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에서 체력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은 역시 포수다. 수비시 무거운 장비를 항상 몸에 장착해야 하고 투수 리드와 타자와의 수 싸움, 주자 견제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여기에 최근 경향을 일정 부분 타격에서의 역할도 요구된다. 좋은 포수가 쉽게 발굴되고 자리 잡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타고난 기량과 경험이 축적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지난해까지 롯데는 큰 걱정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최고 FA 계약을 했던 포수 강민호와 든든한 주전급 백업, 장성우, 용덕한이 자리하고 있었다. 포수난에 시달리는 타 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를 제외한 장성우, 용덕한으로서는 기회의 문이 좁아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타 팀에서 주전급으로 뛸 수 있는 두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포수 자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롯데는 세 포수와 함께 하려 했다. 올 시즌 구상도 다르지 않았지만, 상황적 변수가 발생했다. 용덕한이 시즌 전 특별지명으로 신생팀 kt로 팀을 옮겼다. 롯데는 보호 선수에 그를 넣지 않았다. 강민호와 더불어 보다 젊고 발전 가능성이 큰 장성우가 그 안에 포함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 포수진은 강민호, 장성우의 존재로 큰 문제가 없었다.
(롯데 든든한 백업 포수로 자리한 안중열)
5월 단행된 kt와의 대규모 트레이드는 롯데 포수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롯데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그토록 보호하려 했던 장성우를 마운드 보강을 위해 내놓았다. kt는 팀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유망주 투수 박세웅와 불펜진에서 큰 역할을 하던 이성민을 롯데로 보냈다. 당시만 해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롯데는 부진한 불펜진을 보강한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고 kt는 야수진 보강이 시급했다. 이 트레이드 결과 롯데의 포수 빅3는 강민호만 남게 됐다.
롯데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강민호의 공.수에 걸친 활약 탓이었다. 강민호는 홈런 부분 선두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엄청난 장타력을 과시했고 득점권 타율에서 발군의 모습이었다. 공격 각 부분에서 강민호는 상위권에 랭크됐다. 수비에서도 높은 도루 저지율과 안정된 리드로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런 강민호의 맹활약에 백업 포수 장성우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롯데는 장성우의 활용을 위해 그를 1루수나 지명타자로 기용하기도 했지만, 공존이 쉽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장성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문제는 이런 결정이 강민호의 과부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강민호의 올 시즌 활약은 장성우의 존재가 있어 가능했다. 장성우로 인해 강민호는 필요할 휴식을 가질 수 있었고 타격에서 기량이 발전한 그의 경기력은 강민호에서 큰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장성우가 트레이드된 후 강민호는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 주전으로 나섰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6월 들어 급격히 추락하는 팀 성적에 강민호는 더 쉴 수 없었다. 체력 저하는 타격에도 영향을 주었다. 갈수록 홈런 개수는 줄었고 타격 페이스가 내림세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햄스트링 부상이 겹치면서 강민호는 결장하는 경기가 늘었다.
롯데로서는 전력의 큰 공백을 피할 수 없었다. 떠나간 장성우, 용덕한의 존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kt와의 트레이드 당시 영입한 안중열과 퓨처스 리그에서 활약하던 김준태 두 젊은 포수를 적극 활용해야 했다. 팀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안중열, 김준태에게는 큰 기회였다. 두 선수는 강민호의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초기에는 김준태가 앞서나갔지만, 7월 들어 안중열의 출전 비중이 더 늘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 강민호가 엔트리 제외된 이후 안중열은 주전 포수로 나서면 그 입지를 단단히 했다. 전반기 마지막 한화전에서는 공수에서 활약하며 6월 이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안중열은 2014년 kt의 특별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올 시즌 초반에는 롯데에서 영입된 용덕한과 더불어 kt의 안방을 나눠지켰다. 그만큼 kt에서 안중열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주요 유망주였다. 하지만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kt는 주전 포수로 장성우를 영입했고 안중열은 롯데로 팀을 옮겨야 했다. 강민호가 버티고 있는 롯데에서 그의 자리는 백업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출전 기회는 대수비 정도로 한정됐다.
하지만 안중열은 트레이드 이후 수비형 포수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타격에서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강한 투지를 보이며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다. 아직 경험 부족에서 오는 상황 판단력과 세밀함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신인 선수로서는 보기 드물게 침착하고 안정된 플레이가 돋보였다.
롯데로서는 안중열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수밖에 없다.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는 강민호가 풀타임 경기 출전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그의 부재를 메울 대안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강민호를 지명타자로 활용하거나 중간중간 휴식을 줄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 변화에도 롯데의 강민호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강민호가 올스타전을 통해 부상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전반기와 같이 그에게 모든 짐을 지울 수는 없다. 과부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중열은 일단 강민호를 대신할 플랜 B로 가능성을 보였다. 후반기에도 제2 포수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이 안중열에게는 큰 기회다. 안중열이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낸다면 그는 물론이고 후반기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에게도 큰 플러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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