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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잠수함 투수라고 칭하는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는 야구의 정석과는 거리가 있는 투수들이다. 지면보다 높은 마운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고 볼 스피드 면에서 손해를 봐야 한다. 횡으로 주로 변하는 공은 장타 허용의 위험도 높다. 공의 제구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다면 까다로운 투수가 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생소함은 타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떨어지는 싱커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잠수함 투수라면 좌우 타자를 불문하고 상대하기 힘든 투수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롯데의 언더핸드 투수 이재곤은 큰 장점이 있다. 이재곤은 언더핸드 투수로는 드물게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젊은 투수였다. 190센티가 넘는 키에서 밀어 올리는 구질은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었고 종잡을 수 없는 싱커의 위력은 리그 최상급이었다. 여기에 병역까지 마쳤다는 장점까지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 투수라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이재곤은 이미 2010년 시즌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찾았었다. 그 해 롯데는 시즌 초반부터 선발투수 구성에 애를 먹고 있었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은 2군에 머물러 있던 이재곤을 전격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이재곤은 스팟 선발로 한 두 경기 나서면서 숨겨진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시즌 중반 이후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 해 이재곤은 시즌 중반에 1군에 합류했음에도 8승을 거두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신인 투수의 단점인 기복 있는 투구는 있었지만, 가능성의 투수에서 팀의 주축 투수로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킨 시즌이었다. 이재곤의 존재감을 높인 주 무기는 싱커였다. 이재곤은 투구의 반 이상을 싱커로 구사했고 그 공은 무수히 많은 땅볼을 양산하게 했다.

 

 

 

 

 

 

언더핸드 투수에 강하다고 하는 좌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곤은 자신의 공을 믿음을 갖고 자신감 있는 승부를 펼쳤다. 전혀 신인 투수 답지 않은 담대함을 보여주었다. 위기의 순간에도 이재곤의 싱커는 여지없이 땅볼을 유도했고 위기를 벗어나게 했다. 당시 이재곤은 싱커는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한 이재곤은 20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더 높은 도약이 기대되었다. 동계 훈련기간 이재곤의 페이스는 여타 선발투수보다 좋았다. 개막전 선발로 고려될 정도로 이재곤은 경쟁에서 앞섰다. 싱커를 보완할 또 다른 변화구 개발도 순조로 와 보였다. 이강철 이후로 끊어졌던 언더핸드 선발투수의 계보를 이재곤이 이을 것 처럼 보였다.

 

이런 기대는 2011년 시즌 시작 직후부터 깨지고 말았다. 이재곤은 자신의 투구 감각과 벨런스를 잃었다. 제구는 흔들렸고 공의 위력은 반감되었다. 주 무기 싱커는 무디게 떨어졌다. 이재곤의 싱커를 대비했던 타자들은 수월하게 이재곤을 공략했다. 커브와 슬라이더 등 대체할 변화구 역시 좋지 못했다. 이재곤은 시즌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가던 롯데는 이재곤에 많은 기회를 줄 수 없었다. 롯데는 이재곤이 선발 투수로 정착할 것을 기대하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고원준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었다. 이재곤이 부진하면서 롯데의 투수 운영 구상은 어긋났다. 롯데는 투수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고원준이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했다. 이재곤은 어렵게 탈출했던 2군행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이재곤의 선발 투수로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이재곤은 불펜 투수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했다. 2011년 시즌 후반기 이재곤은 불펜 투수로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부진했던 성적도 점점 좋아졌다. 선발 투수에서는 밀렸지만, 불펜 투수 이재곤으로 새롭게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2012년 시즌 이재곤은 불펜투수로 활약이 기대되었지만,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1군 마운드에서 그 존재감을 잃고 말았다. 이재곤은 올해 1군보다 2군에서 주로 활동했다. 2군에서 이재곤은 꾸준히 등판기회를 잡았지만, 기량은 더 퇴보하는 모습이었다. 1군에서 7.2이닝만 투구한 이재곤은 9점대 방어율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성적을 남겼다. 2군에서조차 6점대 방어율로 부활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재곤이 부진한 사이 롯데 마운드의 잠수함 투수 라인업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김성배와 FA로 영입된 정대현을 재편되었다. 이 두 투수는 롯데 불펜의 중심 역할을 했다. 많은 경험과 안정감 있는 투구로 이재곤과 크게 비교되는 투구를 했다. 이재곤은 두 선배의 투수를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아쉬운 2012년을 보낸 이재곤이지만, 내년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치열한 경쟁구도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기존의 김성배, 정대현에 김주찬의 FA 보상 선수로 영입한 홍성민, 산체스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성호, 이재곤까지 풍부한 잠수함 투수 자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유망주 나승현까지 가세하게되면 1군 엔트리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부상만 없다면 정대현, 김성배가 1군에 자리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투수 유형의 중복을 막기 위해서도 1군 엔트리에 추가할 잠수함 투수는 1명 정도다. 최근 2년간 부진했던 이재곤으로서는 1군 진입을 위한 생존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여기서 밀리는 선수는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해야 한다. 경쟁의 무게감이 절대 가볍지 않다.

 

최근 2년간 투구감각을 잃어버린 이재곤으로서는 힘겨운 스프링캠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명의 설움을 이겨내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가던 이재곤에게 큰 시련이 시간이 닥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곤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성적만 본다면 가장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재곤이 더 긴장하고 더 많이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다.

 

이재곤은 장점이 많은 투수다.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버틸 이닝이터의 능력도 있고 싱커만 제구되면 불펜 투수로도 매력적이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싱커볼을 가지고 있다.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유연한 몸도 타고났다. 일찌감치 병역 문제를 해결한 탓에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었다. 흐트러진 투구감각만 되찾는다면 2010년의 좋았던 모습을 재현할 가능성이 많다.

 

이재곤으로서는 투수조련에 강점이 있는 김시진 감독, 정민태 코치 체제가 반가울 수 있다. 현재 롯데의 코칭스탭은 이재곤이 다시 일어설 수있도록 하는 조력자로 손색이 없다. 이재곤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재곤으로서는 연습 경기 과정에서부터 최선을 다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

 

 

 

 

 

 

과거 절실하게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해 노력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는 이재곤이다. 이재곤의 추락은 기술적인 면도 크게 작용했지만, 자신감 상실에 의한 부수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이재곤은 선발투수로서 실패를 경험한 이후 스스로 흔들렸다. 잘하겠다는 의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선은 자신에 대한 믿음부터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내년 시즌 구상에서 언더핸드, 사이드암 투수의 비중은 상당하다. 기량이 검증된 투수에 재능있는 젊은 투수들도 많다.이들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선발진과 불펜진의 동시 강화를 노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내부 경쟁을 더 반길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이재곤은 이런 경쟁이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평범한 투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재곤이 2010년과 같은 선발투수로 자리한다면 롯데는 선발투수진의 다양화와 더불어 불펜 운영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 불펜에서 롱 맨 역할을 할 수만 있어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자신도 또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이재곤으로서는 2010년의 호 성적이 한 때의 바람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기 위해서는 당장의 1군 엔트리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이재곤은 재능이 있고 젊은 투수다. 롯데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의 부진은 혹독한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이 고비를 넘겨야 더 높은 도약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1, 2군을 오가는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이재곤이 2013년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지 내년 시즌 스프링 캠프가 이재곤에게 소중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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