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끝나고 잠시 휴식기에 있는 프로야구지만, 각 구단은 FA 선수 및 외국인 선수 계약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해 유난히 더딘 움직임을 보이는 FA 시장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선수들의 거취가 결정되면서 대형 계약의 뉴스가 더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선수들이 팀을 정하면 나머지 선수들 역시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이들은 김광현, 차우찬, 양현종 등 세 명의 좌완 선발 투수였다. 4년간 100억에 삼성에서 KIA로 팀을 옮긴 최형우와 30홈런 100타점의 3루수 롯데 황재균도 대어급이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토종 선발 투수 기근 현상 속에 향후 몇 년간 이들을 능가할 선발 투수 자원이 FA로 풀릴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계약금액은 크게 치솟고 있다.
이들 중 첫 계약을 한 김광현은 원소속팀 SK와 4년간 85억에 계약하며 100억원 돌파 예상을 빗나갔지만, 그가 1년간의 재활을 필요로 하는 수술 재활에 들어가면서 계약 규모가 적은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여기에 원 소속팀 삼성과 LG가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우찬은 해외진출의 희망을 꺾지 않고 있지만, 국내에 남는다면 100억원 이상의 계약을 예약하고 있다. 일본 진출이 거의 확정적이었던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은 국내 잔류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역대 최고 계약금액 돌파가 예상된다.
이렇게 좌완 3인방의 대형 계약 소식이 전해졌고 예정된 프로야구지만, 역대 FA 계약에 있어 투수들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계약 이전에 각 팀의 주력 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투수들인 만큼 구위 저하나 부상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실제 그런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쓰면 쓸수록 소모가 극심한 투수들의 어깨를 고려하면 각 팀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투수들과의 FA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산 좌완 선발 장원준은 2015시즌을 앞두고 롯데에서 두산으로 FA 계약으로 팀을 이적한 이후 2년간 성공적은 시즌을 보냈다. 전통적으로 외부 FA 영입에 큰 관심이 없었던 장원준에게 4년간 84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안기며 그를 영입했다. 장원준은 롯데의 4년간 88억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두산행을 택했다. 물론, 이면 계약설이나 계약 축소 발표설도 있었지만, 장원준의 두산행은 큰 화제를 불러왔었다.
두산은 2008시즌부터 5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꾸준함을 보였던 장원준이 허약한 팀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겼다. 특히, 강력한 구위는 아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이터 장원준의 가치에 주목했다.
두산과 장원준의 만남은 팀과 선수 모두에 성공적이었다. 두산은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지켜줄 선발 투수를 얻었고 장원준은 기대에 부응했다. 2015시즌 두산은 선발 투수진의 부상과 부진으로 고심했지만, 장원준과 유희관 두 좌완 선발 투수가 로테이션을 버텨주면서 고비를 넘겼다. 고비를 넘긴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돌아온 에이스 니퍼트가 가세하면서 선발 마운드의 높이를 높였고 선발진의 분전과 타선의 폭발이 어우러지면서 준PO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유지한 끝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장원준이라는 선발 투수가 가세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장원준은 2015시즌 피로 증세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긴 했지만, 풀 타임을 소화하며 12승 12패 방어율 4.08을 기록했다. 다소 부족한 성적으로도 보였지만, 그가 소화한 169.2이닝의 가치는 상당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안정감 있는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장원준은 이 여세를 몰라 그 해 있었던 프리미어 12에서 국가대표 투수로 나서 서도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대표팀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장원준의 진가는 올 시즌 더 빛을 발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 15승 6패, 방어율 3.32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보다 한층 나이진 성적을 남겼다. 168이닝을 소화하면서 탈삼진은 최근 5시즌 중 가장 많은 137개를 기록했고 볼넷은 76개에 불과할 정도로 구위는 더 향상되고 여전히 안정적인 제구를 선보였다. 특유의 노련한 경기 운영도 여전했다. 새로운 팀에 완전히 적응한 장원준은 넓은 잠실 홈구장을 사용하면서 피 홈런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더 과감한 승부를 할 수 있었고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두산 야수진의 안정적인 수비도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두산은 장원준의 변함없는 활약과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에이스 니퍼트에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한 외국인 투수 보우덴, 장원준과 짝을 이룬 좌완 선발 투수 유희관이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두산의 강력한 선발진은 정규리그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맹위를 떨치며 압도적인 우승을 이끌었다.
장원준은 2년 연속 두산 우승의 주역이 되며 성공하기 어렵다는 투수 FA 계약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장원준은 올 시즌 최동원상 수상자로 결정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내년 3월 예정된 WBC에서도 장원준은 대표팀의 주축 선발 투수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팀 특성과 맞는 선수에 과감한 투자를 한 두산과 이를 받아들여 오랜 기간 함께 한 고향팀을 떠난 결정한 장원준의 선택이 이룬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장원준은 아직 30대 초반의 투수다. 무리 없는 부드러운 투구 폼은 부상의 위험을 크게 줄이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큰 부상도 없었다. 아직 FA 서비스 타임이 2년 남았지만, 현재의 장원준이라면 2년 후에도 상당한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장원준이 두산에서 만들어낼 FA 성공담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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