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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전력을 재정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팀과 이별하는 선수들도 나타난다.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그 안에 포함되고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 그밖에 이런 저런 이유로 베테랑 선수들도 팀을 떠난다. 



내년 시즌 보류 선수 명단을 작성해야 하는 각 구단은 이점에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신인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한 시즌을 함께한 선수들 중 일부에 전력외 통보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팀과 함께 한 선수를 내보낸다는 건 구단은 물론이고 선수에게도 분명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논리가 적용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이런 풍경은 매 시즌 일상적인 일이 됐다. 



2016시즌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은 우승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팀 오랜 기간 그들과 함께 했던 베테랑 두명에 이별을 통보했다. 두산의 포수 계보를 이었고 최근까지 팀의 주장으로 큰 활약을 했던 홍성흔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전 2루수로 활약했고 두산의 내야진의 주축이었던 고영민이 그 대상이었다. 두산의 팀 역사에 있어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두 선수는 이제 두산의 선수로서 그들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홍성흔과 두산의 이별은 올 시즌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2015시즌부터 노쇠화 기미를 보였던 홍성흔은 올 시즌 부상이 겹쳤지만, 상당 기간을 2군에 머물러야 했다. 두산은 그를 사실상 전력에서 배제했다. 두산으로서는 좌타 거포 듀오로 자리한 김재환, 오재일에 외국인 타자 애반스까지 큰 활약을 하면서 지명타자로 포지션이 한정된 홍성흔에게 1군 엔트리 자리를 배려할 수 없었다. 대신 두산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다. 



올 시즌 홍성흔은 1군에서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베테랑의 부활을 기대하기에 기회가 크게 부족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계약기간까지 만료된 홍성흔의 선택지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홍성흔은 개인적으로 2,000경기 출전 등 통산 목표를 위해 선수생활을 연장하고 싶었지만, 이미 홍성흔 없이도 통합 우승을 일궈낸 두산으로서는 내년 시즌 40살이 되는 홍성흔과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홍성흔으로서는 자유계약 선수로 타 팀 이적을 추진하는 것 외에는 선수생활 연장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홍성흔은 두산 선수로서 은퇴를 선택했다. 1999년 두산에 입단한 이후 FA 계약으로 지명타자로서 최전성기였던 4년간 롯데 선수로 활약한 기간을 포함해 18년간 이어진 그의 선수로서의 여정이 막을 내리게 됐다. 흐르는 세월과 냉정한 프로세계의 흐름을 그도 거스를 수 없었다. 홍성흔의 결정은 그동안 레전드와 불편한 이별을 계속했던 두산에게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홍성흔과 달리 고영민은 아쉬움이 크다. 고영민은 선수로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오랜 부진을 터널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두산은 오랜 기간 그의 부활을 기다렸지만, 올 시즌 후 더는 인내심을 보이지 않았다. 두산으로서는 FA 이원석을 사실상 잡지 않았을 정도로 풍부한 내야진 사정을 고려할 때 고영민에게 더는 기회를 주기 어려웠다. 고영민으로서는 짧았던 전성기의 기억을 남겨둔 채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고영민의 전성기는 2006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3년간이었다. 이 기간 고영민은 고제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우익수의 수비 범위까지 책임지는 넓은 수비 폭을 자랑하는 2루수였고 장타력을 갖춘 타격능력과 함께 창의적인 주루 플레이를 통해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로 가치를 높였다. 그의 리그에서의 활약은 그를 국가대표 2루수에 까지 이르게 했고 국제대회에서도 그 활약을 이어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우승을 확정하는 2루수 고영민의 더블플레이 송구는 우리 야구 역사에 남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3년의 기억을 뒤로하고 고영민은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타격 부진이 깊어지면서 주전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두산에는 오재원이라는 강력한 2루수가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다수의 젊은 선수들이 내야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고영민은 이 경쟁에서 밀려 1, 2군을 오가야 했다. 출전기회는 점점 줄었고 그의 존재감도 저점 희미해졌다. 여기에 고질적인 허리부상까지 겹치며 고영민의 팀내 입지는 나날이 줄었다. 



고영민은 이후 주 포지션인 2루수 외에 내야 각 포지션은 물론이고 외야까지 소화하는 멀티 선수로 변신하며 스스로 활용도를 높이며 재기를 모색했고 2015시즌 41경기 출전에 3할이 넘는 타율를 기록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고영민은 이를 토대로 FA 자격을 행사하며 선택을 기다렸지만, 시장을 반응은 싸늘했다. 고영민은 FA 미아가 될 위기에서 두산과 극적으로 계약했지만, 조건은 그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 과정에서 고영민과 두산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FA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뒤로하고 올 시즌 고영민은 그의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지만, 내야 엔트리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부상도 다시 찾아왔다. 고영민은 1군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고 2군에서도 부상 등의 이유로 후반기 출전이 뜸했다. 사실상 전력 외 선수가 된 고영민에게 두산은 더는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두산과는 이별하지만, 고영민은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고 풍부한 경험과 함께 내야 거의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 여전한 주루능력을 갖추고 있어 자유계약 신분이 된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팀이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관건은 그의 몸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영민이 그의 건강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고영민으로서는 그 어느 때 보다 추운 가을, 겨울을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두산은 영광의 기억과 함께 했던 두 베테랑과 이별을 택했다. 두산은 냉정했고 결정도 빨랐다. 두산은 이들이 비운 자리를 젊은 선수들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2016 우승의 영광과 함께 두산은 내부 육성을 중시하는 그들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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