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그리고 준 플레이오프 탈락, 오랜 기간 암흑기를 보냈던 롯데에게 최근 2년의 성적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주었습니다. 다른 팀들의 가을야구를 지켜보기만 했던 롯데 팬들은 가을 야구에 대한 목마름이 너무나 컷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경기장의 피켓에는 "가을에도 야구하자." 라는 구호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팬들의 열망을 롯데는 2시즌 연속으로 4강에 오르면서 어느정도 실현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2차례 1회전 탈락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최근 롯데의 이러한 성적에는 이방인 감독인 로이스터가 함께 했습니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롯데 구단은 어느 구단도 생각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감독을 선임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의 제리 로이스터, 메이저리그를 잘 안다는 사람들 한테도 생소한 흑인 감독은 롯데의 사령탑이 되었습니다. 팬들을 그에게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성적 부진에 따른 잦은 감독교체,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한 선수들에게 이방인 감독의 등장은 커다란 충격내지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던 팬들에게도 외국인 감독은 낯설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과연, 로이스터 감독은 야구계의 히딩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롯데를 거쳐간 또 하나의 실패한 감독이 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롯데는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2년간 롯데 자이언츠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성적에서 2년 연속 4강에 오르면서 팬들의 기대를 어느정도 충족시켜주었습니다. 꼴데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팀의 성적은 큰 향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수들은 승리 경기가 많아지면서 좀 더 활력있는 플레이를 해 주었고 개인 기록면에서도 큰 향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선발투수들에 대한 강력한 신뢰는 조정훈, 장원준, 송승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영건 3인방을 구축하게 했습니다. 타선도 기복이 있었지만 어느팀에도 뒤지지 않는 화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선발진과 강한 타력은 롯데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최소한 경기에서 패배보다는 승리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년 동안 롯데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수 년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허약한 수비와 미숙한 주루플레이의 문제는 더 높은 비상을 할때마다 롯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기복이 심한 팀 성적도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잘 할때는 리그 최강이지만 못할때는 형편없이 떨어지는 경기력은 2년간 계속 되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러한 롯데의 단점을 개선시키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포스트시즌에서 허무한 패배로 이어졌고 로이스터 감독을 비난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 2년동안 롯데는 밝은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로이스터는 절반의 성공일까요? 롯데의 단점을 치유할 수 있는 감독이 온다면 좀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제 생각은 성공한 감독이라는 쪽으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선 시즌 성적에서 롯데는 2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었습니다. 그 내용에서는 아쉬운점도 있지만 만년 약팀을 이 정도 끌어올린 로이스터 감독의 성과는 인정받아야 합니다. 성적과 함께 롯데 야구의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 냈다는 점도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전에 없던 호쾌함이 가미되면서 롯데를 더 이상 소총부대, 이대호과 8명의 난장이로 부르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팬들이 보기에 공격에서 롯데 야구의 답답함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좀 더 적극적이고 근성있게 바뀌었습니다. 어의없은 실책이 있을지언정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최악의 부진으로 4강 탈락의 위기에 몰렸을 때 보여주었던 놀라운 집중력은 선수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야구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도 크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지옥훈련과 철저한 관리야구,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인 우리 프로야구에서 또 다른 색깔의 야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볼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벤치에서 박수만 친다고 만들어질 팀의 모습은 아닙니다.

물론, 그의 지도방식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나친 주전에 대한 의존과 선발투수에 대한 집착은 우리 프로야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그의 고집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선수 자원이 한정된 우리의 현실에서 끝임없는 선수 발굴이 필요합니다. 선수들간 경쟁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미국처럼 마이너리그에서 끊임없이 선수들이 공급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주전들에 극단적인 의존은 그들의 체력을 떨어졌을 때 대응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팀 성적의 급격한 하락은 피할 수 없었지요. 아직은 SK와 두산의 토털 야구가 큰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우리 프로야구를 그는 몰랐던 것입니다.

또한 지나친 빅볼 야구도 그를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 야구에서 감독은 경기를 운영하는 것 이상으로 전략가가 되어야 합니다. 감독 스스로 상대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작전을 지시해야 하고, 선수단 운영의 모든 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일본의 현미경야구 이상으로 분석력이 뛰어난 야구를 하는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우리의 현실에서 그는 우직하게 한 가지 라인업을 고집했고 선발투수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어찌보면 보이는 패를 가지고 계속 경기에 임한 셈이죠. 이는 경기가 잘 풀리면 멋지지만 상대가 약점을 파고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싸움입니다. 롯데의 경기를 볼 때 멋진 승리와 어의없은 패배가 함께 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된장 야구의 꼼꼼함에 로이스터는 우직하게 정면 대결로 일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많은 정규시즌에서는 성과를 있었지만 압축된 승부를 하는 포스트 시즌에서는 약점을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2차례 보여준 무기력한 패배에 팬들은 그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로이스터 감독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요?

로이스터 야구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지난 2년간 그는 팀 선수들을 파악하고 팀을 만들어가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2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코칭스텝의 구성도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현 코치진들이 로이스터 야구를 이해하고 제대로 그에게 도움을 주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주로플레이, 수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은 해당 코치들에 대한 재 평가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감독의 의중을 파악하고 선수단을 이끌어 갈 수석코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년간 한국 야구를 경험한 그에게 그만의 야구를 할 수 있는 코칭스텝을 구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야구를 경험한 2군의 박정태 코치 등을 중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로이스터 감독 역시 한국야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음도 그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올 시즌 2군 선수들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김민성, 장성우, 박정준 선수 등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집스럽게 유지하던 라인업도 투수에 따라 변화를 주었습니다. 좀처럼 하지 않던 번트 등의 작전 구사도 늘었습니다. 선발투수가 불안하면 초반 강판도 불사하는 경기도 많이 늘었습니다. 경기에 좀 더 개입하는 전략가로 조금씩 변신하는 2009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작년보다 약해진 전력에도 4강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이 모습이 왜 포스트시즌에서 보이지 않았는지, 그건 좀 아쉽네요.

이렇게 한국 야구를 이해한 로이스터 감독에 그를 잘 보좌할 코치진의 구성, 손민한 선수 외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는 2010년 시즌은 더 큰 기대를 갖게합니다. 롯데의 암흑기를 벗어나게 해준 로이스터 감독, 그가 항상 말하는 롯데만의 야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2번의 포스시즌 실패는 그에게도 팀 전체에도 더 클 수있는 보약이 될 것입니다. 선수들 스스로도 뭐가 부족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천편일률적인 프로야구판 보다는 다양함이 공존하는 야구판이 되기 위해서도 로이스터 롯데는 좀 더 기회를 줘야 할 것입니다. 그의 성공과 실패를 말하기에 2년은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팬들도 포스트 시즌의 패배에 실망감과 조급함을 가지기 보다는 좀 더 너그럽게 기다려 주는 것은 어떨까요?

몇몇 팬들은 전술은 없고 박수만 친다고 비판하지만,
저는 벤치에서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로이스터 감독을 좀 더 보고 싶은데 말이죠.


(2010년에도 롯데 야구는 계속 됩니다. 지난 봄 잠실 야구장에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