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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야구에서 잘 던지는 투수의 이미지는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연상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 프로야구 팬들은 느린 직구와 더 느린 변화구로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올라선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두산의 좌완 선발 투수 유희관이 그 선수였다.


유희관은 언뜻 보기에도 타자들에 위압감을 투수가 아니다. 아주 큰 키도 아니고 단단한 근육질 몸매도 아니다. 직구의 최고 구속은 130킬로 언저리를 맴돈다. 좌완 투수라는 장점을 제외하면 나날이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발전하는 프로야구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투수 유형이다. 


하지만 유희관은 두산의 선발 투수로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18승 5패, 방어율 3.94를 기록하며 또 다른 좌완 선발 장원준과 더불어 두산 선발진을 이끌었다. 선발 투수난에 시달렸던 두산이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유희관이 두산 선발진에서 꾸준함을 유지했다는 점이었다.  


유희관은 투구 내용에서도 리그 정상급 투구로 손색이 없었다. 우선 투구 이닝에 있어 189.2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였다. 30경기 등판에 퀄리티 스타트는 17번을 달성했다. 126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동안 볼넷은 44개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제구를 과시했다. 피홈런 23개가 아쉬웠지만, 유희관은 이기는 법을 아는 투수였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돋보인 유희관이었다. 







이런 유희관의 성공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2013시즌 두산의 선발진에 합류에 시즌 10승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그의 느릿느릿한 구질에 타자들이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평가가 많았다. 타자들이 그를 분석하고 맞춤 대응을 하면 공략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유희관은 특유의 느릿느릿한 투구로 승승장구했다. 타자들은 그의 느린 직구와 더 느린 변화구를 빤히 보면서 공략하지 못했다. 타자들은 그의 투구에 성급한 타격을 하며 공략 포인트를 놓쳤고 느린 공에 대비한 타자들에 유희관은 과감한 몸쪽 승부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뛰어난 제구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 뛰어난 경기 운영능력이 조화된 결과였다. 여기에 두산 야수진의 단단한 수비도 유희관의 호투에 큰 밑거름이 됐다. 


빛나는 2015시즌을 보낸 유희관이지만, 시즌 막판 유희관은 공략당하는 일이 잦았다. 체력적인 부담이 커 보였다. 구위가 뛰어나지 않은 유희관으로서는 매 경기 집중력있는 투구를 해야했지만, 리그 후반기 그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이는 장점이 날카로운 제구를 무디게 했다. 


유희관은 시즌 20승도 기대되는 페이스였지만, 시즌 막판 부진으로 그 페이스가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려지긴 했지만, 포스트시즌까지 부진이 이어졌다. 정규시즌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였던 유희관으로서는 아쉬운 시즌 마무리였다. 이런 부진은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탈락으로 이어졌다. 그의 느린 구질이 국제경기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상당했지만,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시즌 막판 부진은 올 시즌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이제 상대 타자들이 그의 공에 적응도를 높였고 철저한 분석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맞이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있지만, 유희관은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그는 느린 직구의 구속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더 느린 구질을 더해 타자들과 상대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을 일궈냈다. 지난 3년간 10승 이상을 하면서 쌓인 커리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그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이유다. 


지난 3년간 유희관은 상식파괴의 행보를 계속했고 그만의 방식으로 최고 투수 자리에 올랐다. 유희관이 올 시즌에도 최고 투수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그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완전치 떨쳐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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