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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팀별도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덧셈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함께 했던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뺄셈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기간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정리되고 기량이 떨어진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의 길을 가기도 한다. 또한, 선수생활 의지가 있는 선수 중에도 팀 사정으로 그 의지가 꺾이는 일이 생겨난다. 



선수 육성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베테랑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에서 현 소속팀에서의 방출은 사실상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SK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우완 투수 김승회도 뜻하지 않은 은퇴 위기에 몰렸다. 



김승회는 그동안 경기중 많은 땀을 흘리는 탓에 땀승회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한구 한구 최선을 다하는 역동적인 투구가 인상적이었던 투수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FA 보상 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다시 롯데에서 SK로 소속팀을 옮겨야 하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투수였다. 그 과정에서도 김승회는 성실함을 잃지 않았고 선발, 불펜, 마무리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는 팀에 헌신적인 투수였다. 





(역동적 투구, 김승회)





하지만 올 시즌 김승회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김승회는 SK 불펜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군 경기 23경기 등판에 1패 1세이브 4홀드 방어율 5.92의 성적을 남겼다. 그나마 후반기에는 패전조로 밀려 팀 내 비중에 급격히 줄었다. 구위가 이전보다 떨어졌고 제구마저 흔들리며 한 이닝을 버티기 버거운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결국, 김승회는 8월 이후 1군 경기 등판이 없었다.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며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이는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김승회로서는 치명적이었다. 김승회는 FA 자격을 얻고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내년 시즌 더 나은 성적으로 당당히 자격을 행사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했던 김승회에게 날아온 소식은 팀 보류 선수 제외, 즉 방출이었다. 외국인 감독체제로 팀을 개편한 SK는 올 시즌 부진했던 베테랑 김승회에게 더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승회로서는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김승회는 2003시즌 두산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전천후 투수로 일명, 마당쇠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하지만 빛나는 성적을 올리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던 김승회에게 2012시즌은 투수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시즌이었다. 그해 김승회는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되며 6승 7패, 방어율 4.04를 기록했다. 프로데뷔 후 가장 많은 120.1 이닝을 소화했고 당시 선발 투수진이 부족한 두산에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이런 김승회에게 롯데로의 이적은 예상 못 한 변화였다. 두산은 홍성흔을 롯데에서 FA로 영입하면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그를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야수 자원이 필요한 롯데의 사정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롯데는 그를 보상선수로 선택했다. 두산 마운드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김승회로서는 뜻하지 않게 부산으로 그의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다. 두산과 김승회 모두에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를 뒤로하고 김승회는 롯데 마운드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롯데는 그를 선발 투수로 활용하려 했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김승회는 불펜진에 자리했다. 2013시즌 불펜투수로 많은 73이닝을 소화하며 주축 불펜 투수로 자리한 김승회는 2014시즌 도중 팀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김승회는 1승 2패 20세이브 4홀드에 3.05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롯데 마무리 투수 계보를 이었다. 



이렇게 김승회는 롯데에서 그의 야구인생을 활짝 꽃피우는 듯 보였지만, 2015시즌 김승회는 마무리 투수로 부진하면서 다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중간에 부상도 있었다. 그 과정에도 김승회는 방어율은 6점대로 높았지만, 7승 3패 2홀드, 2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진에 어려움이 많았던 롯데 마운드에서 분전했다. 



하지만 상황의 변화는 그에게 또 다른 변화를 강요했다. 2016시즌을 앞두고 FA 선수 윤길현을 영입한 롯데의 보호 선수 명단에 그가 빠졌고 SK는 그를 보상선수로 선택했다. 김승회는 보상 선수로 두 번 선택되는 기묘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FA 자격을 얻게 되는 시즌을 앞두고 이런 변화는 결코 긍정적인 일은 아니었다. 김승회는 새로운 팀 SK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했지만, 상황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긴 김승회는 FA 자격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진 팀에서의 방출까지 김승회의 시련이 계속 이어졌다. 



이제 30대 중반에 이른 김승회로서는 SK에서의 방출은 현역 연장에 치명적인 일이었다. 올 시즌 급격히 내림세를 보였다는 점은 새로운 팀을 찾는 데 있어 부정적인 요소지만, 김승회가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보직에서 활용이 가능한 투수라는 강점이 있다. 불펜진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 김승회는 아직 충분히 검토할만한 자원이다. 김승회 역시 아직 현역 선수로의 의지가 강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승회는 아직 포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두 번 보상 선수로 선택받았다는 사실은 두 번 버림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두 번 모두 필요한 선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승회는 주어진 상황마다 온 힘을 다했고 그렇게 10년 넘게 프로 무대에서 버텨왔다. 이런 김승회가 다시 한 번 투혼의 투구를 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누구보다 힘든 가을, 그리고 겨울을 보내고 있는 김승회다.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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