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지금까지 조용한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FA 계약 소식은 롯데와 문규현의 계약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각 팀마다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진출이라는 변수도 있다. 2차 드래프트가 중간에 함께 열리면서 구단들의 관심도 분산된 모습이다. FA 거품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 구단들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 시즌을 대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마무리 훈련을 위해 상당수 팀들이 해외로 떠났고 팀 정리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내년 시즌을 함께 할 외국인 선수 영입과 재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FA 계약 역시 한 번 물꼬가 터지면 계약 발표가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 속에 올 시즌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팀 KIA 역시 빠질 수 없다.
KIA는 올 시즌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정규리그에서도 후반기 고전하긴 했지만,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안정감을 보였다. 기존 선수들과 FA,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의 조화, 젊은 선수들의 성장,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팀이 단단해치고 선수층도 투터워졌다. 앞으로 우승 전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KIA다.
물론, 이를 위한 구단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KIA는 타 팀들과 같은 고민거리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FA 시장에서 내부 전력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 지난해 최형우 역대급 계약인 4년간 100억 원의 안겨준 KIA였지만, 이번 FA 시장에서는 외부 FA 영입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준급 외야 자원이 많지만, 현재 KIA의 외야진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풍족하다. KIA는 FA로 풀린 베테랑 외야수 김주찬의 재계약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주찬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가 부담이지만, 여전히 수준급 타격 능력과 주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유리몸이라는 오명도 어느 정도 씻어냈다. 1루 수비가 가능하다는 점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보상 선수 규정으로 김주찬이 타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은 KIA가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협상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가능한 빠른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 KIA는 김주찬과의 협상을 끝내고 에이스 양현종과의 협상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해외 진출을 모색하다 KIA 잔류를 선택한 양현종은 구단과의 합의로 1년 FA 계약을 했다. 그때는 양현종이 상당 부분 양보한 계약으로 여겨졌지만, 올 시즌 양현종은 정규리그 20승에 한국시리즈 맹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MVP에 정규리그 MVP, 최동원상 수상에 각종 시상식에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양현종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질 수밖에 없다. KIA는 최고 대우로 그를 잔류시키기로 했지만, 그 조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다 할 투수 FA가 없는 시장의 사정, 1년 계약을 그 전해에 한 탓에 1년 FA 계약만이 가능한 규정 등 KIA의 머리는 복잡하다. 양현종이 KIA 잔류에 긍정적이라는 점이 위안이다.
KIA는 FA 계약 외에 외국인 선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올 시즌 KIA와 함께 했던 헥터, 팻딘 두 외국이 투수와 타자 버나디나는 우승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연히 이들을 내년 시즌도 함께 하고 싶은 KIA지만, 협상이 수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 양현종과 함께 원투 펀치를 구성한 헥터는 정규 시즌 20승 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미 최고 수준의 외국인 선수 대우를 받고 있는 헥터임을 고려하면 인상폭을 얼마나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로의 진출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가 떠난다면 대신할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야 하지만, 이미 리그 적응이 완료된 헥터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와 짝을 이룬 좌완 투수 팻딘은 기복이 있는 투구가 단점이었지만, 후반기 단점을 극복한 모습이었다. 그 역시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는 시즌 초반을 부진을 이겨내고 리그 최상급의 타자로 올라섰다.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수비는 검증이 됐고 타격 능력도 크게 발전했다. 주력도 수준급으로 리드오프 중심 타선 모두 소화가 가능하다. 다만, 최근 불거진 메이저리그 계약설이 변수다. 외야진 풍부한 KIA지만, 버나디나와 같이 장타력과 빠른 발을 모두 갖춘 자원은 없는 KIA다. 버나디나의 잔류는 올 시즌 우승의 중요한 요인이 된 강력한 팀 타선 유지에 필수 조건이다.
이렇게 KIA는 우승 환호 뒤 찾아온 각정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향후 연봉 협상에서도 우승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KIA로서는 외부 FA 영입이 없더라도 상당 부분 돈 보따리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유지와 팀워크도 단단히 해야 한다. 2009시즌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 이후 상당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경험이 있는 KIA로서는 우승 뒤 찾아올 수 있는 승자의 저주를 피해야 한다. 이는 KIA의 스토브리그가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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