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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또 하나의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의 전격 사퇴, 그리고 퇴진이 그것이다. 올 시즌 들어 벌써 세 번째 감독의 중도 퇴진이다. 롯데가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던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기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결국, 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직후 보도되었던 양승호 감독의 사의 표명은 사실이었다. 최근 구단과 양승호 감독의 면담 역시 11월 아시아 시리즈와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것이 아닌 양승호 감독의 사퇴와 관련한 자리였다. 언론의 보도는 양승호 감독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구단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사퇴 표명 직후 그 문제가 잘 매듭되었을 거라 믿었던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양승호 감독은 전임 로이스터 감독과의 계약이 무산된 이후 롯데의 파격적 선택으로 감독에 선임되었다. 오랜 기간 프로 무대를 떠나 대학야구팀을 이끌던 프로야구 감독경험이 없는 무명 감독의 선임에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양승호 체제에 대해 팬들은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초반 양승호 감독은 초보 감독이 겪는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성적마저 하위권으로 처지며 위기를 맞이했다.

 

팬들은 양승호 감독에서 무색무취, 로이스터의 유산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식으로 비판 일색의 반응이었다. 성적마저 떨어지면서 그에 대한 비난 수위는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롯데는 상승 반전했고 정규 리그 2위에 오르면서 그에 대한 비판은 찬사로 바뀌었다. 올 시즌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지는 전력으로 평가되었음에도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하면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명 양 떼 야구로 불리는 불펜 야구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는 올 시즌이었다. 올 시즌 롯데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층 높아진 불펜을 구축했다. 롯데의 고질적인 약점이 불펜이 롯데의 강점으로 변화했다. 이를 통해 롯데는 이대호가 빠진 타선의 약화와 장원준이 빠지면서 생긴 선발 투수진의 약화를 메우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비록 롯데 특유의 화끈한 공격력이 떨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팀컬러를 성공적으로 바꿨다는 것은 양승호 감독의 역량이 발휘된 결과였다. 롯데는 단단한 불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끈끈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롯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질긴 야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과거 스스로 무너지던 롯데의 가을야구가 아니었다. 매 경기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투혼의 야구를 절대 열세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롯데는 준PO 열세의 예상을 깨고 두산에 승리하면서 오랜 숙원과 같았던 포스트 시즌 시리즈 승리에 성공했다. 이어진 PO에서도 롯데는 SK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SK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20년을 넘게 기다렸던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은 내년시즌으 과제로 미뤄졌다. 비록 PO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롯데로서는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이로인한 전력 누수를 극복한 결과였기에 패배가 절대 부끄럽지 않았다.

 

이렇게 양승호 감독은 전임 로이스터 야구를 넘어 롯데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포스트시즌 울렁증을 선수들이 어느 정도 극복했고 위기에 대한 대체 능력도 한층 더 좋아졌다. 롯데가 더 좋은 팀으로 가는 중요한 경험을 한 올 시즌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에도 양승호 감독이 더 좋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양승호 감독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이었다. 올 시즌 롯데는 이대호, 장원준이 빠진 자리를 정대현, 이승호 두 FA 선수로 메우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빠진 전력보다는 불펜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것을 더 강조했다. 전력 보강은 분명 있었지만, 롯데가 생각하는 전력과 외부에서 보는 롯데의 전력은 괴리가 있었다.

 

올 시즌 많은 전문가들은 롯데의 4강이 쉽지않다는 전망을 했다. 그럼에도 롯데 구단은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롯데가 영입했던 정대현, 이승호는 막상 시즌이 시작된 이후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이용훈, 김성배, 이명우 등 기존 선수들의 활약과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유먼의 깜짝 활약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양승호 감독은 기존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정대현에 충분한 재활 시간을 주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롯데는 과거 기량을 회복한 정대현의 완벽투를 바탕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메우기에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고 선발투수진의 붕괴는 롯데는 시즌 내내 힘들게 했다. 즉,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있는 전력이었다. 2년 연속 PO 진출 실패를 감독으로만 돌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양승호 감독은 1년 더 남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구단의 만류가 있었지만, 양승호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였다. PO가 끝난 이후 양승호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이 통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보는 평가와 달리 양승호 감독은 가혹하리만큼 스스로에 관대하지 못했다. 사실 양승호 감독은 수시로 성적에 대한 강한 압박감을 토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부담은 양승호 감독의 사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양승호 감독 사퇴설이 보도된 이후 양승호 감독과 구단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구단은 양승호 감독에 힘을 더 실어주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한국시리즈에 치러지는 동안 급변했다. 양승호 감독의 코칭스탭 선임 권한이 없었다는 등 구단과 감독간 불협화음에 대한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구단과 양승호 감독과 관계가 원만한 것은 아니었는 방증이었다. 과연 양승호 감독의 사퇴가 그만의 의사였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올 시즌 구단들의 감독 해임과정을 볼 때 롯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년 연속 팀을 PO까지 진출시킨 감독이 그렇게 완강하게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과거 로이스터 감독의 결별 과정과 같이 구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 구단은 사퇴 의사를 보인 양승호 감독과 함께할 마음이 과연 있었을까 하는 점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 속사정이 어찌 되었건 양승호 감독의 퇴진은 사실이 되었다. 롯데는 당장 11월 초 치러지는 아시아 시리즈를 감독대행 체제로 나서야 한다. 구단 FA 선수들의 계약문제와 함께 내년 시즌 전력보강이 시급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가 나온 롯데다. 여러 후보가 벌써 부터 거론되고 있지만 빈약한 인재풀을 고려할 때 롯데의 우승과 분위기 쇄신을 이룰 수 있을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감독으로 부임하던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롯데로서는 양승호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진으로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다시 추스를 필요가 있지만, 선수들의 동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빠른 감독 선임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신망이 두터웠다. 성적에 대해 어느 팀 감독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만, 이를 스스로 극복하고 선수들의 이끌었다. 누가 새로운 감독이 되더라고 독이든 성배를 마시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롯데는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감독교체를 다시 선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전력보강에 대한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어 한다. 롯데 스스로 가지고 있는 우승전력이라는 생각은 분명 강한 착각이다. 지금 전력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과연 롯데가 양승호 감독의 퇴진을 어떻게 수습할지 다시 감독이 선임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겠지만,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룬 감독이 등 떠밀리 듯 사퇴하는 현실이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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