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승리 불러온 핵 잠수함의 항로 이탈. 6월 1일 롯데 vs 넥센

롯데와 넥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는 선발투수들이 예상과 달리 조기에 교체되면서 난전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선발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양 팀 타선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답답하고 다소 지리한 경기가 내내 이어졌습니다. 승리한 롯데나 패배한 넥센 모두 경기내용에 불만이 생길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결국, 경기는 김병현의 극심한 제구력 난조라는 호재속에 타선의 집중력에서 앞선 롯데의 7 : 3 승리였습니다.

 

양 팀 선발투수인 롯데 사도스키와 넥센 김병현은 많은 이닝을 끌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롯데는 주 중 LG전에 넥센은 SK전에 접전이 이어지면서 불펜진 소모가 극심했습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가져가면서 승리를 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습니다. 하지만 양팀은 경기 초반 부터 선발투수들의 예상치 못한 부진과 부상으로 조기에 불펜을 가동해야 했습니다. 승패를 떠나 부담스러운 경기가 된 것입니다.

 

선취점은 롯데의 1회 말 공격에서 나왔습니다. 경기전 롯데는 홍성흔의 부상으로 인한 비상 타선을 다시 가동해야 했습니다.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조성환을 쉬게 하면서 박준서를 2번에 김문호를 선발 중견수로 기용하는 변화를 주었습니다. 최근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전준우는 지명타자로 그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언더핸드 김병현을 겨냥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롯데는 넥센 선발 김병현의 제구력 난조속에 안타 없이 2득점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김병현은 이전 등판때와 마찬가지로 제구력 잡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와 짝을 이룬 포수가 신인 지재옥이라는 점과 시범 경기 등판이후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사직야구장의 경험하지 못한 분위기도 그에게 좋은 않게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전날 경기에서 입은 가벼운 부상도 김병현의 투구에 큰 장애요소 였습니다.

 

 

 

 

(시즌 첫 홈런 그리고 승리를 가져온 홈런, 손아섭)

 

 

 

김병현은 1번 김주찬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어렵게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롯데 타선은 적극성을 잠시 접어두고 긴 승부를 하면서 김병현을 괴롭게 했습니다. 김병현의 공은 분명 위력이 있었지만 잡히지 않는 제구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큰 투구는 매우 적극적인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좋지 못했습니다..

 

손아섭을 몸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이후 1사 1, 2루에서 나온 김병현의 폭투와 이에 파생된 실책은 롯데에 생각지도 않았던 보너스 점수를 안겨주었습니다. 김주찬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는 2루에서 홈으로 돌진하는 과감함으로 나타났고 넥센의 배터리는 어의없는 실책으로 1루주자 손아섭 까지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득점을 막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안타없이 2득점 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먼저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롯데 선발 사도스키의 공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전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둔 사도스키였지만 공에 힘이 없었고 제구 역시 높게 형성되는게 다반사였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런 사도스키에 넥센 타선은 자비를 배풀지 않았습니다. 박병호의 볼넷, 강정호의 안타로 잡은 기회에서 넥센은 조중근의 진루타와 오윤의 2타점 적시타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롯데의 행운이 오래가지 못한 것입니다. 다시 경기는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로 전개되었습니다. 김병현의 제구련 난조는 팽팽한 분위기를 다시 롯데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타선의 도움으로 컨디션을 되찾을 것 같았던 김병현이었지만 한번 틀어진 제구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2회 말 강민호의 2루타와 볼넷 3개를 내준 김병현의 난조를 틈타 3 : 2 리드를 다시 잡았습니다.

 

김병현의 제구 난조는 계속 되었습니다. 넥센 벤치는 불안한 김병현에 최대한 투구할 기회를 주면서 인내심을 발휘했습니다.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김병현을 배려하고 노련한 김병현이 스스로 컨디션을 회복하길 기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병현의 제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또 다시 볼넷이 빌미가 되면서 추가 1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3회까지 8사사구는 그의 컨디션을 대변하는 숫자였습니다.

 

상태 선발투수의 부진에 기인해 4득점하긴 했지만 롯데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는 4회초 말 공방전에 승패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4회 초 넥센은 4번 타자 박병호의 솔로 홈런으로 4 : 3 한 점차로 점수차를 좁혔습니다. 여기서 통증을 호소한 사도시키가 스스로 마운드를 물러나면서 알 수 없는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롯데의 불펜은 베테랑 이승호에게 위기 탈출의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이승호는 여전히 불안한 제구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자신이 허용한 볼넷 2개로 말미암은 위기를 어렵게 넘기면서 초반 흐름을 확실하게 롯데쪽으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4회 초 위기를 넘긴 롯데 타선은 이미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면서 힘이 떨어진 김병현을 4회 말에 강판시키면서 기세를 올렸습니다.

 

2사후 손아섭의 홈런은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던 김병현을 허탈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구위마저 크게 떨어진 김병현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전준우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물러난 김병현은 롯데 타선의 연속안타 행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김병현의 뒤를 이어나온 심수창은 몸이 덜 풀려있었습니다. 롯데 타선은 심수창에게 안타 3개를 추가했고 2점을 더 얻었습니다.

 

3회까지 상대 투수의 난조를 틈타 어부리지 점수를 얻었던 롯데는 4회 초 위기를 넘기고 타선의 힘으로 4월 말 3점을 추가하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습니다. 이후 롯데는 불펜 투수들을 짧게 이어던지게 하면서 힘을 안배하고 넥센 공격의 맥을 효과적으로 끊었습니다. 초반 기세를 올리던 넥센 타선은 롯데불펜진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득점하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한 박자 빠른 투구 교체로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최근 지친기색이 역력한 불펜이었지만 마무리 김사율까지 6명의 불펜투수들이 부담을 나눠지면서 무실점 투구를 해주었습니다. 불펜진의 선전은 승리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불펜을 거의 다 소모한 롯데로서는 져서는 안되는 경기였고 그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반면 넥센은 중반이후 선수 기용에 여유를 가지면서 승부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반 이후 선수들의 움직임이 크게 떨어졌고 서울에서 부산으로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선발 김병현의 난조로 초반 수비 시간이 급격하게 길어진 것도 선수들의 타격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넥센은 김병현 이후 넥센은 심수창, 한현희 두 투수만을 투입하면서 불펜진의 운영을 최소화했습니다. 힘을 비축하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가벼윤 부상을 입은 이택근과 유격수 강정호를 중간에 교체하는 이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주말 2경에서 총력전을 펼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4번 박병호가 홈런 포함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한 것도 패배속에서 발견한 긍정 요소였습니다.

 

다만 팀에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되었던 김병현이 이전 선발등판과 달리 최악의 투구를 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을 확실하게 소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보였습니다. 넥센 상승세를 이끌 핵 잠수함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선발투수 김병현이 확실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금요일 등판이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초반 득점을 잘 유지하면서 전날 아쉬운 패배를 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말 2경기에 대해서도 다소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4번 홍성흔은 여전히 출전하지 못했지만 선수들 전체가 그 공백을 나눠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7 : 3으로 앞선 4회 말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 하지 못한점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추가점을 내면서 불펜의 부담을 줄여주고 불펜투수의 투입을 줄여야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극심한 제구력 난조로 좌초한 핵 잠수함, 김병현)

 

 

 

롯데로서는 승리하긴 했지만 선발진의 한 축인 사도스키가 부상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물러나면서 부상 도미노 현상이 지속되었다는 점이 승리의 기쁨을 반감시켰습니다. 주전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상황은 분명 6월 한 달, 롯데를 힘들게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수들 전체가 체력적으로 지쳐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년간 재현되었던 여름 대 약진이 힘들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일단 롯데는 초반 리드를 잡은 경기를 총력전으로 잡으면서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을 줄였습니다. 5할 승률을 유지하겠다는 기본 전략을 충실히 이행한 것입니다. 롯데는 부상에서 돌아온 유먼이 토요일 경기에서 시즌 초반의 모습을 재현해주길 기대할 것입니다.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른 유먼이 어떤 투구를 하느냐는 토요일 경기 승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선발진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먼은 자신에게 6이닝 7실점의 굴욕을 안겨주었던 넥센을 그것도 같은 구장에서 다시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는 넥센이 전날의 패배를 설욕하기 더 집중력을 가지고 타석에 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먼이 초반 고비를 잘 넘기기 못한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펜소모가 극심했던 롯데는 유먼이 무너진다면 이를 받쳐줄 불펜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롯데는 돌아온 유먼이 호투로 건재를 과시하고 팀 연승을 하는 최상을 시나리오를 그릴 것이고 넥센은 전날 패배속에서 비축한 힘을 바탕으로 위닝시리즈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할 것입니다. 지난 롯데전에 호투했던 김영민이 선발로 나선다는 것도 호재입니다. 토요일 대결 결과는 2위와 3위자리에서 순위바꿈을 거듭하고 있는 롯데와 넥센에 승리의 의미가 큰 일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