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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사회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승인이 이루어지면서 파행위기에 빠졌던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축제 분위기에서 열릴 수 있었다. 류현진의 LA 다저스입단 확정 소식은 시상식을 더 훈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후보자들은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마지막까지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포지션도 있었다.

 

특히 장원삼, 나이트가 대결한 투수 부분은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실제 두 선수의 표차는 단 7표에 불과했다. 그리고 수상자는 삼성의 장원삼이이었다. 장원삼은 다승 1위라는 성적과 함께 우승팀 에이스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나이트를 근소하게 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두고 논란이 많다. 장원삼의 성적도 훌륭했지만, 함께 경쟁한 나이트도 이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나이트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올 시즌 회춘한 모습을 보였다. 2.20의 방어율은 3점대 중반의 장원삼을 훨씬 능가했다. 다승 역시 16승으로 장원삼과 1승 차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이닝 소화에서 나이트는 무려 208.2이닝을 임졌다. 장원삼의 157이닝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다. 장원삼이 삼성의 강력한 불펜과 압도적 팀 전력의 도움을 받았다면 나이트는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 속에 얻은 성과라는 점도 성적의 가치를 더 높였다.

 

하지만 나이트는 골든글러브에서 이러한 우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우승팀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하지만 같은 삼성의 진갑용, 박석민 등이 이런 플러스 요인을 안고서도 탈락한 점을 고려하면 이런 이유만으로 나이트의 탈락을 설명하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에 인색한 우리 프로야구의 보이지 않는 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나이트는 외국인 선수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

 

 

 

 

 

 

올 시즌 나이트는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우리 무대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어느 선수보다 팀 공헌도가 높았다. 나이트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벤해켄과 더불어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선발진에 부실한 넥센이었지만, 두 선수의 활약은 넥센의 초반 돌풍을 이끄는 힘이었다. 한 때 넥센이 1, 2위를 차지하며 선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나이트는 힘으로만 밀어붙이던 투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하면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새로운 구질을 익히고 투구 패턴을 바꾸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나이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여기에 그를 괴롭히던 부상까지 걷어낸 나이트는 이닝 이터의 면모를 뽐내며 우뚝 섰다.

 

유난히 외국인 투수가 강세를 보인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나이트는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지난해 7승 15패로 최다 패전을 기록했던 결과를 뒤집은 것이라는 점은 그의 올 시즌 기록의 의미를 더했다. 이러한 성공스토리만으로도 나이트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했다. 하지만 나이트는 마지막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그는 이방인이었고 팀에 필요 때문에 쓰여지는 용병이었다. 우리 프로야구의 최고 축제의 장에 주인공이 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이제 외국인 선수가 각 팀 전력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활약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나이트는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우리 프로야구는 이제 10구단 체제로 접어든다. 10구단 체제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경기력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이는 선수수급의 문제로 이어진다. 당장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질적 저하논란에 휩싸였다. 팀 간 격차는 줄었지만, 하향 평준화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하위팀의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평준화의 이면에는 상위팀의 전력약화가 크게 작용했다. 

 

당장 내년 시즌 9구단 체제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각 팀은 NC에 특별지명으로 선수를 내주며 전력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러한 손실을 메울 대체 전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력을 보강한 NC 역시 경기력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전력의 동반하락이 우려된다.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아마야구의 사정은 새로운 선수수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신인 선수가 프로데뷔 후 바로 주전으로 도약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더 좋은 경기를 팬들에 보여줘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다. 높아진 프로야구 수준에 따라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 쉽지 않은 현실은 외국인 선수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현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구단 체제가 된다면 이러한 요구를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다시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야구의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자연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문호도 넓어져야 한다.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외국인 선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을 언제든 떠나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닌 프로야구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풍토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 나이트의 예를 들더라고 올 시즌 그의 성적은 각종 시상식의 손님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기만 했다. 팀 성적도 분명 작용했지만, 같은 넥센의 박병호, 서건창이 각종 시상식에 단골손님이 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올 시즌 최고 투수로 자리했던 나이트의 겨울은 조금 쓸쓸하게 이어지고 있다. 나이트는 내년에도 넥센의 에이스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고 조기에 재계약을 완료했다. 나이트는 우리 프로야구에 완벽하게 녹아든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우리 프로야구에서 야구 인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도 이를 소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는 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어주지 않았다. 수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애초부터 배제되는 보이지 않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올 시즌 나이트의 예는 아직 해소되지 못한 외국인 선수에 대한 배타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우리 프로야구가 외형을 더 넓히고 세계와 교류하려 한다면 이러한 배타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골든 글러브 시상식과 같은 자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외국인 선수에 대해 별도 시상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프로야구 축제의 장에 함께 하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외국인 선수 역시 우리 프로야구의 구성원이라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우리 프로야구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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