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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SK의 PO 2차전은 1차전과 같은 접전이 막판까지 이어졌지만, 투수들이 경기를 지배한 1차전과 달리 활발한 타격 대결이었다. 많은 득점기회를 주고받은 양 팀의 대결은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연장 10회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경기 후반 SK의 철벽 불펜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롯데의 5 : 4 대 역전승이었다.

 

롯데는 패색이 짙었던 경기 후반 분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이며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SK는 다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시리즈를 쉽게 가지고 갈 기회를 잃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SK가 주도했다. SK는 1회 말 중심 타자 최정의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2회 초 홍성흔의 솔로 홈런으로 맞대응한 롯데에 2 : 1 리드를 계속 이어갔다. 초반 실점 이후 롯데의 송승준, SK의 윤희상 두 선발 투수들은 더는 실점하지 않으면서 팽팽한 마운드 대결을 펼쳤다. 전날 경기와 같이 롯데는 따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뒤지고 있는 롯데가 더 답답한 흐름이었다.

 

1차전과 달리 양 팀 타선은 거의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고 분주한 이닝이 이어졌다. 홈런으로 점수를 주고받은 양팀은 이후 추가 득점의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초반 득점이 경기 중반까지 이어졌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준PO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투구로 체력적 문제가 우려되었지만, 경기 중반까지 대응하게 마운드를 지켜주었다.

 

1회 말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변화구 실투로 최정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힘 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투구 패턴과 볼 배합에 변화를 주면서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이에 맞선 SK 선발 윤희상 역시 젊은 선수답지 않는 경기 운영능력을 보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롯데 타선은 윤희상의 유인구를 잘 골라내며 투구 수를 늘리고 수 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윤희상을 상대로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포스트 시즌 롯데의 새로운 수호신, 김성배)

 

 

 

이처럼 선발 투수들의 호투가 주도하던 경기 흐름은 불펜이 가동된 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6회와 7회 양 팀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공세를 주고받으며 경기를 더 뜨겁게 했다. 먼저 SK는 6회 말 공격에서 롯데의 불펜 승부수를 무너뜨리면서 승기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롯데는 1사 1, 2루 위기에서 투구 수 80개를 넘기며 구위가 떨어진 선발 송승준을 내리고 마무리 정대현을 조기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던졌다.

 

더 실점한다면 경기를 뒤집기 어렵다는 롯데 벤치의 승부수였다. 2차전을 잡지 못하면 사실상 시리즈를 내줄 수 있는 절박함에서 나온 불펜 운영이었다. 정대현은 첫 타자 김강민을 삼진 처리했지만, 타격감이 좋았던 조인성을 넘지 못했다. 조인성은 정대현의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롯데는 예상치 못한 실점을 허용했고 SK는 승리를 굳히는 득점이었다.

 

불펜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정대현이 무너진 롯데는 팀 분위기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3점 차에서 SK의 박희수, 정우람 두 불펜 에이스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여기서 SK는 잇따른 대타 작전으로 좋은 공격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다. 추가 점을 더 올려 승부를 완전히 결정지으려는 의도였다. 박진만 대신한 이재원은 볼넷을 얻으며 득점 기회를 계속 이어갔다.

 

롯데는 조인성에 2타점 2루타를 허용한 이후 흔들린 정대현을 내리고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승부수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수비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조동화를 대신해 대타로 나선 모창민의 중전 적시타는 SK의 추가 득점을 예상하게 했지만, 중견수 전준우의 멋진 홈 송구는 4 : 1 에서 5 : 1 되는 것을 막았고 롯데가 반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1 : 4로 뒤진 롯데는 7회 초 곧바로 반격 기회를 잡았다. 그 기회는 수비에서 빈틈을 보인 SK가 제공했다. SK는 6회 말 계속된 대타 작전 이후 수비이동이 불가피했다. 유격수는 신예 최윤석이 박진만을 대신했고 우익수 조동화는 임훈이 대신했다. SK는 1차전 불펜 운영 순서대로 엄정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승리를 지키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었다.

 

 

 

(4안타로 타격 페이스 되 찾은 전준우)

 

 

 

여유가 있는 점수 차였지만, 엄정욱은 변화구에 의존하는 자신감 없는 투구를 했다. 여기에 내야 수비의 빈틈이 나타나면서 롯데는 추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무사에서 나온 전준우의 내야 안타는 유격수 최윤석이 조그만 빨리 움직였다면 아웃시킬 수 있는 타구였다. 이어진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역시 아웃 카운트를 하나를 늘려야 하는 타구였지만 실책이 되면서 롯데는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엄정욱의 폭투는 롯데 타선에 더 불타게 만들었다. 롯데는 문규현의 내야 땅볼로 4 : 2로 점수 차를 좁혔고 1사 2루의 득점 기회를 계속 이어갔다. 이어 나온 김주찬의 1타점 2루타는 SK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SK는 불펜 에이스 박희수를 급히 마운드에 올리며 리드를 지키려 했지만, 박희수는 1차전 때 보여준 완벽투를 재현하지 못했다. 롯데의 상승세에 그 또한 부담을 가진 듯 보였다.

 

롯데는 조성환을 대타로 기용하며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했다. 부상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한 조성환은 박희수의 바깥쪽 공을 중전 안타로 연결했고 롯데는 4 : 4 동점을 이룰 수 있었다. 패배의 문턱에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롯데였다. SK는 그들답지 않은 수비의 빈틈을 보였고 롯데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6회 말 공격 때 추가 득점을 위한 대타 작전이 SK에 부메랑이 된 것이다.

 

이후 승부는 다시 팽팽한 불펜 대결로 전개되었다. 롯데는 수호신 정대현이 무너졌지만, 또 다른 수호신 김성배가 있었다. 김성배는 7회 말 1사 3루의 위기에서 SK 중심 타선을 상대로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한고비를 넘겨주었고 9회 말 1사 2루의 끝내기 패배 위기마저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롯데의 승리 희망을 계속 이어가게 해주었다. 준 PO 부터 계속된 등판으로 피로가 쌓인 김성배였지만 구위가 살아있었고 위기에서도 담대한 투구를 하며 롯데 마운드를 굳건히 지켜냈다. 

 

 

 

(홈런으로 말한 4번 타자 홍성흔)

 

 

 

김성배의 무실점 투구 속에 롯데는 10회 초 SK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천금의 득점을 얻으며 승리에 한 걸은 더 다가섰다. 그 시작은 4안타 경기를 하면서 맹활약을 펼친 전준우의 몸맞는공 출루였다. 전준우는 몸쪽 공을 피하지 않는 근성을 발휘했고 이어나온 황재균은 중전 안타를 때려내면 정우람을 압박했다. 강심장의 정우람이었지만, 연장까지 간 승부에서 2이닝 투구는 부담스러웠다.

 

문규현의 기습번트 실패로 2사 2, 3루가 된 상황에서 SK 벤치는 3안타로 타격감이 좋은 김주찬을 고의 4구로 내보내고 교체 수비로 투입된 정훈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좌완 투수에 맞설 대타가 없는 롯데는 정훈의 패기에 기대해야 했다. SK에 쉬운 타자로 여겨졌던 정훈이었지만 정우람은 쉽게 승부를 하지 못했고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롯데나 SK 모두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SK는 3점 차의 리드를 수비 불안으로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철벽이라 여기지던 불펜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SK는 10회말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나온 최대성을 상대로 박정권, 조인성이 안타를 때려내면서 마지막 공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후속타 불발로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정대현의 조기 투입이 실패했지만 이어 나온 불펜진이 제 역할을 100% 이상 해주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롯데로서는 패배 일보 직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상승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PO 2차전에서의 롯데는 흐름을 놓치면 스스로 무너지던 예전의 롯데가 아니었다. 1차전에서 롯데는 좋은 경기를 하고도 빈틈없는 플레이를 한 SK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2차전에서는 SK가 보인 빈틈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찬스에도 강한 1번타자 김주찬)

 

 

롯데는 1번 김주찬의 타격 페이스가 완벽하게 돌아왔고 하위 타선에 배치된 전준우가 타격의 부담감을 덜고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팀 타선이 살아나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 승리를 더 기쁘게 했다. 손아섭의 부진이 아쉬웠지만 4번 홍성흔이 홈런을 기록하면서 이를 잘 메워주었다. 다만 5번 타순에 배치된 박종윤의 타격 부진이 거듭된 것이 고민스러운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믿었던 정대현이 친정팀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는 점도 또 한가지 고민이 될 전망이다. 롯데로서는 팀의 마무리 역할을 해야 할 정대현, 김사율이 1, 2차전을 통해 모두 불안감을 노출했다. 불펜진 운영의 변화가 필요한 롯데다. 다만 김성배가 연일 호투를 하면서 불펜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2차전 마무리 투수로 나선 최대성이 위기를 넘기며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을 큰 수확이다.

 

역전승한 롯데와 달리 SK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힘든 PO를 치르게 되었다. 그들답지 않게 SK는 2차전에서 수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고 수비와 불펜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1차전에서 보였던  완벽한 그들이 아니었다. 승리를 낙관한 방심도 이에 영향을 주었다. SK로서는 역전패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다시 살리는 것이 급해졌다. 상승세를 탄 롯데와의 사직 2연전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싱겁게 끝날 수 있었던 PO였지만, 롯데의 2차전 극적인 승리로 접전 양상으로 그 분위기가 바뀌었다. 롯데는 떨어진 팀 분위기를 상승세로 반전시켰다. 천적과도 같았던 박희수, 정우람 두 좌완 불펜을 상대로 일군 역전승은 롯데 선수들의 자신감을 높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SK는 풍족한 선발 투수진이 있고 선수층도 더 두텁다.

 

남은 PO는 도전자 롯데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와 SK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승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과 벤치는 더 힘든 시리즈가 되었지만,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한층 더 재미있는 플레이오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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