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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오랜 무명생활 끝에 빛을 보는 선수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것도 10년을 넘게 1, 2군을 전전했다면 인간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 전에 상당수 선수들은 다른 길을 찾게 되고 프로야구를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롯데 내야진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가치를 높인 박준서는 이 점에서 이에 딱 맞는 선수라 할 수 있다.

 

박준서는 2001년 SK에 신인 선수로 입단한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02년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수비전문 선수로 1군 선수의 부상 때 잠깐 1군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04년 롯데에서 86경기를 뛰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 긴 침체에 빠져있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큰 특징이 없었던 박준서는 롯데의 내야 경쟁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박준서는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그 역량을 키웠고 우리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스위치 히터로 변신하면서 가치를 높이려 노력했다. 박남섭이라는 이름까지 박준서로 개명하며 야구선수로서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하지만 그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쩌나 생긴 기회는 젊은 선수들이 그를 대신했다. 박준서는 대부분 시즌 1군보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당연히 프로선수의 가치를 평가받는 연봉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준서는 3,5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프로 데뷔 10년차를 넘긴 선수의 연봉으로는 보잘것 없었다. 게다가 30살을 넘은 나이는 언제든 팀에서 방출될 수 있는 위치로 그를 몰아넣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의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박준서는 달랐다. 박준서는 타격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박준서는 올 시즌 2군에서 한 층 파워업 된 공격력을 선보였다. 올 시즌 초반 퓨처스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박준서는 퓨처스리그 타격 부분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좌타석에서 더 큰 강점을 보였다. 박준서가 2군에서 때를 기다리는 사이 롯데 내야진은 잇따른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조성환, 문규현이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기대했던 신인 신본기도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를 대신한 젊은 내야수들의 기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적으로 양적으로 부족한 롯데의 내야진이었다. 이러한 위기는 박준서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온 박준서는 공수에서 팀의 활력소가 되었다. 반짝 활약 후 2군으로 내려가던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한 경기, 두 경기 출전 수를 쌓아가던 박준서는 올 시즌 87경기를 소화했고 프로데뷔 이후 가장 많은 182타수를 기록했다.

 

10년이 넘는 기다림을 견딘 끝에 1군 붙박이 선수가 된 박준서였다. 박준서는 교체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타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타격이 약한 선수였던 박준서였지만, 올 시즌은 하위 타선의 해결사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팀 타선의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롯데 타선에서 박준서의 활약은 돋보였다.

 

여기에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수비 능력을 잦은 부상으로 고심하던 롯데의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주었다. 박준서는 드러나는 성적 이상으로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였다. 프로선수 생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인정받는 시즌은 보낸 박준서였다. 박준서의 가치는 정규시즌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 더 빛을 발했다.

 

박준서는 두산과의 준PO에서 1차전, 4차전 경기 MVP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박준서가 오랜 무명 생활을 떨쳐내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사이 롯데는 2008년 포스트시즌 진출의 염원을 이룬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1차전 3 : 5로 뒤지던 경기 후반 나온 박준서의 극적인 대타 동점 홈런 장면은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린 최고의 순간이었다. 4차전 롯데가 연장 승부 끝에 극적으로 경기를 잡았던 순간에도 박준서는 결승 득점을 하면서 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PO에서 아쉽게 SK에 패하긴 했지만, 롯데는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근성있는 경기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중심에 박준서가 있었다. 박준서가 없었다면 올 시즌 롯데는 내야진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었다. 포스트 시즌에서 역시 박준서는 공수에서 제 못을 다해주었다. 이렇게 박준서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박준서의 변신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는 오랜 무명생활 기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기를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항상 웃음 띤 얼굴 탓에 팬들에게 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만의 노력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현실에 좌절하고 포기했다면 2012년 시즌의 박준서는 나올 수 없었다.

 

이제 박준서는 롯데 내야진에 필요한 선수로 자리했다. 주전으로 뛰지 못하더라도 백업선수로 그 가치는 상당하다. 올 시즌 연봉 역시 대폭 인상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시즌 박준서는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군 복무를 마친 박기혁이 팀에 복귀했고 신본기, 손용석, 양종민, 정훈 등 젊은 선수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박준서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박준서는 오랜 기간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선수다. 1군 엔트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만큼 절실함이 강하다. 올 시즌 활약은 그에게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것이 박준서에게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또 다른 미래를 만드는데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박준서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2012년에 이어 내년에도 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의 작지만 가치있는 성공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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