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야구 인생의 2막 화려하게 연 롯데 김성배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새롭게 시도된 제도 하나가 2차 드래프트다. 40인 로스터에 제외된 선수들을 타 구단들이 지명할 수 있는 것인데 팀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선수에게는 기회를 팀들에게는 숨어있는 원석으로 발견할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막상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각 팀들은 뜻하지 않는 수확에 환호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차 드래프트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상당수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그 중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김성배는 가장 눈에 띄는 선수다. 계속되는 부상과 부진, 경쟁에 밀리면서 1.5군 신세를 면치 못했던 김성배는 올 시즌 롯데 불펜의 믿을맨 그 이상이었다. 롯데가 큰 기대를 하고 영입했던 두 명의 FA 불펜 투수 이승호, 정대현이 부진과 부상으로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김성배가 있어 롯데 불펜은 든든했다.

 

김성배의 등장은 극적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 불펜 강화를 위해 외부 영입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시즌 초중반까지 그 활약은 미미했다. 정대현은 부상재활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승호는 구속 저하와 함께 제 켠디션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롯데의 시즌 구상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성배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김성배와 더불어 부상 재화에 성공한 최대성과 이명우, 마무리 김사율을 축으로 롯데 불펜은 지키는 야구를 가능하게 했다. 김성배는 신예 이재곤, 김성호가 부진한 속에서도 1군에서 지속 활약한 잠수함 투수였다. 김성배는 롯데 불펜의 다양성도 유지해 주었다. 이기는 경기에서 김성배는 대부분 등판하다시피 했다.

 

 

 

 

 

 

분명 무리가 가는 등판이었다. 시즌 시작 전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 뒤 늦게 합류한 김성배로서는 부상 우려를 안고 있었다. 김성배는 잦은 등판에도 좋은 투구내용을 지속 유지했다.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한을 풀려는 듯 투구 하나하나에 온 힘을 다했다. 자연스럽게 불펜 투수의 가치를 평가는 홀드가 쌓였고 방어율도 3점대를 유지했다. 롯데에서 가장 안정적인 불펜 투수였다.

 

롯데는 김성배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짧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배는 우타자를 상대로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외각을 흐르는 슬라이더와 제구가 동반된 직구를 중심으로 싱커가 잘 떨어졌다. 무엇보다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김성배의 호투를 이끌었다. 시즌 초반 힘겨운 시즌을 보낸 롯데에 김성배는 보배와 같았다. 

 

고비는 있었다. 2005년 풀 타임 시즌을 보낸 이후 7년 만에 다시 경험한 풀타임 시즌은 체력적인 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여름이 지나고 9월이 되면서 김성배는 구위저하 현상을 보였다. 경기 출장수는 줄었고 팀의 김성배의 이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었다. 그 사이 정대현이 팀에 복귀했고 김성배의 역할 비중은 점점 줄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김성배는 불펜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롯데의 9월 극심한 내림세는 역설적으로 롯데 불펜 투수들에 휴식을 가져다주었다. 김성배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등판으로 지쳐있던 김성배는 기력을 되찾았다. 준PO와 PO에서 김성배는 불펜을 이끄는 핵심이었다. 정대현이 팀의 마무리로 수호신 역할을 했지만, 김성배는 거의 매 경기 등판하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특히 PO에서 김성배는 주력 불펜들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홀로 불펜을 책임졌다. 김성배는 한층 스피드업 된 직구의 비중을 높이면서 과감한 승부를 펼쳤다.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김성배는 타자들을 압도했다. 김성배의 구위를 신뢰한 팀은 김성배의 투구이닝과 등판 횟수를 더 늘릴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PO에서 패했지만, 김성배는 마지막까지 빛난 선수였다. 

 

김성배의 올 시즌 성적은 3승 4패 2세이브, 14홀드였다.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3.21의 준수한 방어율은 불펜 투수로서 그의 가치를 더 높여주었다.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하고도 포스트시즌에서 더 좋은 투구를 했다는 점은 부상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 주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등판은 그에게 큰 경험이 될 수 있다.

 

김성배는 이제 30대 초반으로 접어들었다. 올 시즌 활약이 미미했다면 선수생활의 갈림길에 설 수 있었다. 두산에서 롯데로의 이적은 그의 야구인생을 뒤바꾸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김성배는 변화된 환경을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었다. 정체되어 있던 연봉의 수직 상승은 물론이고 팀 내 위상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야구 인생의 2막이 화려하게 열린 셈이다.

 

김성배의 올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 김성배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과 함께 잠수함 투수로 김성배의 입지는 탄탄하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신진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이재곤이 있고 올 시즌 초반 특이한 투구폼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성호가 1군 엔트리 진입을 노리고 있다. KIA에서 보상 선수로 영입한 홍성민 역시 비슷한 유형의 투수다. 지난해 성적 역시 나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젊고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정대현이 마무리 투수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 불펜에서 잠수함 불펜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김성배가 우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김성배로서는 가지고 있는 구위를 더 가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기간 그를 괴롭혔던 팔꿈치 부상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신임 김시진 감독이 열린 기회를 줄 것이라 천명한 이상 김성배도 안심할 수 없다.

 

 

 

 

 

 

오랜 간 재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프로선수 생활을 접는 선수가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한 때 반짝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선수도 많다. 여전히 2군에서 1군 무대 진출을 위해 땀 흘리는 선수들은 현재 1군 선수들의 몇 배를 더 넘는다. 1군 엔트리 진입이 결코 쉽지 않다. 김성배는 그런 어려움을 이겨냈다. 2005년 8승을 올린 이후 4년간의 무명 생활은 김성배에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김성배는 롯데 팬들에게 꿀성배로 불릴 정도도 큰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김성배의 성공은 2차 트래프트에 대한 인식도 바꿔놓았다. 김성배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량을 갈고닦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성배의 예는 빛을 보지 못하고 2군에 머물러 있는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김성배의 야구 2막은 그 시작이 화려했다. 하지만 그것이 한때의 것으로 머문다면 그의 성공 토리는 순간의 바람에 머무릴 수밖에 없다. 매 시즌 기복 업는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김성배의 가치는 더 상승할 수 있다. 갈수록 불펜 야구의 비중이 커지는 흐름에서 김성배는 그 존재감을 더 높일 수 있다. 그의 내년 시즌은 그 자신은 물론이고 롯데에도 중요하다.

 

내년 시즌 롯데는 팀 전력 구성상 마운드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여야 한다. 올 시즌 달라진 롯데 불펜은 여전히 그 비중이 높다. 김성배는 롯데 불펜의 당당한 주역이다. 김성배가 내년에도 올 시즌과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롯데는 보다더 수월한 마운드 운영이 가능하다. 김성배의 야구 인생 2막이 화려해지면 화려해질수록 롯데의 내년 시즌전망도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