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프로야구 각 팀의 연봉협상이 한창이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으려 하고 구단은 그들의 방침을 지켜내려 한다. 당연히 인상요인이 많은 선수와 구단의 줄다리기는 필연이다. 몇 몇 선수들의 동계훈련 직전까지 그 줄다리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구단은 빠른 연봉협상을 하고 싶지만, 매 년 연봉협상은 선수와 구단의 또 다른 전쟁과 같았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연봉 협상과정에서 새롭게 존재감을 인정받는 선수들도 등장한다. 유망주의 틀을 깨고 팀의 중심 선수로 자리하거나 무명의 터널을 벗어나 주축 선수로 거듭난 선수들은 오랜 기다림에 대한 대가를 받고있다. 특히 10년이 넘는 기다림끝에 억대 연봉에 진입한 선수들의 기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억대 연봉자가 많아졌지만, 1억 원을 넘는 연봉은 그 선수의 팀 내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다.

 

롯데의 박종윤 이번 연봉 협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다. 박종윤은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당당히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상당수 선수들의 젊은 후배 중 그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억대 연봉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낸 값진 선물이다.

 

박종윤은 2002년 프로 입단 이후 그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는 그림자 같은 선수였다. 그의 포지션이 1루수였다는 점도 그에게 부담이었다. 거포들의 수비포지션인 1루수 자리에 박종윤은 뭔가 부족한 선수였다. 좌타자의 이점에 큰 신장은 분명 장점이었지만, 타격에서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기회는 오지 않았고 그는 프로데뷔 이후 주로 2군에서 뛰어야 했다. 간간히 1군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출전에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이런 박종윤에게 기회가 열린 것은 2009시즌부터였다. 때마침 롯데는 길었던 침체기를 벗어나 상위권 팀으로 도약하는 과정이었다. 팀은 더욱 더 공격적인 색채를 강하게 띄었다. 박종윤 앞에 철옹성같이 버티고 있던 이대호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3루로 포지션을 변동하면서 박종윤에게 출전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수비만큼은 자신이 있었고 최고 기량을 뽐내던 박종윤은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타격에서도 팀 기여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경기 후반 대수비 요원으로 기용되던 박종윤은 점점 선발 출전 횟수를 늘렸다. 1, 2군을 오가던 팀에 위치도 붙박이 1군 선수로 더 확고해졌다. 오랜 무명생활에서 조금씩 벗어난 박종윤은 2010년 110경기를 소화하면서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고비는 있었다. 2011시즌 이대호가 다시 1루수로 복귀하면서 박종윤의 출전경기는 다시 줄었다. 2010시즌 300타수를 넘었던 박종윤은 다시 대타, 대수비 전문선수로 돌아가야 했다. 박종윤은 수비를 잘하는 백업 내야수로 계속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박종윤은 경기 출전 때마다 온 힘을 다했고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종윤은 늦은 걸음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2012시즌 박종윤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로 공석이 된 주전 1루수 자리에 박종윤 이상의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2012시즌 투수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수비가 좋은 박종윤은 이런 달라진 팀 분위기 속에 주전으로 풀 타임 시즌을 보내게 되었다. 그에게는 10년을 넘게 이어온 꿈이 실현된 시즌이었다.

 

강한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2012시즌은 순조로웠다. 박종윤은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을 이끌었다. 주력 타자들의 부진 속에 박종윤은 홀로 빛났다. 리그 타격 각 부분 상위권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잠재된 타격 본능이 깨어난 것 같았다. 박종윤은 부진하면 바로 교체되던 백업 선수가 아니었다. 경기 출전을 확실히 보장받은 박종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더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하위 타선에서 시즌을 시작한 박종윤은 시즌 중반 팀의 중심타선까지 그 위상이 상승했다. 박종윤은 타격에서도 팀의 중심선수가 되었다. 박종윤은 롯데에 부족한 좌타선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해주었다. 롯데 타선의 다양성을 박종윤이 채워주었다. 박종윤의 새로운 야구인생이 활짝 피어나는 2012시즌 모습이었다.

 

하지만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박종윤은 시즌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야 했다. 긴장된 승부가 이어지면서 쌓인 피로는 박종윤을 지치게 했다. 박종윤의 타격 성적도 급전직하했다. 박종윤은 지속된 타격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런 흐름은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졌다. 박종윤은 떨어진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는 그의 몸을 더 경직시켰다. 이는 자신감 상실과 연결되었다. 숨막히는 승부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박종윤은 코칭스탭의 계속된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롯데의 아쉬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와 더불어 박종윤의 2012시즌도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박종윤은 2012시즌 121경기 416타수에 타율 0.257, 홈런 9개, 47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안타는 생에 첫 시즌 100안타를 돌파하며 107개를 때려냈다. 풀 타임 첫 시즌을 보낸 선수로선 괜찮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초반 무서운 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후반기 하락세는 그 폭이 너무나 컷다. 이는 시즌 성적의 전후반기 편차를 크게 만들었다.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기 분명히 드러난 시즌이었다.

 

어렵게 주전 1루수 자지를 차지한 박종윤이지만, 2013시즌은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붙박이 1루수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체력보강과 더불어 타격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성적은 거포형 1루수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수비형 1루수로 풀 타임 주전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홈런과 타점에서 그 수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박종윤은 큰 경쟁 없이 주전자리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새로운 경쟁구도를 이겨내야 한다. 한화로부터 영입한 장성호는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1루 수비가 가능한 선수다. 박종윤이 타격에서 부진하다면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롯데가 기대하는 좌타 거포 김대우의 존재도 변수다.

 

롯데는 김대우를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우는 외야와 1루수 모두 소화가 가능하다. 김대우가 공격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주전으로 전격 발탁될 수 있다. 여기에 팀의 주장으로 다시 선임된 베테랑 조성환 역시 체력 안배를 위해 1루수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좌투수를 상대로 한 플래툰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박종윤이 이에 해당할 수도 있다. 

 

박종윤으로서는 주전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이는 그도 잘 알고 있다. 더 약해진 공격력 약화를 극복해야 하는 롯데로서보다 더 공격적인 라인업 구성이 필요하다. 박종윤이 공격에서 비교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새로운 대안 마련을 할 가능성이 높다. 2013시즌에서 박종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박종윤은 넘치는 투지와 근성, 성실함으로 차곡차곡 계단을 밟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선수다. 한 때 반짝하는 선수라기보다는 오랜기간 내공을 쌓아온 선수다. 지난 시즌 주전 1루수로의 경험은 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윤은 긴 호홉이 필요한 장기 레이스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주전 1루수는 그가 다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오랜 그림자 선수생활에서 벗어난 박종윤이 더 빛나는 2013시즌은 또 다른 도전의 연속이다. 박종윤이 어렵게 찾은 존재감과 팀 내 입지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지 그의 계속된 도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