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우리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한화의 박찬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40살을 넘긴 나이를 생각하면 새삼스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결과물들은 그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게 한다. 올 시즌 종료 직후 많은 야구 팬들은 한 해 더 마운드에 선 박찬호를 기대했다. 그만큼 박찬호는 야구팬들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를 것 같은 영웅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시작 전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해외파 선수들의 국내 복귀였다. 박찬호를 시작으로 김병현, 이승엽, 김태균이 가세한 프로야구는 흥행을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의 인기를 한층 더 높이는데 이들의 존재는 큰 힘이 되었다. 그중에서 코리안특급이라 불리며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박찬호는 팬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였다.

 

전성기를 훨씬 지나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그였지만, 그가 국내 마운드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야구 팬들의 기대가 컸다. 연봉협상과정에서 연봉 전액을 기부하는 통 큰 행보는 박찬호에 대한 대우에 고심하던 한화의 고심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 투수의 면모를 보이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박찬호에 있어 고국 무대로의 복귀는 그만큼 의미가 크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박찬호는 열악한 국내 프로야구 인프라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성실한 자세로 시즌을 보냈다. 과거와 같은 강속구는 아니었지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기 운영능력과 생소한 변화구를 앞세워 노장의 힘을 보여주었다. 선발진이 붕괴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는 박찬호의 투혼으로 시즌 초반을 버틸 수 있었다. 

 

 

 

  

일찌감치 최하위로 쳐진 한화였지만, 박찬호마저 무너졌다면 더 참담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애초 5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던 박찬호는 이후 류현진과 더불어 한화의 원투펀치 역할까지 해야 했다. 그만큼 한화의 사정이 좋지 못했다. 박찬호는 연패를 끊는 스토퍼로서 보이지 않게 팀에 기였다. 승운마저 따르지 않으면서 승수 쌓기에 실패했지만, 시즌 초반 박찬호의 투구는 40대 노장의 그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찬호의 투혼을 뒷받침하기에 그의 몸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 여름이 되면서 박찬호는 체력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그의 구질에 대한 타자들의 적응력도 높아졌다. 위력이 떨어진 구위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잔 부상이 이어지면서 박찬호는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없었다. 세월의 흐름을 그도 거스를 수 없었다.

 

시즌 후반기 박찬호는 선발 로테이션의 상당 부분을 걸러야 했다. 시즌 막판 복귀하긴 했지만, 좋았을 때 투구를 회복하지 못했다. 시즌 5승 10패, 방어율 5.06, 선발 투수로서 평균 이하의 성적이었다. 한화의 침체된 분위기가 야수들의 지원 부족도 이러한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소속팀 한화 역시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긴 세월을 넘어 복귀한 국내 무대에서 박찬호는 영광보다 상처가 더 많았다.

 

이러한 성적은 박찬호에게 은퇴를 고려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성적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투혼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잦은 부상과 구위 저하 현상은 박찬호 스스로 선수생활 지속에 갈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계속된 성원과 류현진마저 떠나면서 전력이 더 약해진 소속팀 한화의 사정은 박찬호가 쉽게 은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요인들이었다. 그 자신도 더 좋은 성적을 남기고 멋지게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박찬호는 쉽게 은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분위기는 한 해 더 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주류를 이루었다. 

 

박찬호의 고민이 계속되는 사이 한화는 김응용 감독체제로 팀 분위기를 일신했다. 한화는 변화된 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박찬호가 1년 더 선수생활을 하기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보호선수 명단 제출에 박찬호는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한화는 선수로서의 박찬호가 필요했다. 성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에이스 류현진과 또 다른 선발요원 양훈마저 입대하면서 더 허전해진 선발 로테이션을 채워줄 투수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그에 대한 팀의 기대치가 커진다는 것은 은퇴를 앞둔 선수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신임 김응용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메이저리그 야구를 경험한 박찬호의 자유분방함이 융화되기 어려운 여건은 은퇴쪽으로 그의 마음을 기울어지게 했을 가능성도 높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편안한 환경에서 하고 싶었을 박찬호로서는 변화된 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고심의 결과는 코리안특급의 질주를 스스로 멈추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였고 최고의 성공을 이룬 영웅이었다. 박찬호로 인해 메이저리그 대한 야구 팬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거구의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에서 팬들은 열광했다. 그가 소속된 LA 다저스 같은 팀들은 국민팀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많은 국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 러쉬를 이루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국내 야구가 위축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만큼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활약은 눈부셨고 국내 프로야구 팬들의 눈높이를 높일 수 있게 했다. 박찬호가 활약하던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의 활약은 지친 국민에게 최고의 영양제와 같았다. 그는 메이저리거 이전에 국가대표였다.

 

물론 화려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 FA  계약 후 박찬호는 계속된 부상과 이에 따른 구위 저하로 침체기에 빠졌다. 먹튀라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너무나 비교되는 성적은 이런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FA계약 이후 그의 메이저리그 생활도 이대로 끝날것 같았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함께 가진 그가 힘든 재기의 과정을 거칠 이유도 그리 많지 않았다.

 

박찬호는 포기보다는 계속된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재활에 매달렸고 새로운 구종을 개발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복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그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 박찬호는 묵묵히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30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 메이저리거로 재기에 성공했다.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찬호는 이후 일본 오릭스를 거쳐 고향팀 한화로 돌아왔다. 10년이 훨씬 넘는 해외생활 이후 귀환이었다. 돌아온 박찬호는 예전의 코리안 특급은 아니었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위력을 보이긴 힘들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결과를 떠나 그가 경기장에 나서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 큰 행복이었다. 박찬호의 등판 경기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제 박찬호는 그의 질주를 스스로 멈췄다. 때마침 박찬호가 은퇴하는 시점에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한다. 박찬호와 달리 류현진은 우리 리그의 성적을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박찬호는 누구보다 류현진이 자신을 뛰어넘는 활약을 해주길 기대할 것이다. 이 또한 박찬호의 성공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박찬호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간 개척자였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영웅이었다. 시련을 이겨낸 의지의 선수이기도 했다. 그가 오랜 기간 해외에서 축적한 노하우는 우리 프로야구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물론 박찬호가 야구계에서 그의 또 다른 인생을 펼쳐야 가능할 일이다. 팬들도 코치나 감독으로서의 박찬호를 기대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이 어떻게 이어지던, 박찬호가 어떤 길을 가던 그가 남긴 발자취는 우리 프로야구의 중요한 역사이고 기록들이다. 앞으로 그를 이을 제2, 제 3의 박찬호가 나오길 기대하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박찬호에 박수를 보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