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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가 긴 무명의 시간을 벗어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는 힘들 일이다. 프로입단 후 30살 전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선수들도 상당하다. 해마다 많은 신인이 입단하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서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30대 선수는 방출의 쓴맛을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긴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30살을 넘겨 새롭게 야구인생을 여는 선수들도 있다. 무명의 시간 동안 기량을 발전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롯데 박준서가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박준서는 2001년 프로선수 생활을 한 이후 오랜 시간 1군과 2군을 오가는 백업 내야수였다. 공격과 수비 어디에서도 장점을 보이지 못한 냉정하게 말하면 평범 이하의 선수였다.

 

보통의 선수라면 선수생활을 지속 여부로 고심했을 상황에서 박준서는 극적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타격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던 박준서는 올 시즌 특급 대타로 롯데 타선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풀타임 주전은 아니었지만, 팀 기여도에서는 최고 수준이었다.

 

박준서는 79경기 124타수에 37개의 안타 타율 0.298, 32타점을 기록했다. 대단한 기록이라 할 수 없지만, 그 속내를 살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준서는 대타 타율이 0.314에 이르렀고 득점권에서 0.373의 고타율을 유지했다. 37안타로 32타점을 생산한 그의 클러치 능력은 중심 타자 그 이상이었다. 올 시즌 내내 타선이 부진했던 롯데에서 박준서는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승부처에서 박준서는 대타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도 좋았다.

 

 

(2013년 특급 대타로 거듭난 멀티 플레이어 박준서)

 

 

박준서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것은 다양한 멀티 능력이다. 박준서는 두 포지션인 2루수는 물론이고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올 시즌에는 외야수비까지 해냈다. 야수 층이 두텁지 못한 롯데에 큰 힘이 되는 박준서였다. 올 시즌 좌타석에 주력했지만, 좌.우타석에 모두 들어설 수 있는 스위치 히터라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모두가 프로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박준서는 2001년 SK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02시즌 롯데로 트레이되었지만, 1군보다 2군이 더 익숙한 선수였다. 이름을 박남섭에서 박준서로 개명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열리지 않았다. 주로 주전 선수의 부상 때 그 자리를 메우거나 백업 내야수로 간간이 출전하는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그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박준서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켰다. 2012시즌 타격에서 확 달라진 박준서는 퓨처스 리그에서 맹활약을 바탕으로 붙박이 1군 선수가 되었고 백업 그 이상의 역할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준PO 승리에 기여했다. 비록 롯데가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박준서는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올 시즌 박준서는 대타 전문 선수로 그 역할에 변화가 있었지만, 타격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이며 특급 조연으로 자리했다. 경기 후반 박준서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였다. 한정된 기회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대타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이 가지게 되지만, 박준서는 그 순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타격을 보여주었다. 시즌 중간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박준서는 이를 이겨내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박준서의 변신과 팀에 대한 높은 기여도는 그에 대한 평가를 확실히 달라지게 했다. 그에 대한 롯데 팬들의 신뢰와 성원도 커졌다. 롯데는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박준서를 주장으로 선임했다. 특급 조연으로 거듭난 박준서가 스타플레이가 상당수 포함된 선수들을 이끄는 위치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내년 시즌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롯데에서 박준서는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 오랜 기간 팀의 캡틴으로 자리했던 조성환이 은퇴시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그를 대신한다는 점에서도 그 무게감은 상당하다. 롯데는 오랜 무명의 시간을 이겨낸 그의 의지와 높은 팀 기여도, 10년이 넘는 프로선수 생활을 통해 쌓인 경험에서 나오는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준서는 올가을 마무리 훈련에 참여했고 착실히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층 더 책임이 더해졌지만,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고려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내년 시즌에서 박준서는 주전보다 전천후 백업 선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역할 비중은 여전히 상당하다. 여기에 벤치에서 주장으로서 보이지 않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분명 큰 부담이지만, 올 시즌 대타로서 압박감이 심한 상황을 수 없디 견뎌낸 박준서다. 2014시즌 팀의 특급 대타로서 그리고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끌어가는 주장으로서 또다른 변신을 할 그의 역할이 기대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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