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3차전, 중압감 이기지 못한 롯데, 변화로 반전 성공한 두산

롯데와 두산의 준PO 3차전은 양 팀 모두 큰 중압감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2승을 먼저 한 롯데는 시리즈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한 번의 패배가 곧 탈락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어느 팀이 승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두산은 대폭적인 라인업 변화와 선수들의 투지, 벤치의 작전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부담감을 떨쳐냈지만, 롯데는 너무나 강한 승리 의지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경기는 1회 초 3득점, 7회 초 4득점으로 타선의 집중력을 보인 두산의 7 : 2 완승으로 끝났다. 두산은 2연패 후 반격에 성공하면서 시리즈 역전의 희망을 살렸고 롯데는 선발투수 사도스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친 초반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쫓기는 처지가 되었다.

 

경기 초반 흐름은 양 팀 선발투수들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복잡한 난전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롯데의 사도스키, 두산의 이용찬은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고 타자와의 승부에 큰 부담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극심한 난조속에 사도스키는 1회 초 수비도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부상으로 마운드를 물러났고 이용찬은 어렵지만 초반 2실점 후 마운드를 지켜냈다. 이 차이가 초반 두산 우세를 가져왔다.

 

두산은 타순과 선수 기용에서 변화를 주었다. 선발 출전하지 않았던 민병헌과 최준석을 중용한 것이다. 민병헌은 우익수 겸 2번 타순에 최준석은 5번 지명타자로 기용되었다. 두산은 이종욱, 오재원, 김현수로 이어지는 상위 좌타라인을 해체하면서 오재원을 6번 타순에 기용하며 하위 타선을 강화시켰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두산 김진욱 감독의 승부수였다.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1회 초 두산은 이종욱이 몸맞는공으로 출루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종욱은 경기를 더 치르기 어려울 정도의 부상이었지만 투혼을 발휘했다. 이종욱은 아픈 몸을 이끌고 도루를 성공했고 이는 팀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사도스키를 더 깊은 난조 속에 빠뜨렸다. 이종욱은 1회 초 공 격후 교체되었지만, 그의 투지는 팀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사도스키는 첫 타자 승부에 실패한 이후 두산 타자들과의 기 싸움에서 눌렸고 쌀쌀해진 날씨에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극심한 난조에 빠졌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조기 강판 사도스키)

 

두산은 사도스키의 난조를 바로 득점과 연결했다. 김현수의 적시타로 가볍게 한 점을 뽑은 이후 최준석의 2점 홈런으로 단숨에 3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올 시즌 내내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던 최준석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벤치를 지켜야 했다. 3차전에서 두산은 최준석을 중심 타선에 기용했고 최준석은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살렸다. 사도스키의 밋밋한 커브는 명예 회복을 노리는 최준석에 좋은 먹잇감과 같았다.

 

3 : 0 리드를 잡은 두산은 쉽게 경기를 이끄는 듯 보였다. 정규리그 롯데전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한 이용찬이 선발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용찬은 정규시즌의 그가 아니었다. 2패를 먼저 당한 팀 상황은 이용찬을 움츠리게 했다. 이용찬은 빠른 직구가 있음에도 과감한 승부보다 유인구 사용 빈도가 높았다. 3점의 여유가 있었지만, 자신감이 떨어지는 투구로 매 이닝 위기를 맞이해야 했다.

 

이런 이용찬을 상대로 롯데는 계속된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1회 말 1사 만루 기회를 아쉽게 놓친 롯데는 2회 말 전준우의 볼넷 출루로 시작된 기회에서 문규현의 징검다리 안타와 전준우의 과감한 베이스 런닝으로 2사 1, 3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이용찬은 조금 어이없는 보크를 범하면서 한 점을 상대에 헌납했다. 지나친 긴장이 부른 사건이었다.

 

흔들리는 이용찬을 상대로 롯데는 김주찬의 적시타로 한 점을 얻었고 한 점 차로 두산을 압박했다. 초반 사도스키가 무너지면서 떨어진 팀 분위기를 다시 살려내는 득점이었다. 역전의 기대감이 높았지만, 롯데의 2회 말 2득점은 처음이자 마지막 득점이었다. 이후 롯데 타선은 계속된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더는 득점하지 못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1점 차가 계속 이어졌다.

 

롯데는 1회 말 만루에서는 조성환의 주루실수로 4회 말 무사 2루 기회에서는 3루까지 출루한 전준우가 견제사당하면서 공격의 흐름을 스스로 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주루사 외에 롯데는 득점이 필요한 순간, 이에 맞는 타격도 나오지 않았다. 지나친 적극성이 문제였던 롯데였지만, 3차전 롯데 타자들은 너무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는 방망이의 날카로움도 무디게 했다. 희생타가 필요한 순간 롯데 타선은 침묵했다. 여기에 두산의 호수비와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는 불운까지 겹치면서 롯데는 2득점에 계속 묶여있어야 했다.

 

이렇게 공격에서 풀리지 않았지만, 롯데가 역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불펜진의 선전이 있어 가능했다. 1회 초 사도스키의 갑작스로운 자신 강판으로 긴급 투입된 이승호는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3.2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스팟 선발의 역할을 훌륭히 해주었다. 직구 스피드는 140킬로 미치지 못했고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로 실점을 막는 노련함을 보였다.

 

이승호에 이어 등판한 김성배 역시 위력적인 직구와 스플리터를 앞세워 두산의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두산이 리드를 유지하긴 했지만, 경기의 긴장감은 지속되었다. 경기 후반 불펜싸움이 되면 두산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초반 좋은 분위기에서 추가점을 얻지 못한것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추가점이 필요한 두산과 동점을 만들어야 하는 롯데의 숨박꼭질이 계속되었다.

 

라인업의 변화로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5회 말 위기에서  이전 2경기와 달리 빠른 불펜운영으로 리드를 유지했다. 5회 말 두산은 일찍 구위가 떨어진 이용찬을 대신해 김창훈과 변진수를 차례로 올렸다. 한 박자 빠른 교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창훈은 1사 1, 3루에서 손아섭을 범타 처리했고 변진수는 홍성흔을 범타 처리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이후 변진수는 신입답지 않은 대담한 투구로 2.1이닝 무안타 무실점 투구를 했다. 변진수가 불펜에서 놓아준 징검다리는 두산이 승리로 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변진수는 첫 포스트 시즌 출전이었지만, 담대한 투구로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경기 초반 아쉬운 득점 기회를 수차례 무산시킨 롯데는 변진수에 눌리면서 공격 흐름을 더는 이어가지 못했다.

 

 

(느리지만 관록의 투구로 스팟 선발의 역할을 다한 이승호)

 

이렇게 신인 변진수가 마운드를 재차 안정시킨 사이 두산은 7회 말 롯데 불펜을 무너뜨리고 승부의 추를 자신들에 완전히 돌려놓았다. 7회 말 롯데는 최대성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최대성이 난조에 빠지면서 실패한 투수 운영이 되고 말았다. 최대성은 실점에 대한 부담 탓에 정면 승부를 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투구를 했다. 결국, 최대성은 첫 타자 민병헌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김현수와 윤석민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한 점을 추가 실점했다. 추가 득점을 고대하던 두산은 4 : 2로 한발 더 달아날 수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롯데는 부진한 최대성을 내리고 강영식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가 막아야 할 좌타자 오재원에게 결정적인 3루타를 허용하면서 투수 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말았다. 오재원은 강영식의 몸쪽 승부구를 우증간으로 날렸고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되었다. 이후 이원석의 내야땅볼 때 오재원이 득점하면서 경기는 두산의 7 : 2, 완벽한 리드로 바뀌었다. 오재원은 경기 중 연이은 호수비로 롯데 공격의 맥을 끊었고 타격에서도 치명타를 날리는 활약을 했다. 

 

팽팽하던 승부가 일순간 두산 쪽으로 기울어졌고 양 팀은 4차전을 대비한 선수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교체 없이 출전했던 주전들에 휴식을 주었고 두산은 홍상삼을 7회 두 타자를 상대하게 하면서 2차례 구원 실패로 떨어진 자신감을 살리게 하는 배려를 해주었다. 이후 경기는 큰 변화 없이 마무리되었다. 두산은 마무리 프록터의 구위를 점검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롯데는 계속된 부진에도 조성환, 전준우를 선발 라인업에 넣으면서 큰 변화 없이 3차전을 맞이했다. 두 선수는 믿음에 보답하는 활약을 하며 믿음에 보답했지만, 승리로 연결되진 못했다.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강민호의 공백은 타선의 무게감을 떨어뜨렸고 득점력을 떨어뜨렸다. 한 점을 얻을 수 있는 야구가 필요했지만, 이전 두 경기와 달리 결정력을 보이지 못했다.

 

롯데는 하위 타선의 문규현이 변함없는 타격감과 좋은 수비로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1번 김주찬과 부진했던 6번 전준우의 타격감이 돌아온 패배 속에서 얻은 위안이었다. 불펜의 김성배가 완벽투를 다시 선보이면서 새로운 믿을맨으로 자리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것이 위안이었다. 하지만 3번 손아섭이 결정력을 보이지 못했고 주루사 등으로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또한, 경기 후반 김성배를 제외한 나머지 불펜들이 믿음을 주는 투구를 하지 못했다는 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7회 초 고비를 불펜이 넘기지 못하면서 반격의 의지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불펜 운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롯데다. 반면 두산은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결합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변진수의 불펜 역투는 마운드 운영에 숨통을 틔게 해주었다. 앞으로 경기에서도 변진수는 불펜 카드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종욱의 부상 정도와 마무리 프록터가 믿음을 주는 투구를 하지 못한것이 아쉬웠지만 일방적으로 밀리던  시리즈 분위기를 바꾼 것은 분명하다.

 

 

(변함없는 공수 활약 문규현의 홈 데쉬장면)

 

2패 후 1승에 성공한 두산은 선발 투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2연승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김선우, 롯데 고원준의 선발 맞대결은 두산의 우세가 예상된다. 경험과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롯데는 고원준이 5이닝 정도만 버텨주기를 기대하겠지만 포스트 시즌 선발로 처음 등판하는 고원준이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두산은 3차전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고 선수들의 타격감도 돌아온 상황이다. 사도스키의 조기 강판으로 불펜이 많이 소모되었다는 점도 롯데의 고민이다.

 

이제 준PO에서 롯데는 더 조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즌 막판 어려운 경기에서 제 몫을 다해준 고원준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득점력에 문제를 보였지만 부진했던 선수들이 살아나면서 타선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롯데에 희망적이다. 롯데 킬러였던 김선우에 대한 공포증도 올 시즌 떨쳐낸 롯데다. 선수들의 중압감을 벗고 경기할 수 있다면 좋은 경기를 할 여지는 충분하다.

 

준PO 4차전에서 두산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2010년 리버스 스윕의 기억을 되살릴지 롯데가 홈에서 시리지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경기 초반 리드를 어느 팀이 잡을 수 있을지가 승부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