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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극적인 승리로 막을 내린 2012프로야구 준PO는 롯데에 잊을 수 없는 시리즈였다. 2008년 이후 매년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이 좌절되었던 롯데로서는 감격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력이 크게 약화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였다. 하지만 롯데는 약점인 불펜을 팀의 가장 큰 강점으로 바꾸면서 4강에 이름을 올렸고 포스트 시즌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런 불펜진의 역활 외에 공수에서 롯데의 PO 진출에 기여한 세 선수가 있다. 박준서, 용덕한, 문규현이 그들이다. 정규시즌 이들은 팀의 핵심 선수가 아니거나 백업 선수로 자리했었다. 자연히 포스트 시즌 엔트리 중 그 이름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롯데가 승리한 3경기에서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고 가을 야구에서 숨겨왔던 존재감을 과시했다.

 

롯데의 만년 1.5군 선수 박준서는 1차전과 4차전 극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1차전 박준서는 2점 차로 뒤지던 경기에서 극적인 대타 2점 홈런을 폭발시키며 롯데의 연장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4차전에서는 연장 10회 말 선두타자로 출루한 이후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다. 두산의 실책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시작은 박준서의 출루로부터 시작되었다. 박준서는 롯데전에 강점이 있었던 두산의 필승 불펜 홍상삼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타격을 하면서 팀 공격에 큰 힘이 되었다.

 

사실 박준서는 1차전 대타 2점 홈런 이후 중용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주전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롯데 벤치는 기존 주전들을 신뢰했다.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이나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해줄 것으라는 믿음이 작용한 결정이었다. 박준서의 주 포지션에는 조성환이 자리하고 있어 박준서가 그를 밀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팀에서 조성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주전 유격수 존재감 확인한 문규현)

 

 

 

1차전 이후 2, 3차전에서 박준서는 벤치 멤버로 경기에 임해야 했다. 좋은 타격감을 살릴 기회가 없다. 대신 내야의 멀티 플레이어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팀에 기여했다. 그리고 4차전, 조성환의 갑작스러운 부상과 박종윤의 극심한 부진은 박준서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주전들의 부진은 아쉬웠지만, 팀으로서는 전화위복이었다. 박준서는 8회 말 동점으로 가는 징검다리 안타를 터뜨렸고 10회 말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득점이 주인공이 되었다.

 

매 시즌 팀에서 보이지 않는 뒷편에 자리했던 박준서는 2차례 경기 MVP를 차지하며 PO 진출의 주역이 되었다. 올 시즌 시작 전만 해도 선수생활 지속 여부로 고민하던 박준서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당장 SK와의 PO에서도 박준서는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스위치 히터로 팀에 부족한 좌타라인을 강화시킬 수 있고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주전 출전 가능성도 있다.

 

박준서와 함께 롯데 유격수 문규현도 극적인 변신을 이룬 선수라 할 수 있다. 문규현은 올 시즌 롯데의 주전 유격수지만 함량 미달의 성적으로 고심했다. 특히, 타격에서 시즌 내내 부진한 것이 문제였다. 잦은 부상과 이에 따른 타격감 저하가 큰 원인이었다. 계속된 부진은 자신감도 떨어뜨렸다. 지난해 문대호라 불릴 정도로 시즌 후반 고감도 타격감을 과시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타격의 부진은 강점인 수비도 흔들거리게 했다. 문규현의 부진은 유격수 포지션에 잦은 라인업 변동을 가지고 왔다. 여러 젊은 선수들이 그 자리에 기용되면서 문규현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문규현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4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하면서 1번 타자 이상의 9번 타자 역할을 했다. 여기에 빈틈없는 수비로 흔들리던 롯데 내야진을 안정시켰다.

 

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테이블 세터진의 역할을 문규현이 대신하면서 롯데는 공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롯데가 4차전 8회 말 동점을 이룰 수 있었던 시작은 문규현의 안타 출루였다. 문규현의 승리를 결정적인 결승타나 타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고 공수에서 팀에 기여했다. 롯데가 약하다고 여겨졌던 유격수 자리가 다시 든든해진 것이다.

 

이 두 선수와 함께 롯데 포수 용덕한은 강민호의 부상 공백을 확실히 메워주면서 그를 트레이드 시킨 두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용덕한은 백업 포수로서 공격보다 수비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선수였지만, 이번 시리즈는 달랐다. 1차전 연장 10회 초 승리로 가는 길을 열어준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 결승 홈런으로 팀 승리에 중심에 선 용덕한이었다.

 

 

 

(용덕한, 두산에 온 선수가 아닌 롯데의 포수로 )

 

 

 

두산의 배터리들은 용덕한에 쉽게 승부했지만, 용덕한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두산 선수들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용덕한은 이를 십분 활용했다. 공격에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된 투수리드로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었다. 포스트 시즌 마무리 정대현과의 완벽한 호흡은 롯데의 뒷문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도루 저지에서도 두산 포수 양의지에 밀리지 않았다.

 

용덕한의 준PO 활약은 시즌 도중 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롯데의 선택을 신의 한수로 만들었고 두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용덕한 역시 롯데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 수 있었다. 강민호의 눈 부상이 생각보다 큰 탓에 용덕한은 PO에서도 주전 포수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PO에서도 그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롯데가 PO로 갈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선수가 아닌 여러 선수들의 활약이 모여 가능했다. 포스트 시즌을 미친 선수가 나와야 이길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심한 견제를 받은 팀의 중심 선수들 외에 예상치 못한 선수가 그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롯데는 그 경우에 세 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고 이들은 시리즈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준PO에서 박준서, 문규현, 용덕한은 당당한 주연이었다.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는 스타 선수는 아니었지만, 역할은 그 이상이었다. 이 세 명의 활약이 없었다면 롯데는 또 한 번 가을 야구의 아픈 기억을 남길 가능성이 높았다. 이 세 선수가 있어 롯데의 가을 야구는 계속 될 수 있었다. 그 시작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롯데의 PO 가는 길을 더 밝게해준 빛과 같았다.

 

앞으로 있을 PO에서도 그 활약이 이어진다면 롯데의 올 가을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선수에서 빛나는 선수로 거듭난 이들이 SK와의 PO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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