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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했던 기아타이거즈가 드디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전신인 해태타이거즈 이후 처음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오랜 암흑기를 이겨내고 이루어낸 정규리그 우승에 축하를 보냅니다.

롯데와 기아는 2000년대 들어 하위권을 함께 전전하면서 알수 없는 유대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팬들 사이에 롯기동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가을야구에 대한 염원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롯데는 오랜 숙원을 이뤘지만 기아는 또 다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롯데와 함께 전국구 팬들이 가장 많은 기아이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 했을 것입니다.

이런 기아가 오랜 침묵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을 했습니다. 시즌 초, 주전들의 거듭된 부상과 마무리 한기주 선수의 부진이 겹치면서 큰 고비를 맞이했지만 뚝심있게 이를 이겨냈고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기아의 우승은 이종범 선수를 중심으로 한 노장과 안치홍 선수로 대표되는 신진급 선수들의 조화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침체되었던 중견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거대한 태풍을 만들어 냈습니다. 없던 전력이 생겼다기 보다는 잠재된 힘이 올 시즌 폭발했다고 해도 되겠네요.

전력적으로 보았을 때 꾸준한 선발진은 우승의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구톰슨, 로페즈 두 외국인 선수는 부상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었고 함께 두자리 승수를 올리면서 작년에 없던 보너스 승수를 올려 주었습니다. 20승 이상의 플러스 알파는 기아의 시즌 운영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두 선수를 축으로 좌완 양현종 선수가 유망주 딱지를 떼고 선발의 한 축을 맡아 주었습니다. 여기에 윤석민 선수가 WBC 후유증을 극복하고 가세해 주었고, 만족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서재응 선수가 로테이션을 꾸준히 이어주었습니다. 한기주 선수의 부진은 유동훈 선수가 뒷문을 잘 막아주면서 극복했습니다. 유동훈 선수는 0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면서 수호신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그가 시즌 초 부터 마무리를 맞았다면 세이브왕의 그의 차지였을 것입니다.

조범현 감독은 초반 부진에도 6선발 체제를 이어가면서 투수력을 비축했고, 계투진의 투구수도 조절해 주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8월 스퍼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선발진의 활약은 감독의 기다림이 이루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범현 감독은 초반 부진할 때, 조뱀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고 팬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급하지 않았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것은 8월의 폭풍으로 나타났습니다. 9월에 SK의 무서운 질주와 함께 위기도 있었지만 8월달의 선전은 결국 기아를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기아팬 중에 이제 그를 조뱀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겠지요?

기아의 우승에서 김상현 선수의 믿을 수 없는 변신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닐까요? LG에서 만연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선수, 힘은 있으나 정교함이 없는 그저그런 백업 선수가 기아에 와서 최고의 슬러거로 거듭났습니다. LG에서 백업 자리도 없어 떠밀려 트레이드된 선수가 이런 변신을 할줄은 누구도 몰랐습니다. 그는 기아에서 공포의 타자가 되었고 기아의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그의 활약은 잠들어 있던 최희섭 선수를 깨우면서 기아 타선 전체를 강화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후반기 기아 타선은 중요한 순간 장타와 적시타로 득점력이 높아졌고 투수들의 호투를 잘 뒷받침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선수, 이종범 선수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작년부터 무언의 은퇴 압력을 받았던 그였지만 끝까지 현역을 고집한 그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부상으로 외야진이 허약해 졌을 때 그 공백을 훌륭히 메운것은 물론, 활력있는 플레이로 젊은 선수들의 분전을 이끌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몇 차례 위기때 마다 그를 중심으로 기아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고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기아였습니다. 하지만 현역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이종범의 존재는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백전노장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남다른 느낌이었을 그의 인터뷰를 보니 제 마음도 뭉클해 지더군요.

이제 기아의 돌풍은 정규리그 우승을 넘어 한국시리즈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기아는 윤석민 선수가 복귀하면서 강력한 선발진을 가동할 수 있습니다. 이종범 선수 외에 가을야구 경험을 한 선수가 거의 없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남은 기간 기아가 어떻게 대비해서 포스트 시즌을 임할지 기대됩니다.

기아의 우승을 보면서 롯데팬으로서 축하도 보내지만 부러운 마음도 듭니다. 가을야구의 가장 아래층에서 올라가야 하니 말이죠.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겠지요? 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켜서 기아와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롯기 동맹이 깨질지도 모르지만 기분좋은 상상을 해 봅니다.


(기아의 폭풍같은 질주는 가을야구에서도 그대로 재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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