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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마지막 날, 프로야구에서 깜짝 놀랄만한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왔다. 롯데 고원준과 두산 노경은이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기 때문이었다. 두 투수는 한때 양 팀의 주력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최근 부진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투수였다. 그러면서도 쉽게 타 팀에 내줄 수 없는 투수자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속팀에서 크게 좁아진 이들의 입지는 트레이드의 큰 요인이 됐다. 


우선 롯데 고원준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투수였다. 2010시즌 넥센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고원준은 2011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 트레이드로 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의 트레이드를 두고 선수교환 외에 금전 거래가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의 롯데행은 큰 뉴스거리였다. 그만큼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다. 



롯데의 기대대로 고원준은 2011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큰 활약을 했다. 9승 7패에 방어율 4.19를 기록한 고원준은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음 시즌 고원준은 3승에 그치며 부진했고 2014시즌에는 단 1승에 머물며 기량이 퇴보하는 모습이었다. 





(두산에서 롯데로 노경은)




직구의 구속이 눈에 띄게 줄었고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구가 간파당하면서 버텨낼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반짝 활약 후 이어진 날개없는 추락이었다. 여기에 사생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고원준은 2014시즌이 끝나고 쫓기듯 상무에 입대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고원준에게 상무에서 2년은 야구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부상재활을 통해 몸은 새롭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군 제대후 맞이하는 올 시즌 롯데는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며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부상으로 교체되는 불운과 함께 고원준은 선발 투수로서의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부상 복귀 후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직구 구속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결국, 고원준은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 사이 박진형, 이성민 등 대체 자원들이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고원준에 대한 팀의 기대치도 점점 낮아졌다. 이는 급기야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게 했다. 



롯데는 군필 20대 투수를 내주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당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선발 마운드의 보강이 절실했다. 제3선발로 활약해야 할 송승준의 부상과 부진, 박세웅, 이성민, 박진형이 선발 투수로 완전히 자리잡기에 시간이 필요한 현실에서 경험많은 타 구단의 선발 자원에 롯데는 시선을 돌렸고 마침 두산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진 노경은이 고원준의 트레이드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렇게 고원준과 맞 트레이드된 두산 노경은은 두산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은 선수였다. 노경은은 2003시즌 두산의 1차 지명선수로 입단할 만큼 큰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근 10여년의 세월 동안 노경은은 좀처럼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에게는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구위는 좋지만, 실전 등판만 하면 제구가 흔들리고 멘탈이 흔들리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에 대한 팀의 기대가 점점 사그라질 시점에 노경은은 극적 반전에 성공하며 그의 존재감을 알렸다. 투구 폼 변화가 성공하면서 노경은은 2012시즌과 2013시즌 연속해서 두 자리수 승수를 기록하며 두산의 선발 투수로 자리했다. 리그에서의 활약을 그에게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까지 안겨주었다. 긴 기다림 끝에 이뤄낸 성공 스토리였다. 



하지만 짧은 성공을 뒤로하고 노경은 2014시즌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깊은 부진에 빠져들었다. 그 해 3승 15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큰 부진을 보인 노경은은 2015시즌에도 부진이 이어지며 선발 투수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가정의 불행한 일까지 겹치며 노경은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위기에서 노경은은 불펜 투수로 보직을 옮기면서 부활의 돌파구를 찾았다. 특히, 그해 두산이 우승한 한국시리즈에서의 빛나는 호투는 그의 부활 가능성을 더 높였다. 



2016시즌 두산은 노경은에게 또다시 제5선발 투수 자리를 맡기며 신뢰를 보냈다. 이때까지만 노경으에게 올 시즌은 희망찬 시즌이었다. 노경은은 시즌 초반 선발 등판경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로 두산의 제5선발 자리를 고민거리로 만들었다. 급기야 두산은 노경은을 2군으로 내리고 불펜 투수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노경은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면서 구단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2군으로 내려간 직후 노경은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구단의 만류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30대 초반 투수의 은퇴에 야구 팬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지만, 노경은의 은퇴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노경은이 전격적으로 은퇴를 철회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노경은의 태도에 그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차갑게 바뀌었다. 특정팀으로의 트레이드 추진에 불만을 품은 행동이라는 예기부터 선발 투수 탈락에 불만을 품은 행동이었다는 등 좋지 않은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런 상황 변화는 노경은이 두산의 선수로 계속 경기에 나설 가능성을 점점 더 낮게 만들었다. 이는 그를 깜짝 트레이드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고원준)




두산으로서는 선발 투수진이 두터워진 상황에서 팀과의 융화에 문제를 보인 노경은을 계속 안고 가기 힘들었다. 그를 활용할 수 없다면 트레이드를 통해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명분을 얻고 전력에 플러스 요소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이런 두산에 고원준은 구미가 당길 수 있는 카드였다. 선발과 불펜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우완 투수자원이 두산에는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는 두산의 팜시스템에서 고원준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는 확신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10년 넘게 함께 한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20대의 군 문제를 해결한 가능성 있는 투수를 새롭게 선택했고 롯데는 경험많고 실전에서 당장 활용가능한 30대의 투수에게서 새 가능성을 찾기를 선택했다. 논란이 여전히 크지만,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다. 마침 두 투수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미 두 투수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던 기억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동기부여가 잘 된다면 부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과연 이 트레이드가 두 팀 모두에서 이익이 되는 트레이드가 될지 무의미한 가능성의 교환이 될지 올 시즌 양 팀에게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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