원으로 그 위상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한국 최고 선수에게 굴욕적인 일이었습니다.

일본에서의 활동이 지지부진하던 시긴 이종범은 해태를 인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던 KIA행을 선택했습니다. 바람의 아들이 다시 복귀한 것입니다. 최전성기를 지났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은 이종범은 녹슬지 않는 기량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예전과 같은 화려한 플레이는 줄었지만 해마다 3할 타율과 두자리수 홈런, 만만치 않은 도루 능력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이종범은 기록과 함께 팀의 정신적 지주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베테랑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습니다. 그가 가지는 상징성은 해태를 이어 받은 KIA의 지역 팬들과 융합하는데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종범은 해태와 KIA를 이어주는 선수이기도 했고 프로야구의 한 세대를 이어가는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쌓아가는 기록들은 프로야구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그도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30살을 넘긴 이종범은 점점 그 기량의 쇠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05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그의 타격 성적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자연히 경기 출장수와 타석수의 감소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자리는 다른 선수들이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봉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선수가 된 것입니다. 다른 노장 선수들과 같이 선수생활 지속에 대한 위기로 나타났습니다.

한 때 KIA는 이종범의 은퇴를 종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역시 이런 흐름속에 휩쓸려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것은 팬들의 큰 성원이었습니다. 팬들은 이종범의 선수생활 연장을 강력하게 원했고 이는 구단에 큰 부담이었습니다. 결국 KIA는 이종범에 대한 은퇴 압력을 중단하고 그에게 경쟁의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이종범은 더 이상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백업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야와 외야 누수가 발생할때마다 이종범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그의 팀에 대한 헌신과 노련한 리더십은 KIA가 2009년 시즌 10번째 우승을 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종범은 그 우승자리에서 중심선수로 당당히 그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역설적으로 KIA의 10번째 우승은 또 한번 이종범의 선수생활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팀의 영광과 함께 아름답게 떠나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종범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선수생활 연장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이종범은 연봉삭감을 받아들어여야 했습니다. 포지션 경쟁에 있어서도 레전드에 대한 예우는 없었습니다.

이종범은 명예로운 은퇴보다는 끝까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도전은 2012년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후배들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여론도 있지만 KIA의 외야 사정은 이종범의 존재가 꼭 필요합니다. 기량과 경험면에서 그를 능가하는 백업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이종범은 부상 선수들이 끝임없이 발생하는 KIA의 라인업 곳곳을 메워주면서 공격에서도 날카로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직 그 기량이 1군에서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다만 40을 넘긴 그의 나이는 부상과 체력적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시 이종범은 좋은 감각을 유지하다가도 부상과 체력저하에 발목잡히면서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선동렬 감독체제로 변화한 KIA에서 이종범의 선수생활 연장은 또 한번 이슈가 되었습니다. 한 때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레전드였지만 지도자와 선수로서 한 시즌을 보내개 된 것입니다.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선동열 감독의 성향상 그의 기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동열 감독은 이종범은 안고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엔트리 보장이라기 보다는 공정한 경쟁체제속에 그를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종범은 최근 수 년간 그러했듯 은퇴라는 단어를 뒤로하고 현역으로 또 한번의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매 경기, 출전하는 타석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팀내 위상과 상징성을 떠나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은 선수생활의 마감을 의미합니다. 그가 쌓아온 명성과 달리 쓸쓸한 퇴장을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종범은 마지막순간까지 현역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 밀려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는 이를 감수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종범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한 시대를 이끌었던 동료와 후배들이 지도자 생활을 하는 현실에도 이종범은 모진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올 시즌 역시 이종범은 끝이라는 단어와 계속 싸워야 할 것입니다. 명예로운 은퇴기회를 놓친 것을 스스로 후회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장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의 퇴장은 그 모습이 어떻게 되더라도 결코 추하기 않을 것 같습니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레전드로 프로야구 2세대를 대표하는 유일한 선수나 다름없는 이종범입니다. 그는 올 시즌도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그가 만들어갈 어떻게 보면 마지막 될 수 있는 프로야구 역사의 기록을 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야구를 더 흥미롭하는 요소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KIA타이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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