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프로야구에서 한 선수가 오랜 기간 기량을 유지하고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를 잡으면 그 위치가 공고해진다. 신인급 선수들이 쉽게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을 능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2군에서 상당 기간 기량을 쌓아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무명의 시간을 벗어나고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롯데 이재곤이 그렇다. 이재곤은 2007년 프로 입단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2010시즌 혜성같이 등장해 롯데 선발 마운드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해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팀에 합류했던 이재곤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중반 선발 투수로 발탁되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었다. 


2010시즌 이재곤은 124이닝을 소화하면서 8승 3패 방어율 4.14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깜짝 활약이었다. 당시 선발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는 이재곤과 함께 2군에서 콜업된 영건 김수완의 동반 활약 속에 단단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재곤은 명맥이 끊겼던 언더핸드 선발 투수의 계보를 이을 수 있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재곤, 화려했던 등장, 이어진 긴 부진 올 해는 극복할까?)



이재곤으로서는 3년을 더 기다려 잡은 기회였고 멋지게 살려냈다. 이재곤은 주 무기 싱커는 타자들이 알면서도 때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가 심했고 위력적이었다. 언더핸드 투수에 강점이 있다는 좌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곤의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경기에서 상대 타자들은 싱커를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무수히 많은 땅볼만을 때려낼 뿐이었다. 신인 선수의 약점인 기복 있는 투구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선발 투수로서 더 큰 역할일 기대되는 이재곤의 2010시즌이었다. 


2010시즌의 기분 좋은 기억을 뒤로하고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대하며 맞이한 2011시즌, 이재곤은 개막전 선발투수 후보로 떠오를 만큼 전지훈련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싱커를 보완할 커브, 슬라이더 등 제2, 제3의 변화구가 장착되면서 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재곤은 극심한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시즌 초반부터 난타당하기 시작한 이재곤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는 이재곤에 선발 기회를 지속해서 주었지만, 이재곤은 좀처럼 2010시즌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이재곤은 1, 2군을 오가는 처지가 되었다. 롯데의 미래를 책임질 선발 투수의 추락이었다. 다양한 변화구를 갖추기 위한 시도는 그의 주 무기 싱커의 위력을 떨어뜨렸고 이는 타자와의 승부를 어렵게 했다. 자신감도 떨어졌다. 


이런 부진은 2012시즌에서 2013시즌에도 계속 이어졌다. 불펜 투수로서의 변화도 모색했지만, 들쑥날쑥한 투구내용과 흔들리는 제구를 잡지 못하면서 큰 성과가 없었다. 지난해 롯데는 4, 5선발 투수난에 시달리며 이재곤에 다시 선발 투수로의 가능성을 시험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재곤은 심기일전하며 부활을 노렸지만, 변화가 없었다. 


2013시즌 이재곤은 3승 3패 6.90의 방어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때 회복의 가능성도 보였지만, 지속성이 없었다. 제구의 난맥상이 여전했다. 30이닝을 투구하면서 이재곤은 20개의 볼넷과 무려 9개의 사구를 기록했다. 선발 등판 때 초반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경기도 다수 있었다. 그가 부진한 사이 KIA에서 FA 보상 선수로 입단한 사이드암 홍성민이 이재곤보다 더 중용되면서 이재곤의 팀 내 입지도 좁아졌다. 


올 시즌 롯데는 김성배, 정대현 두 베테랑 외에 전지훈련에 3명의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가 참가하고 있다. 이재곤을 비롯한 홍성민, 배장호가 엔트리 진입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재곤과 함께 영건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수완을 최준석의 FA 보상 선수로 떠나보낸 것과 달리 이재곤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하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만큼 이재곤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수다.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고 부상도 없다. 여기에 군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2010시즌의 모습만 되찾는다면 그리고 그 때 당시 싱커 위력만 되찾는다면 롯데 5선발 경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곤 역시 올 시즌 부진하다면 더는 선발 투수의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환점이 필요하다. 


이재곤의 부진은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와 이에 따른 제구력의 난조, 주 무기 싱커의 위력 감소라는 기술적인 면 외에 자신감 상실이라는 정신적인 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실전에만 나서면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 스스로 흔들리기 일쑤였다. 이재곤으로서는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이재곤은 2010시즌 이후 해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기대감를 하게 하는 투수였다. 아직 기량이 더 발전된 여지가 있고 능력이 있는 투수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팀에서 그의 회복을 무작정 기다려 줄 수 없게 되었다. 올 시즌 이재곤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해야 한다. 이재곤이 2010시즌의 좋았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지 그의 부활은 롯데 마운드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