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완성하지 못한 반전드라마. 4월 14일 롯데vs두산

롯데와 두산의 주말 두번째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대접전이었습니다. 초반 두산 우세, 후반 롯데의 대반격, 그리고 두산의 또 다른 반격이 이어진 경기는 3 : 3 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초반 승기를 잡고도 불펜의 난조로 승리를 놓친 두산이나 후반 역전승의 기회를 마무리 투수의 블론세이브로 날린 롯데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두산이 주도했습니다. 두산은 전날 니퍼트의 완투승 분위기를 이어 김선우가 롯데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습니다. 최근 수 년간 롯데전에 큰 강점이 있었던 김선우는 14일 경기에서도 그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적절한 볼 배합과 제구력으로 롯데 타선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습니다.

 

두 경기 연속 빈타를 보였던 롯데 타선은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지만 김선우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3회말 공격에서 김주찬의 적시타 때 문규현이 홈에서 아웃되는 장면은 김선우에 대한 징크스를 또 한번 상기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롯데는 김선우를 상대로 6회까지 5안타를 기록했지만 산발에 그치면서 무득점으로 묶였습니다.  7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공격의 흐름도 살리지 못했습니다.

 

롯데가 타선의 침체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이 두산은 초반 득점 기회를 살리면서 리드를 잡았습니다. 두산은 1회 득점 찬스에서 김동주의 희생타, 2회 득점 찬스에서 이종욱의 적시타로 득점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빈공에 허덕이던 롯데와 달리 효과적인 공격을 펼친 것입니다. 두산으로서는 전날 완승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경기였습니다. 

 

 

 

 

 

 

롯데는 초반 흔들리던 사도스키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도스키는 부진한 타선지원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었지만 초반 2실점 이후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꿈틀되는 특유의 구질이 살아났고 제구력도 좋아졌습니다. 결국 사도스키는 6이닝 2실점의 투구로 퀄리티 스타트를 완성했습니다. 

 

사도스키가 대등한 마운드 싸움을 해주고 이어 나온 불펜진이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는 사이 롯데의 잠들었던 타선이 살아났습니다. 이틀 연속 침묵했던 타선이 8회말 집중력을 보인 것입니다. 두산은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김선우의 뒤를 이어 이혜천, 노경은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이 선택은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롯데는 2번 조성환의 안타로 만들어진 기회에서 전준우, 홍성흔, 강민호의 연속 안타와 황재균의 행운의 내야안타가 이어지면서 3득점 하면서 전세를 역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다 이긴 경기를 허무하게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 두 팀의 입장은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전날 롯데의 유일한 득점이었던 솔로 홈런을 기록했던 홍성흔은 2타점 적시타로 해결사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었습니다. 

 

황재균의 내야안타는 8회까지 뒤지던 롯데에서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손아섭의 병살타가 이어지면서 추가 점수를 얻지 못한것이 아쉬웠습니다.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채 9회초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롯데로서는 연패를 끊기 위해 8회말 조기 투입한 마무리 김사율의 완벽투를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김사율은 두산의 마지막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첫 타자 승부에서 실패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부진했던 고영민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1사 1,3루 찬스를 허용했고, 이종욱까지 타선을 연결한 것이 결국 나쁜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노련한 이종욱은 끝내 동점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고 두 팀은 연장 승부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롯데로서는 3연승 후 2연패 하면서 주춤했던 분위기를 되살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은 롯데가 만들어낸 대반전 드라마에 큰 오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양팀은 추가 불펜 투수를 투입하면서 소모전을 펼쳐야 했습니다. 이대로 물러서기에는 두 팀 모두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김사율에 이어 김성배, 이명우를 차례로 등판시켰고 두산은 8회 구원등판한 서동환에게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양팀의 불펜은 기대대로 무실점 투구로 상대 타선을 잘 막아주었습니다. 하지만 양팀 타선은 연장 승부에서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롯데 김성배는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2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고 두산의 서동환은 4.2이닝 동안 7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가장 빛난 선수들이 되었습니다. 불펜진의 팽팽한 대결은 더 이상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무승부는 필연이었습니다. 무승부 경기였지만 롯데는 김성배라는 확실한 불펜 투수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두산은 5선발 투수 경쟁을 펼치는 서동환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 

 

롯데로서는 후반 대역전 경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연패의 분위기를 끊었다는 점과 부진하던 팀 타선이 경기 후반 살아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경기였습니다. 김사율의 블론세이브가 있어지만 불펜 역시 완벽한 투구로 믿음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있을 경기에 대해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내용을 보인 것입니다. 

 

접전을 마친 양팀은 일요일 경기에 5선발인 이용훈과 김승회를 선발투수로 예고했습니다. 야간 경기 후 낮 경기라는 변수는 있지만 투수들의 중량감은 타격전을 예상케하고 있습니다. 어떤 팀이 연장 승부의 피로감을 떨쳐내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아쉽게 반전드라마를 완성하지 못한 롯데로서는 타선이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경기입니다.   

 

과연 롯데가 노장 이용훈을 앞세워 시리즈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다음주를 편안하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꼭 승리가 필요한 롯데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