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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레전드 이병규가 공식적으로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7월 9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LG는 이병규에게 감동의 은퇴식을 선사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그가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이병규 역시 복받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LG는 그의 등 번호 9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며 이병규를 예우했다. 

그만큼 이병규는 LG의 상징이었고 LG의 역사와 함께 하는 선수였다. 뛰어난 기량과 강한 카리스마, 철저한 자기 관리로 40대의 나이에도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던 이병규였다. 하지만 은퇴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이병규는 지난 시즌 팀의 세대교체 방침에 밀려 1군에서 배제됐다.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1군 콜업을 준비했지만, 그에게 기회를 오지 않았다. 

LG 팬들은 줄기차게 이병규의 1군 콜업을 요청했지만, 구단의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병규와 구단, 코치진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고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설이 돌기도 했다. 결국, 이병규는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대타로 한 타석에 설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이병규는 안타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렇게 그의 사실상의 은퇴 경기는 마무리됐다. 





2017시즌 이병규는 여전히 현역 선수의 의지를 보였지만, LG는 그를 전력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역 선수를 이어가려 했다면 타 구단으로 팀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이병규는 은퇴를 선언했다. LG 유니폼이 아닌 타 구단 유니폼을 입는 것이 그에게는 불편했다. 그렇게 이병규는 1997시즌부터 시작된 선수 생활을 LG 선수로서 마무리했다.

이런 레전드의 결정에 LG는 기억에 오래 남을 은퇴식으로 화답했다. 이렇게 이병규는 영원한 LG 선수로 남았다. LG는 레전드가 떠나는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장마비로 경기 시작마저 불투명했지만, 경기를 할 수 있었고 LG가 이기는 상황에서 폭우로 강우 콜드승을 하는 과정까지 하늘마저 레전드의 은퇴식을 축하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레전드의 은퇴식은 팀의 악재들과 함께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그 경기에서 에이스 허프가 부상으로 경기 도중 경기장을 떠났다. 이미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던 허프는 오랜 재활을 거쳐 복귀한 이후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은 생각보다 깊었고 1달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LG로서는 상당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좌완 불펜 투수로 팀에 큰 보탬이 됐던 윤지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윤지웅이 조사 과정에서 이병규의 은퇴식 직후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는 점이었다. 자칫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었다. 곧바로 사실이 아님을 밝혀졌지만, 진실게임으로 번질 수 있는 일이었다. 

LG는 곧바로 윤지웅의 잔여 경기 출전 금지 중징계를 내렸지만, 지난 시즌 정찬헌, 정성훈에 이어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건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은 분명 당혹스러운 일이다. 최근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음주운전으로 선수 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도 구단에 아주 의미있는 날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LG는 FA 좌완 투수 차우찬의 선발 등판 일정을 취소하고 엔트리 말소했다. 누적된 피로와 휴식이 그 이유였지만,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하고 있는 LG로서는 전반기 마지막 총력전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잃고 말았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필요한 결정이기도 했지만, LG는 팀에 필요한 좌완 투수 3명이 거의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병규로서도 분명 마음 한편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악재들은 LG의 최근 좋지 않은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됐고 단단한 마운드를 앞세워 시즌 초반 강력한 전력을 과시했던 LG였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순위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는 것이 요즘 그들의 모습이다. 세대교체의 과정이 예상보다 수월하지 않았고 투.타의 불균형으로 더 치고 올라갈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는 LG다. 

이런 LG에게 이병규의 은퇴식은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었지만, 그 의도가 퇴색되고 말았다. LG로서는 전반기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특별한 날 이어진 악재들은 두고두고 좋은 않은 기억을 함께 남길 것으로 보인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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