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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마지막 연기가 끝났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크게 달랐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피겨선수 인생을 정리하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지만, 기대했던 올림픽 2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그 순위는 유지되지 않았다. 금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선수의 엄청난 점수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주체국과 유럽의 텃세는 여왕의 화려한 마무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애초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 여자 피겨의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비유럽권 선수로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가 확실해 보였다. 국내외 언론도 이에 큰 이의를 제기치 않았다.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그 격차는 커 보였다. 하지만 한 편에서 흘러나오는 비 유럽선수 배제론은 불안요소였다.

 

최근 올림픽에서 유럽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유럽이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던 피겨에서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 기간 여자 피겨의 흐름은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유럽권 선수는 이들에 밀려 시상대의 맨 윗자리에 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유럽의 자존심을 되살릴 기회였다.

 

 

(시상대 가장 윗자리에 서지 못한 여왕)

 

 

물론, 실력으로 우위를 입증하면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여자 피겨의 심판 판정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가산점을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경쟁자인 두 유럽선수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고득점을 받았다. 시즌 최고점은 물론이고 생에 최고 점수였다. 불과 몇 개월의 시간에 엄청난 점수가 올랐다. 기량이 그만큼 향상되었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았다.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이 강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어진 프리스케이팅도 다르지 않았다. 김연아 경쟁자들은 생애 최고 점수를 갱신하며 기세를 올렸다.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을 모두 챙겼다. 가장 마지막 순서로 연기하는 김연아의 압박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선수에 대한 관중들은 일방적인 응원도 부담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했고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여왕의 연기 그 자체였다. 클린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부담감을 털어낸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여왕의 마지막은 금빛으로 장식되지 못했다. 결과는 2위, 그녀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을 뛰어넘기에는 그 높이가 너무 높았다. 유럽은 다시 여자 피겨에서 금메달을 찾아왔다. 홈 관중들은 환호했지만, 김연아를 응원하던 대한민국 국민들을 허탈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이런 결과를 예상이나 한 듯.... 분명 아쉬움이 큰 결과임에도 김연아는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의 결과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연아는 온 힘을 다했다. 비록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녀의 은메달은 그녀가 무수히 많이 따냈던 금메달 그 이상의 가치였다. 피겨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고 선수가 되기까지의 힘겨운 과정, 직업병이나 다름없었던 부상의 고통, 최고 선수로서의 유명세를 홀로 감당해야 했던 김연아였다. 소치 올림픽 은메달은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쉽지 않은 복귀과정을 거치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메달의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김연아는 우리 국민들에게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피겨가 어떤 종목인지를 알려주었고 감동적인 연기로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피겨 선진국의 텃세와 견제를 이겨내고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룬 성과는 김연아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마지막 연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온 피겨 인생을 모두 담은 것이었다. 이런 김연아의 노력을 알기에 김연아보다 지켜본 이들이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이제 피겨선수 김연아를 더는 볼 수 없다. 김연아가 없는 대한민국 피겨는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주자들의 기기량은 아직 상위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유망주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번 올림픽은 판정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자 피겨의 주도권이 유럽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현실과 함께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건 김연아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피겨 선수로서 김연아를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김연아의 마지막 연기와 함께한 소치 동계올림픽 김연아의 은메달은 이전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팬들의 가슴속에 남겨질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중요한 여정 중 하나를 끝낸 김연아 선수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 : 소치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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