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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 최강팀은 SK였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조련하에 SK는 한국시리즈 단골 진출팀이었습니다. 시즌 중에도 앞도적인 전력으로 타 팀을 압도한 적이 많았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지향하는 승리지향적인 플레이는 타 팀 팬들에게 비호감 이미지로 비쳐지기도 했고 타도 SK라는 공동의 목표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SK는 강했고 완벽한 팀이었습니다. 완벽하다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극대화시킨 이기는 야구에 특화된 팀이었습니다. SK 선수들의 면면을 살피면 스타플레어가 많지 않습니다. 에이스 김광현과 재간둥이 타자 정근우, 최고 포수의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박경완 등이 있지만 그들 역시 SK라는 팀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SK는 개인보다 팀 조직력을 우선하는 팀이었고 그 조직력에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이 더해지면서 최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해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고 이렇다할 전력보강이 없었지만 SK는 여전히 강했고 포스트 시즌에 그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김성근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이란느 악재속에서도 SK는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SK이 전망은 밝지 못합니다. 해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상위권 성적을 남겼던 그들이었지만 올 시즌은 그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투타에 걸쳐 이렇다할 보강 요소가 없고 특히 투수진 구성에 있어 선발과 불펜 모든 부분에서 허점이 많습니다. SK를 강팀으로 이끌었던 불펜의 경우 정대현, 이승호 두 핵심 선수가 롯데로 떠나면서 예전의 강력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던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FA 선수 영입에 있어 예상을 깨고 롯데의 노장 셋업맨 임경완을 영입한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습니다. 정대현이라는 최고 언더핸드 투수를 보유한 SK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정대현의 해외진출 의지가 확고한 탓고 있었겠지만 정대현에 대한 포기가 너무 이른 느낌도 들었습니다.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까지 갔었던 정대현은 그 꿈을 포기하고 롯데와 FA 계약을 맺었습니다. SK는 오랜기간 팀과 영광을 함께했던 정대현이 돌아올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불펜의 핵심 요원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좌완 불펜의 핵심요원 작은 이승호를 롯데에 내주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SK와의 1차 우선 협상에서 협의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전력보강 요소가 크지 않은 SK로서는 내부의 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지만 SK는 그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정대현의 자리는 임경완으로 이승호의 빈 자리를 롯데로부터 보상선수로 영입한 좌완 허준혁으로 대신했습니다. 기대되는 선수들이지만 쌓아온 성적에 있어 기존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SK는 이후 외야수 임훈을 리턴픽으로 다시 붙잡으면서 전력의 누수를 막는데 만족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불펜의 무게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좌완 박희수가 일치월장한 기량을 뽐냈지만 불펜을 구성했던 고효준, 전병두 두 좌완 투수가 입대와 부상 재활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은 지난해 SK가 보여주었던 막강 좌완 불펜진의 가동을 어렵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완 투수진 역시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선발과 불펜에서 전천후 활약이 가능한 송은범이 부상으로 인해 조기 합류가 불가능진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마무리 엄정욱 마저 부상재활로 시즌 초반 합류가 힘들어졌습니다. SK로서는 이래저래 투수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시즌입니다.

SK는 이에 대한 해법을 외부 영입에서 찾았습니다.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빠른 공을 지닌 마리오를 일찌감치 낙점한 SK는 KIA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로페즈가 자유계약으로 풀리지 마자 그를 영입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검증된 선수이고 이닝이터로 SK의 약해진 불펜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스 김광현이 부상재활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로페즈의 영입은 가뭄의 단비가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일단 SK는 로페즈, 마리오 두 외국인 선발투수를 중심으로 마운드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선수와 올 시즌 절치부심하고 있는 김광현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진의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SK는 나머지 선발투수 자리를 누구로 채울지를 개막 직전까지 고심해야 합니다. 군 제대 선수와 신예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지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그들의 바램을 충족시켜줄 카드가 마땅치 않습니다. 불펜 역시 다수의 유망주들이 있지만 그 기량이 1군에서 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SK로서는 투수진 운영의 패턴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시즌입니다.

불안한 투수진에 비해 타선의 힘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순조롭게 훈련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선수들의 충원이 여전히 아쉽지만 1번 타순에 들어설 정근우를 비롯해서 재치있는 타격의 박재상, 가을에 유독 강한 클러치 히터 박정권, 대기 만성의 안치용, 팀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유력한 최정,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의 김강민 등으로 구성된 라인업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니 만큼 부상만 피한다면 강한 타선의 구축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에 LG로 부터 영입된 조인성의 존재는 타선의 힘을 더 강하게 해줄 요소입니다. 부상에 회복된 박경완의 가세와 더불어 SK는 정상호까지 국가대표급 포수를 3명 보유한 팀이 되었습니다. 포지션 중복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경험 많은 이들 세 선수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하위타선의 강화와 단단한 수비망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이 상존하는 SK지만 마이너스 요소가 더 커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투수력의 불안은 시즌 내내 SK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여전히 주전과 비 주전의 격차가 크고 주전들 상당수가 30살을 넘겼다는 점도 장기 레이스에 부담이 될 수있습니다. 부상과 체력 저하라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이스 투수로 기대를 모으는 외국인 투수 로페즈는 지난 시즌 부상과 체력저하가 겹치면서 후반기 큰 부진을 보였습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2009년과 같은 기량을 시즌 내내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로페즈가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재현한다면 SK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밖에도 포수 3인방을 구성할 박경완, 정상호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노장 유격수 박진만의 건강도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주전 선수들 상당수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신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SK로서는 주전들의 기량을 시즌 내내 어떻게 유지할지가 성적에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외적인 전력외에도 김성근 감독의 부재와 이를 대신할 이만수 체제의 안정화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SK의 강점은 단단한 조직력에 있었습니다. 이것이 흔들린다는 것은 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지도력을 발휘한 이만수감독이지만 올 시즌은 자신만의 야구를 펼쳐야 합니다. 이미 상당수 코치진이 개편되었고 선수들 구성도 그의 뜻대로 변화되었습니다.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만틈 더 큰 책임과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떨어진 전력은 이만수 체제 안착에 큰 장애요인입니다. 아직도 SK의 많은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부재에 대해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그림자는 여전히 SK의 많은 부분에 남아있습니다. 이만수 체제로의 변화를 선택한 SK로서는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잠재된 반발을 다독일 필요가 있습니다. 강한 SK의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2년 SK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분명 외적인 전력은 근래 들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부진하다면 그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야구팬들이 SK에 대한 약팀이라 할 수 없습니다. 수 년간 다져온 강팀의 팀 컬러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기는 것이 익숙한 그들이 쉽게 그 방법을 잃어버릴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불안한 전력에도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강팀의 자리를 지킨 SK였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그와 함께 했던 선수들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들이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보여지는 전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을 SK는 가지고 있고 그 힘이 그들을 계속 강팀으로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 시즌 SK가 여러 악재들을 이겨내고 강팀의 자리를 지켜낼지 전력의 약화를 절감하면서 무너질지 SK의 행보는 올 시즌 상위권 판도를 뒤 흔들 수 있는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과연 SK는 두 가지 갈림길 중에서 어디로 향하게 될지 정말 궁금해 지는 2012년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SK와이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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