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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게임 차로 2위와 3위에 자리한 롯데와 SK의 주중 첫 경기는 2위 자리를 향한 양 팀의 의지가 맞선 접전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태풍으로 한 경기가 순연된 탓에 쏟아부을 수 있는 전력도 비축된 상황이었다. 총력전과 총력전이 대결, 하지만 결과는 투타에서 SK를 압도한 롯데의 10 : 1 완승이었다. 롯데는 이번 승리로 SK를 1.5게임 차로 따돌리면서 2위 다툼에서 한 걸음 앞서나갈 수 있게 되었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은 SK의 우세가 점쳐졌다. SK는 홈 경기에 강점이 있는 외국인 선수 부시가 롯데는 대체 선발 요원인 이정민이 선발로 나섰다. SK는 홈 경기장의 이점까지 가지고 있었고 홈 승률이 높은 선발 투수를 앞세운 상황, 타선의 흐름도 롯데보다 우위가 있는 SK였다. 반면 롯데는 비로 한 경기가 순연되었음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변동하지 않고 이정민에게 선발투수 기회를 주는 뚝심을 보였다. 휴식을 취한 불펜을 신뢰한 것도 있지만, 주말 홈 3연전에서 만나게 될 LG와의 대결도 염두에 둔 선발투수 기용이었다.

 

롯데는 이정민에게 5회 정도만 막아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흐름이 좋다면 승리 불펜 조를 조기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잡아가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소 페이스를 늦추는 경기를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를 롯데는 가지고 있었다. SK는 선발 마운드의 우위를 앞세워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롯데 선발 이정민의 깜짝 호투를 바탕으로 롯데쪽으로 승부의 무게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정민은 140킬로 후반에 이르는 힘 있는 직구와 자신의 공에 믿음으로 SK 타자들을 상대했다. 매 시즌 기대를 모았지만 주어진 기회에서 스스로 무너지곤 했던 그저 그런 투수가 아니었다. 이정민은 제구가 동반된 빠른 공을 바탕으로 SK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여기에 변화구까지 제구가 되면서 무실점 호투가 계속 이어졌다.

 

 

 

(9년만의 선발승 이정민, 베테랑 부활의 또 다른 시작일까?)

 

 

 

SK 타선은 이정민의 구위에 눌리면서 좋았던 타격감을 잃고 말았다. 최근 불망이를 휘두르던 최정, 이호준, 박정권의 중심 타선도 다르지 않았다. 올 시즌 처음 선발 투수로 상대하는 이정민에 대한 분석도 잘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투구 패턴에 대한 적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SK로서는 공격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경기 초반을 보내야 했다. 매 이닝 2루에 진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득점을 기대할 수 없었다.

 

SK가 이정민 공략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롯데는 활발한 타격으로 SK 마운드를 압박했다. 후반기 들어 전체적인 타격 부진으로 고심하던 롯데였지만, 원정 첫 경기에 나선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도 좋았다. SK 선발 부시는 다양한 변화구로 롯데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롯데 타선은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적중하며 안타를 양산했고 거의 매 이닝 득점 기회를 잡았다.

 

2회 초 롯데는 강민호의 안타, 홍성흔의 볼넷으로 잡은 무사 1, 2루 기회에서 SK전에 강점이 있는 박종윤에 보내기 번트를 시키면서까지 선취 득점을 중요시 하는 경기 운영을 했다. 베테랑 조성환은 적시타로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어진 1사 1, 3루 기회에서 황재균이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이어진 3회초에도 롯데는 무사에 주자가 출루했지만, 또 다시 병살타로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우세한 흐름을 확실히 살리지 못했다. 1점의 리드가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의 불안한 리드는 황재균의 적시 2루타로 말끔히 해소되었다. 4회 초 1사 후 강민호, 홍성흔, 조성환의 연속 안타로 만루를 득점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경기 들어 가장 좋은 득점기회였다. 거듭된 득점 기회를 놓쳤던 롯데로서는 꼭 살려야 하는 기회였고 SK는 이 고비만 넘긴다면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초반 승부처였다.

 

여기서 SK는 빠른 투수교체로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1실점으로 막긴 했지만 선발 부시의 투구는 불안했다. 제구도 이전 경기보다 불안했고 변화구가 공략당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철벽 내야수비가 그를 도왔지만, 불안감까지 해결할 순 없었다. SK는 베테랑 불펜 최영필에게 마운드를 넘기면서 위기 탈출을 기대했다. SK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최영필의 밋밋한 변화구를 황재균이 우중간을 가르는 3타점 2루타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최영필은 다소 이른 등판에 준비가 부족했고 황재균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 적극적인 타격으로 귀중한 추가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4 : 0의 리드는 호투하고 있는 이정민의 투구를 고려하면 SK에 큰 부담이었다.

 

팀 타선의 득점지원을 받은 롯데 선발 이정민은 투구에 더 신바람을 내기 시작했다. 4점의 리드는 더 과감한 승부를 가능하게 했고 직구의 위력을 더 살릴 수 있었다. SK 타자들은 이정민의 직구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도 힘들게 했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진 이정민은 거침없는 투구로 무실점 이닝을 계속 늘려나갔다. 주자가 출루하면 스스로 흔들리던 모습도 없었고 변화된 상황에도 일희일비 하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이정민의 호투에 타자들은 연속된 추가 득점으로 화답했다. 6회 초에는 홍성흔의 2점 홈런이 나오면서 승부를 롯데쪽으로 확실하게 돌려놓을 수 있었다. 8회 초에는 황재균인 자신의 5타점 경기를 완성하는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승세를 확실하게 굳히게 했고 9회 초에는 최근 타격 부진이었던 손아섭의 2점 홈런이 나오면서 SK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SK는 선발 부시에 이어 4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했지만, 박정배만이 2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을 뿐 최영필, 임경완, 전유수는 불붙은 롯데 타선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완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마운드의 붕괴는 타자들의 의욕마저 꺽이게 하면서 경기 후반 SK는 사실상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조기 승부의 향방이 갈린 경기는 롯데 선발 이정민이 얼마나 더 오래 그리고 어떤 내용으로 투구를 할 지로 관심이 쏠렸다. 올 시즌 첫 선발등판 경기였던 넥센전에서 4이닝 무실점 투구 이후 5회에 급격히 무너졌던 이정민은 SK전에서는 투구수 80개 까지 직구의 힘을 유지하면서 쉽게 쉽게 이닝을 이어갔다. SK 타선은 적극적인 공격으로 맞섰지만 이정민의 구위가 매우 좋았다.

 

8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던 이정민은 9회 말 연속 안타로 1실점 한 후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이미 투구 수 100개가 넘었고 완봉승이 깨진 상황에서 더 투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롯데는 정대현을 투입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정민을 좀 더 좋은 상황에서 교체하면서 다음 경기에 자신감을 이어가게 하고 부상 복귀 후 등판에서 고전했던 친정팀 SK를 상대로 정대현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롯데 벤치의 의도가 모두 적중한 것이다.

 

올 시즌 두 번째 도전만에 선발승을 거둔 이정민은 그동안 경기력보다 다른 이유로 주목받는 선수였다. 2002년 롯데에 입단한 이정민은 빠른 공을 가진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 성장세가 너무 더뎠다. 불펜 투수로 꾸준히 기회를 잡았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문제와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1군과 2군을 오가는 행보가 이어졌다. 그 사이 이정민의 팀내 고참급 선수로 자리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정민이 2003년 시즌 이승엽의 시즌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기록할 당시 56호 홈런을 허용한 투수로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다. 한때는 박찬호를 닮은 외모로 크게 회자하기도 했다. 실력이 그런 이슈들을 덮을 만큼이 아니었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올 시즌 역시 이정민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1군 엔트리에 그 이름을 올리기 힘겨운 상황이었다.

 

이정민은 꾸준한 노력으로 때를 기다렸고 기존 선발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을 틈타 1군 등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첫 선발 등판에서 순간 무너졌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두 번째 나선 경기에서 이정민은 완벽한 투구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다. 고원준의 1군 복귀가 힘들고 이용훈마저 체력 저하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정민의 선발 호투를 가뭄의 단비와 같다.

 

 

 

(타격 부진 씻은 황재균의 5타점 쇼)

 

 

 

이정민이 SK전 승리로 상승세를 탄다면 롯데는 리그 후반 그리고 포스트 시즌까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정민 개인으로도 올 시즌 회춘투를 선보이고 있는 이용훈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노장의 부활투를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현재 팀 사정을 고려하면 그에게 선발 기회가 더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가 이 기회를 살린다면 그의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이런 이정민의 재발견 외에도 롯데는 부진했던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것 또한 반가운 일이었다. 득점 기회에서의 집중력은 물론이고 장타력까지 살아난 롯데 타선은 최근 들어 가장 편안한 리드를 만들어주었다.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한 전준우, 김주찬의 부진이 옥에 티였지만 상.하위 타선의 고른 활약이 조화된 대량 득점이기에 그 가치를 더할 수 있었다.

 

롯데로서는 2위 자리를 더 확고하게 한 것 외에 많은 것을 얻은 경기였다. 앞으로 잔여 경기 일정에서 다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SK는 초반 선발 투수 조기 강판의 승부가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저하되고 말았다. 팀 타선이 무명에 가까운 이정민에 철저하게 당한 것은 앞으로 있을 롯데전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SK로서는 경기 막판 타선이 살아나면서 추격 점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롯데의 완승으로 끝난 두 팀의 대결은 송승준, 송은범, 두 중량급 선발투수들의 대결로 또 한 번의 힘겨루기를 예고하고 있다. 롯데는 내친김에 연승을 이어가면서 SK와의 승차를 더 벌리고 주말 홈 3연전을 치르고 싶을 것이고 SK는 두산과의 주말 맞 대결을 앞두고 있어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가용할 투수 자원도 풍부하다. 수요일 경기와 같은 일방적인 경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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