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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야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면 들렸던 롯데의 강민호 응원가를 내년 시즌에는 들을 수 없게 됐다.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던 강민호가 삼성과 FA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주목받는 선수였지만, 그의 타 팀 이적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민호의 삼성행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강민호는 2004시즌 롯데에 입단한 이후 줄 곳 롯데 선수로 뛰었다. 강민호는 롯데의 연고지 부산 출신은 아니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선수였다.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고졸 2년 차부터 1군에서 주전으로 경기에 출전했고 2006시즌부터는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했다. 경기 경험이 성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강민호는 상당한 행운을 잡은 것과 같았고 강민호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강민호는 공격력을 겸비한 포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젊은 나이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제경기 경험도 함께 쌓았다. 강민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아시안게임, WBC 등에서 대표팀 포수로 활약했다. 리그에서도 강민호는 롯데의 중심 타자로서 포수로서 공. 수에서 중심 선수였다. 롯데에서 데뷔해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그의 과정을 지켜본 롯데 팬들의 강민호에 대한 애정은 상당했다. 그의 응원가는 롯데 팬들의 그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강민호는 어느 순간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고 영원히 롯데 선수로 남을 것 같았다. 그가 4년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 상당수 팀들이 그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강민호는 롯데와 큰 밀당 없이 계약하면서 팀에 잔류했다. 4년간 75억원은 큰 계약이었지만, 그가 시장에 나왔다면 그 이상의 계약도 가능했다. 강민호는 이를 뿌리치고 롯데에 남았다. 그 역시 롯데에 대한 애정이 컸다. 

FA 계약 후 강민호는 첫 시즌 부진했지만, 이후 3시즌 동안 공격과 수비에서 중심 선수로 손색없는 활약을 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팀 리더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강민호는 올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아직 30대 초반인 그의 나이와 20홈런 80타점 이상의 가능한 공격력, 풍부한 경험까지, 포수 기근의 리그 사정상 강민호의 또 한 번의 대형 계약은 기정사실과 같았다. 하지만 롯데 외에 타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 강민호가 롯데 선수로서 상징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롯데 역시 그의 잔류를 확신했다. 

롯데로서는 강민호를 대신할 수 있는 포수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올 시즌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해준 강민호의 존재감을 절대적이었다. 팀 마케팅 측면에서도 강민호의 비중은 상당했다. 그가 없는 롯데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롯데는 주전 3루수 황재균의 kt 이적에 거의 손을 놓으면서까지 내부 FA 강민호와 손아섭 잔류에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이런 롯데의 노력에도 강민호와 롯데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롯데 팬들은 그의 롯데 잔류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런 롯데 팬들에게 강민호의 삼성행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애초 삼성은 올 시즌 FA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는 팀이 아니었다. 외부 FA 영입에 대한 움직임도 없었다. 외부 영입이 이루어진다면 은퇴한 이승엽을 대신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타자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었다. 외야 FA 자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야수 중 한 명의 삼성행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삼성은 롯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강민호를 영입 대상으로 삼았고 기어코 그에게 삼성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강민호는 14시즌을 함께 했던 롯데를 떠나는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조건을 제시한 롯데는 떠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계약 규모를 축소 발표한 것이 아닌지 등의 의문이 일기도 했지만, 삼성과 강민호는 이를 부인했다. 이 말이 맞는다면 롯데는 14시즌을 함께 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과거 롯데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다 두산과 FA 계약을 체결하고 팀을 떠난 장원준의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리빌딩 중에 있지만, 이 과정에서 팀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스타를 얻었다. 이지영이라는 좋은 포수가 있음을 고려하면 강민호의 체력 관리를 하면서 그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승엽이 떠난 중심 타선의 허전함을 메울 수도 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플러스 요소가 더해졌다. 롯데는 주전 포수 자리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그를 대신할 자원을 내부에서 찾아야 하지만, 가장 많은 경기 출전 경험이 있는 김사훈은 1군 포수로서는 공. 수에서 모두 부족함이 있다. 나종덕이라는 될성부른 포수 자원이 있지만, 내년 시즌 입단 2년 차에 불과하다. 전격적으로 주전 발탁을 할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가능성 있는 포수 자원 안중열은 장기간 부상 재활 중이다. 트레이드를 통한 포수 영입은 그에 따른 반대 급부가 크다. 강민호를 떠나보내면서 삼성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 선수로 포수 자원을 보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은 이런 롯데 사정을 고려해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전력 약화의 문제와 함께 롯데는 팀의 중심 선수를 내주었다는 자체가 큰 충격이다. 강민호가 잔부상이 많아지면서 수비면에서 아쉬움이 드러나기도 했고 이제 기량이 내림세에 접어들 시점이기도 했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도 그를 떠나보냈다는 점은 분명 되짚어볼 문제다. 롯데는 강민호의 삼성행과 동시에 황재균의 보상 선수로 kt 불펜 투수 조무근 영입을 발표했지만, 이것으로 강민호 삼성행의 충격을 덜하기는 부족함이 크기만 하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정규리그 3위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단단해진 마운드를 바탕으로 올 시즌 전력을 유지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롯데였다. 하지만 FA 강민호의 삼성행은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올 시즌 함께하지 않았던 황재균의 kt 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간판타자 손아섭의 잔류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롯데는 상당한 전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강민호의 삼성행과 난항을 겪고 있는 손아섭 잔류 협상으로 스토브리그에서 롯데의 시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칫 강제 리빌딩의 길을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롯데가 강민호를 잃은 아픔을 남은 스토브리그에서 어떻게 지울 수 있을지 현시점에서는 강민호 삼성행의 충격을 추스르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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