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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타이타닉의 매력적이고 미소년 같은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된 영화배우 디카프리오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 레버넌트(부제: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1월 14일 개봉했다. 이미 미국에서 골든글러브 주요 상을 휩쓸고 이어질 아카데미상에서도 각 부분에서 유력한 수상작으로 거론된 탓인지 영화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화였다. 특히, 영화의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촬영 내내 인공조명을 쓰지 않고 시나리오의 흐름대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개봉 첫날 만난 레버넌트는 기대대로 주연 배우 디카프리오의 호연이 돋보였다. 기존의 깔끔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버린 디카프리오는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연기했다. 디카프리오가 주연인 것을 모르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그의 연기는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영화의 배경은 1800년대 초반 기회의 땅이었던 신대륙 미국의 어느 오지였다. 당시 미국은 기회를 찾기 위해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기회와 약속의 땅이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땅에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들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글래스 역시 당시 인기 품목인 동물 가죽 사냥꾼으로 아들과 함께 오지를 전전하는 중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글래스는 젊은 시절 인디언 마을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디언 여인과 결혼하고 그 사이에 아들을 두었다는 점이었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인디언 여인과 백인인 글래스의 인연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와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백인들이 큰 위협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백인들과 싸워야 했다. 백인들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디언 지역으로 진출이 필요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무력 충돌을 불러왔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죽이는 살육이 이어졌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고 이에 인디언들 역시 피로 보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래스는 인디언과 동화되어 함께 생활했고 그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백인들의 공격에 그가 살던 인디언 마을을 파괴되고 아내가 죽음을 당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글래스는 그의 유일한 혈육 아들을 위해 백인들의 마을로 다시 들어왔고 원정단을 이끌었다. 


그곳에서 글래스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조직의 리더에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원정단이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절반 인상의 인원이 숨지고 쫓기는 처지가 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위기에서 조직원들 분열됐다. 돈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냉혹한 현실주의자 재널드는 글래스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글래스의 아들이 인디언피가 흐르고 피고 색이 다름을 들어 조롱하면서 글래스를 자극했다. 글래스는 그런 수모를 견뎌냈다. 아들의 안위를 위해서였다. 


글래스와 제널드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원정대는 인디언들의 공격을 피해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해야 했다. 글래스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며 선두에 섰다. 돌아가는 길은 비교적 순조로웠지만, 글래스가 곰의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글래스는 곰에게 치명상을 입으면서도 곰과의 결투를 이겨냈지만, 소생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졌다.


동료들은 그와 함께 길을 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했다. 글래스와 함께 하기에는 인디언들의 추격이 빨랐고 혹독한 겨울의 추위도 부담이 됐다, 결국 원정단의 지휘관은 글래스를 두고 떠나기로 했다. 그는 글래스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의 임종까지 지켜줄 지원자를 찾았다.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에 나설 이는 없었다. 이때 글래스와 앙숙이었던 제널드가 나섰다. 그 일을 하는 자에게 주어질 막대한 보상금이 목적이었다. 


제널드는 애초 글래스는 보살필 마음이 없었다. 그는 글래스를 죽이고 떠날 마음이었다. 이런 그의 의도를 알게 된 글래스의 아들이 반발했지만, 제널드는 글래스의 아들을 죽이고 함께 남았던 동료를 솎이는 비열함을 보이며 그곳을 떠났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분노에 글래스는 오열했지만, 움직일수 조차없는 그의 몸상태는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 


여기서 기적이 일어났다. 죽음을 기다리던 글래스가 스스로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아들을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심이 그의 생존 의지를 일깨운 결과였다. 글래스는 이후 자연 속에서 스스로 몸을 회복하며 제널드를 추격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인디언들의 추격은 여전했고 혹독한 자연은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았다. 


이런 어려움에도 글래스는 좌절하지 않고 더 강한 의지로 버티고 또 버텨냈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부족을 백인들의 공격으로 잃고 방랑 생활을 하는 인디언을 만나 도움을 받는 행운까지 함께 했다. 하지만 그 인디언이 백인들의 공격에 목숨을 잃는 불행에 인디언들의 공격에 생명을 위협받는 등 위기는 계속됐다. 글래스는 그 때마다 죽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생존 의지를 놓지 않았다. 험난한 여정끝에 글래스는 아들을 죽인 원수 제널드가 있는 백인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복수가 본격적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생존능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널드가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다. 


이렇게 주인공 글래스는 극한의 상황에서 이를 이겨내는 의지의 인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로빈슨크로스의 모습을 보는 듯 했고 복수의 화신이 된 모습은 홍콩 느와를 영화의 주인공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글래스는 영웅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는 영화내내 보여진 대자연속의 한 구성원이었다. 글래스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 안에서 치료를 받고 힘을 되찾았다. 그를 살린건 그의 강한 의지였지만, 대자연이 돕지 않았다면 그의 의지는 쉽게 사그라 들 수밖에 없었다. 


글래스는 의지의 인간이기도 했지만, 그의 생존을 위한 노력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담담하게 그려졌다. 가끔씩 나오는 전투와 액션 장면도 화려하기 보다는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감독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서부개척시대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런 담담함이 어찌보면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내가 본 느낌은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만 할 것 같은 자신의 감정을 쥐어짜내야 할 것 같은 몰입감을 불러왔다. 그만큼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2시간 30분 이라는 긴 시간 사람들을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영화 레버넌트의 주인공처럼 인간은 대자연속에서 하나의 점보다 미약한 존재다. 하지만 인간은 그 대자연을 극복하면서 지금의 문명사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자연이 일으키는 각종 재해에 무기력한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레버넌트의 한 개인의 복수극을 담은 영웅서사같지만, 그 영웅은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했고 복수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마적 본성도 지닌 보통의 인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주인공 글래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계를 위해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진,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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