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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루저 발언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녀들의 수다 라는 프로에서 한 출연자가 키가 적은 남성을 루저(loser) = 패배자 라고 발언한 것인 일파만파로 번져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출연자와 발송 제작진간의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보이면서 더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말은 사석에서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농담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예기지요. 문제는 이 발언이 공중파 방송에서 아무런 여과없이 그것도 커다란 자막과 함께 나왔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인종차별 발언과도 같은 부 적절한 말이 그대로 방송을 타고 말았습니다. 이런 비난 여론이 일거라는 것을 몰랐던 것인지 의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인지는 모르지만 "미수다" 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비난과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죠.

문제의 발언을 한 여대생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렸습니다. 그가 해명한대로 대본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의 자의에 의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중들 특히 네티즌들의 여론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그의 사생활과 과거 행적까지 인터넷상에 퍼짐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아직도 인터넷을 채우고 있습니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서 개똥녀라는 별칭을 얻은 여대생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의 실명과 직업이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그가 다니는 학교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누구의 말 처럼 키작과 열등한 남자들의 자격지심에 의한 것일까요? 아니면 일종의 마녀사냥식 여론 몰이일까요? 이러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할까요? 현재는 발언한 학생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지만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루저 사건을 보면서 모 통신 회사의 광고가 연상되었습니다. 몇 살에 영어를 유창하게 못하고 대기업에 못 들어가고 외제차를 못 몰면 지는 것 아니냐는 카피를 내세우다가 이러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생각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어려서 부터 영어을 유창하게 해야하고 대학에서는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좋은 직장을 가기위해 공부해야하고 잘 나가는 직장에 들어가서 좋은 차를 몰아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어찌보면 주류 사회가 만들어낸 성공의 기준에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동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루저 사건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통념에 대한 반발이 폭발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사회가 제시한 성공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사회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못합니다. 이 발언이 나온 방송에서도 각 학교를 대표하는 여대생이 나와서 그들의 가치관과 연예관 등을 자유롭게 예기했는데요. 그들이 생각하는 연예의 조건을 말하다가 루저라는 발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비교해서 남자는 180 이상이 되면 좋겠고 그렇지 못한 남자들은 루저라고 말한 것이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전에 이들의 대화와 이 발언이 함께 하면서 큰 반발을 가져온 듯 합니다. 그래도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진취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회 통념과 너무나도 똑 같은 사고를 지닌 것에 대한 실망감일지도 모릅니다. 흔히 좋은 남편의 조건인 돈 많고 잘생기고 키도 크고, 연예와 결혼은 별개라는 생각, 조건이 우선이라는 생각 등등 그들에게서 대학생에게서 볼 수 있는 순수함이나 참신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회에 찌들대로 찌는 기성세대의 모습, 아니 그보다 더 영악한 모습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출연한 외국인 패널까지도 그 모습에 실소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머리가 멍해짐을 느겼습니다.

이 모습이 정말 우리 여대생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사고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결국 루저 사건은 본질은 학벌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사회에 대한 반발이 루저라는 발언으로 터져나온 것입니다. 해당 발언자와 프로는 그 반발에 직접 대상자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인 재미를 추구하려 이에 편승한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 파문이 오랜기간 이어질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요?
 
저는 이번 사건이 누구에 대한 비난과 비판으로만 끝날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가치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런 발언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별로 잘난것도 없으면서 그런 말을 했어" 라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키작은 루저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루저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마련되고 그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 또한 키가 169.7 센티미터, 우겨서 170센티미터라고 합니다. 어찌 되었던 루저중 한명입니다. 좋은 직장이나 차도 없습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도 않습니다. 여성들이 선망하는 일등 신랑감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은 루저, 패배자라는 말을 듣고싶지는 않습니다. 가능성이라는 보이지 무형의 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루저라는 말을 한 그 여학생은 분명 큰 잘못을 했습니다. 그런 말을 그대로 방송한 방송국에도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은연중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필요 이상의 우월감 아닐까요? 우리들 스스로 누군가를 루저로 만든적은 없었을까요? 이번 사건으로 누군가는 방송국에 손해배상을 청구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피해자들이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 구조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사건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좀 더 좋은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멋진 작품도 루저상이라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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