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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가 장기간 부상 등이 겹치면서 공백기를 가진 후 재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통념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량 저하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실전 없이 경기를 뛰지 못했다는 점만으로도 복귀에 큰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 감각 유지가 그 어느 경기보다 중요한 야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40살을 넘긴 나이에 10승 투수가 된 손민한은 통념을 보기 좋게 깬 선수였다. 2009시즌 이후 3년간의 부상재활과 선수협 회장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 연루에 따른 송사가 겹치면서 부침이 심했던 손민한의 재기 가능성이 극히 낮았었다. 그의 부상부위가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라는 점도 큰 문제였다. 


원소속팀 롯데 역시 긴 기다림 끝에 그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손민한이 2013시즌을 앞둔 시점에 당시 신생팀 NC와 선수로서 계약을 맺고 그라운드 복귀를 타진할 때까지만 해도 NC가 큰 모험을 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컸다. 선수협 문제에 따른 부정적 여론도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손민한은 묵묵히 재기를 준비했다. 2013시즌 손민한은 불펜투수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한 NC 불펜에 큰 힘이 됐다. 2013시즌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손민한은 2014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그 활약을 이어갔다. 그의 재기를 의심하던 시선도 점점 사라졌다. 그는 NC 마운드에 있어 핵심 선수가 됐다. 






손민한의 재기는 이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NC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풀 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NC는 그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닝수를 적절히 조절하며 배려했다. 손민한은 전반기 NC 선발진이 부진과 부상에 시달릴 때 버팀목이었다. 후반기 체력 저하로 주춤하긴 했지만, 손민한은 11승 6패의 성적에 4점대 방어율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타고투저가 뚜렷한 우리 리그의 상황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었다. 


손민한은 직구의 구속은 전성기에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한 경기 운영능력과 안정된 제구,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규리그 활약 뿐만 아니라 손민한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최고령 선발승의 기록을 깨며 노장의 힘을 보여줬다. 비록 NC가 두산의 기세에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손민한의 투구는 박수받을 만한 내용이었다. 


2015시즌 활약은 그의 내년 시즌 활약을 기대하기 충분했다. 더 나은 연봉계약도 가능했다. 하지만 손민한은 프리미어 12가 한창인 시점에 조용히 은퇴를 선언했다. 그와 함께 재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박명환, 한 때 리그 최고 좌와 불펜 투수였던 이혜천도 그와 함께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고했다. 


올 시즌 손민한의 모습만 본다면 아쉬운 결정이었다. 부상도 없었고 시즌 준비만 잘 한다면 내년 시즌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손민한이었다. 손민한도 이를 모를 리 없었지만, 그는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 선수로서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했다. 그에게는 선수생활을 연장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더 소중했고 그 목적을 이룬 시점이 은퇴 시점으로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을 보인다. NC의 유망주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의미도 크게 작용했다. 


시즌 10승 투수의 부재가 당장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NC는 선수의 의견을 존중했다. NC는 손민한을 비롯해 베테랑들의 은퇴를 기점으로 유망주 육성과 팀 체질 개선을 동시에 진행했다. 선수 은퇴를 두고 생겨나는 갈등은 전혀 없었다. NC와 손민한의 만남은 성공적이었고 그 끝도 깔끔했다. NC에서 선수로서의 명예 회복에 성공한 손민한은 NC에서 지도자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이었다. 아마 시절 최고의 유망주, 국가대표 에이스, 프로 입단후 부상으로 인한 재활,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의 부활, 전성기에 찾아온 또 다른 시련의 시간, 그리고 극적인 재기까지 영광과 좌절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손민한으로서는 그가 경험했던 모든 일이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선수 은퇴를 선언한 손민한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야구팬들과 만나게 될지 선수가 아닌그의 인생 2막이 궁금해진다.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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