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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노장선수들이 오랜 공백을 이겨내고 자신의 기량을 되 찾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능력이나 체력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나이에 제2의 야구인생을 연다는 것은 더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와중에 노장선수의 재기는 편견이라는 벽도 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찌보면 영화가 같은 일입니다.

 

이 점에서 긴 공백을 이겨내고 SK 불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최영필의 최근 성적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화의 주축 투수에서 거듭된 부상과 기량저하, 친정팀 한화와의 FA 협상 결렬과 임의탈퇴,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외국 독립리그까지 전전해야 했던 아픔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최영필이기 때문입니다.

 

한 때 불합리한 FA 제도의 희생양으로 많은 야구팬들의 안타까움은 샀던 그였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재기를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노장선수들과 같이 조용히 무대 뒤편으로 사라질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잊혀짐의 대상에서 실력으로 그 존재감을 다시 찾은 것입니다.

 

올 시즌 최영필은 연봉의 대폭 삭감을 받아들이고 SK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야구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다른 팀보다 노장선수들을 중용하는 SK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올 시즌 시작은 1군이 아니었습니다. 74년생으로 40줄에 접어든 그는 말 그대로 보험용 선수였던 것입니다.

 

 

 

 

 

 

불혹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화려한 스포트라이를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최영필은 1군 진입을 위해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습니다. 한참 후배인 선수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이 그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자칫 젊은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영필은 조용히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의 시간이 지나 최영필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SK 마운드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2군에 있는 선수들의 콜업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영필도 1군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습니다. 1년이 넘은 시간을 지나 나설 수 있게 된 1군 경기였습니다. 최영필로서는 많은 생각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당장은 그런 감상보다 1군 잔류를 위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5월 들어 기존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고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SK의 선두권 유지에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선발진의 한 축인 외국인 투수 로페즈는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였고 교체가 불가피했습니다. 박희수, 정우람이 버티는 불펜진은 이들을 뒷받침해줄 투수가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FA로 영입한 임경완은 부진했고 젊은 불펜투수들은 경험부족을 드러냈습니다.

 

최영필은 이런 SK에 구세주와 같았습니다. 최영필은 그가 출전한 6경기에서 1자책점만을 기록했습니다. 6경에서 방어율은 0.75, 이닝도 매 경기 2이닝꼴인 12이닝을 소화했습니다. 최근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는 이재영과 더불어 우완 불펜의 중요한 선수로 자리한 것입니다. 박희수, 정우람 수준급 좌완 불펜을 보유하고도 풀지 못했던 SK 우완 불펜의 갈증을 이들이 풀어준 것입니다.

 

특히 선수생활 지속의 갈림길에 섰던, 아무도 재기를 예상치 않았던 최영필의 활약은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나이와 잦은 부상 등으로 그를 내보낸 친정팀 한화로서는 아쉬움을 탄식을 내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화 불펜의 난맥상이 커지고 있고 팀의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그 아쉬움을 더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SK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노장 선수의 부활은 전력의 플러스 알파 그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최영필의 활약 속에 SK는 박희수, 정우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었고 다시 상승세를 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금요일 경기에서도 최영필은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의 5이닝 투구 이후 6회와 7회를 무안타로 깔끔하게 막아내면서 2 : 1 승리의 디딤돌을 확실하게 놓아주었습니다.

 

올 시즌 노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SK에 최영필의 선전은 또 한 명의 노장 파워가 가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격의 이호준, 정상호, 조인성에 불펜진의 이재영과 최영필까지 이들의 활약은 SK 1위 유지에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뒤늦게 1군에 가세했지만 최영필의 최근 역할은 기존의 노장 선수들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마운드에 선 최영필로서도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나이지만 1년은 넘은 시간 동안 계속 몸을 만들어왔고 동계 훈련을 충실히 했던 그의 몸 상태는 최상이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상을 떨쳐내면서 직구의 공 끝도 좋아졌고 풍부한 경험은 불펜투수로서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자산입니다. 여기에 누구보다도 강인한 끈기와 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지금 모습이 반짝 활약이 아닌 지속 가능한 활약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SK 불펜에 있어 최영필은 확실한 승리카드이고 실력으로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은 시즌, 최영필이 노장의 부활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그의 투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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