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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시즌 한, 미 프로야구의 우승 팀이 모두 확정됐다. KBO 리그는 KIA가 타이거즈가 8년 만에 최강팀으로 돌아미국 프로야구는 휴스턴이 1962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리며 팀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들의 우승은 최근 지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으로 인한 큰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휴스턴 지역 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열망이 실현됐다는 점에서 크 의미가 상당했다.


휴스턴 못지않게 우승에 목말랐던 상대 팀 LA 다저스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내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휴스턴을 넘지 못했다. 특히, LA 다저스는 KBO 리그 최고 투수였던 류현진의 소속 팀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비록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심정적으로 우리 야구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었다. 

하지만 LA 다저스는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영입한 일본 투수 다르빗슈의 월드시리즈 부진과 함께 마운드가 승부처에서 버티지 못하면서 7차전의 시리즈를 3승 4패로 내주고 말았다. LA 다저스는 2승 3패로 밀리던 6차전에서 승리했고 이어진 7차전이 홈에서 열리는 유리함이 있었지만, 타선의 부진과 선발 등판한 다르빗슈의 초반 5실점이 끝내 부담이 되면서 기울어진 승부의 추를 되돌리지 못했다. 





이런 다저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휴스턴은 다저스의 홈에서 그들의 우승에 환호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팀 창단 첫 우승이라는 점은 우승의 의미를 몇 배는 더했다. 여기에 길었던 리빌딩과 암흑기를 극복한 우승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휴스턴은 2010년 들어 최악의 팀이라 불릴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2010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휴스턴은 400패 이상을 했다. 매 시즌 100패 이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승률을 메이저리그 통틀어 최하위였다. 그 과정에서 휴스턴은 리그를 내셔널 리그에서 아메리칸 리그로 옮기는 우여곡절도 겪어야 했다. 그들이 팀을 재건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휴스턴은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활약하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다. 이 기간 휴스턴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강팀이었다. 1997, 1998, 1999, 2001 시즌 휴스턴은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05시즌에는 내셔널리그 우승 팀의 자리에도 올랐다. 월드시리즈에서 패하긴 했지만, 휴스턴은 강팀으로서 이미지가 강했다. 이 시간 휴스턴은 메이저리그를 조금만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킬러 B로 불렸던 비지오,  배그웰이라는 간판타자들이 있어고 흔치 않았던 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특색 있는 팀이기도 했다. 

이렇게 내셔널리그의 강팀으로 군림하던 휴스턴은 2005시즌 이후 급격한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팀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었고 팀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 팀을 떠났다. 팀 리빌딩을 천명했지만, 그 성과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후 휴스턴은 약체 팀으로 전락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2011시즌에는 구단이 제3자에 매각되는 일도 있었다. 2013시즌부터는 리그를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로 이동했다. 큰 변화였다. 하지만, 팀 성적은 여전히 바닥권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강팀인 텍사스, 애너하임의 틈에서 휴스턴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바닥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기간 모았던 유망주들의 성장도 쉽에 이루어지 않았다. 새로운 리그에서도 휴스턴은 동네북 신세였다. 

이런 휴스턴에게 2015시즌은 반전의 시즌이었다. 와일드카드였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휴스턴은 약체의 이미지를 벗었다. 유망주들이 하나둘 포텐을 터뜨렸고 외부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그 성과는 2017 시즌 빛을 발했다. 2017 시즌 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해마다 100패 이상을 하던 팀은 올 시즌 100승 이상을 하는 팀으로 변신했다. 그들 지구에서 우승은 큰 고비 없이 달성됐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느 정도 확정된 시점에 휴스턴은 디트로이트의 에이스 벌렌더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강력한 에이스를 영입했다는 건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한 선택이었다. 기존의 에이스 카이글과 함께 벌렌더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후반기 벌렌더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고 포스트시즌에도 그 모습은 그대로 이어졌다.

휴스턴은 포스트시즌에서 전통의 강팀, 보스턴, 양키즈를 차례로 꺾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휴스턴은 상당한 접전을 펼쳤다. 비교적 무난히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다저스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서 월드시리즈를 맞이해야 했다. 홈 어드벤티지까지 다저스의 몫이었다. 

하지만 창단 첫 우승이라는 목표로 뭉친 휴스턴은 강했다. 다저스의 우세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휴스턴은 승부처에서 앞선 집중력을 보이며 대등한 대결을 했다. 결국 휴스턴은 7차전까지 다는 긴 승부에서 승리하며 최후의 승리자 됐다. 이는 휴스턴에게 길었던 리빌딩의 시간을 겪은 후 얻은 달콤한 열매와 같았다. 

휴스턴의 우승은 우리 프로야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휴스턴은 약체팀의 이미지가 덧칠되는 치욕의 시간을 이겨내고 인내심을 가지고 리빌딩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큰 시행착오도 있었다.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었지만, 휴스턴은 구단 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휴스턴은 과감한 투자로 외부 영입으로 전력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 결과는 2014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이는 리빌딩을 천명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기조를 유지하고 못하거나 파행적인 운영으로 리빌딩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하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여전히 구단 운영이 모기업에 종속된 상황에서 독립적인 구단 운영이 어려운 현실, 부족한 선수 자원, 시대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개선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우리 프로야구는 여전히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각 팀마다 특생을 가지고 팀 컬러를 만들 수 있는 여건도 안 되고 그런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휴스턴 같은 긴 리빌딩의 시간은 우리 리그에서는 사치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날이 다양한 미디어가 제공되는 현실 속에서 프로야구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지금은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한다면 쇠락을 길을 갈 수 있다. 그 점에서 프로야구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2017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과 같은 우승 스토리는 분명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그의 다양성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 이야기지만, 휴스턴의 우승을 보면서 우리 프로야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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