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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영웅, 히어로즈

스포츠/야구

by 지후니74 지후니74 2009. 12.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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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 선수의 트레이드 발표로 터져버린 히어로즈 사태가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팬들이 바라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결과로 정리되는 듯 합니다. 이택근 선수는 LG로, 장원삼 선수는 삼성으로, 이현승 선수는 두산으로의 현금 트레이드가 거의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이면에 얽혀있던 돈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이 된 듯 합니다. 해결이라고 하지만 선수 나눠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결과입니다. 이런 트레이드 시도에 다른 구단들도 크게 반발하겠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이 히어로즈에게 현금 트레이드를 제안했다고 한 현실에서 늦은 자의 투정밖에 안 될 것입니다.

히어로즈의 핵심 선수 3명은 내년 시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히어로즈는 자금난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고 나머지 3팀은 그들의 약점을 보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과연 더이상 현금 트레이드가 없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요? 히어로즈는 계속 팀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지만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1년에 최소 100억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프로야구단 운영에 5천만원의 최소 자본금으로 급조된 회사가 뛰어들었다는 것에서 히어로즈의 비극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대기업들의 인수가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8개구단 체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히어로즈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른 대지를 살짝 적시기만 했을 뿐 씨앗을 틔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혼수 상태의 환자를 겨우 걸을 수 있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히어로즈 구단은 처음 시작부터 연봉 현실화를 내세운 연봉 대폭 삭감으로 선수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다른 구단들의 묵시적 동의아래 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운영비 절감과 스폰서 확보를 통한 자생력 있는 구단 운영이라는 시도는 신선했지만 그 시도는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의 시도는 곧바로 커다란 벽에 부딪쳤고 구단 운영의 어려움이 알게 모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2년, 그들은 선수 세일을 통한 구단 운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가입비라는 족쇄가 없었다면 더 빨리 왔을지도 모르는 현실입니다. 

이것이 정말 히어로즈 구단이 주장하는 한국판 머니볼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구단의 운영방식으로 대표되는  머니볼은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선수단을 구성하고 성적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결코 선수를 팔아 운영자금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선수 자원이 부족한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에서 주력 선수의 유출은 전력의 급격한 저하를 불러옵니다. 빠른 시간내에 유망주를 옥석으로 바꾼다면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은 너무 낮습니다.

히어로즈 구단은 비난을 무릅쓰고 선수들의 현금 트레이드를 감행했고 KBO는 판을 유지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하려 합니다. 히어로즈 구단의 남은 가입비, 서울 입성금 등등의 문제도 이것으로 해결 될 듯 합니다. 히어로즈 팀을 떠난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 남아있는 동료들을 두고 가는 그들의 마음이 편할 수 있을지요. 남아있는 선수들 또한 불안한 구단 현실을 인지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만화속의 감동을 기대하기에는 프로야구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2009년 우리들은 WBC에서 선전하는 영웅들을 보면서 환호했고 그 열기와 함께 프로야구 개막을 맞이했습니다. 그 열기는 1년내내 이어졌고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면서 흥행의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한때 침체되었던 프로야구가 다시 일어서는 한해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을 보내면서 팬들은 프로야구의 어두운 일면을 말없이 지켜봐야 합니다. 히어로즈라는 이름이 무색한 영웅의 일그러진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구단들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영웅에게서 이익들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한 팀을 뒤로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려 하는 구단들의 이기심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를 바라지만 한 없이 약해진 상대에게서 얻는 승리에 감동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치 콘서트에서 립싱크를 듣는 기분으로 경기를 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시절부터 히어로즈를 응원하던 열혈 팬들 역시 이런 상황에서 히어로즈를 계속 응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내년 시즌 가뜩이나 원정팬들이 더 많은 목동 구장에서 홈팬들이 실종된 경기를 계속 볼지도 모릅니다.

선수 3명의 트레이드로 히어로즈 구단의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구단의 최고 자산인 선수들을 팔아야 하는 현실에서 2010년 시즌 히어로즈팀이 온전히 운영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8개구단 체제가 지속되길 바라지만 균형 잃은 구색 맞추기는 프로야구 전체의 흥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큽니다. 히어로즈의 선수 팔기가 불가피 하다면 그 출혈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트레이드를 해야합니다. 현금을 노린 세일이라면 팬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력의 공백을 메울 선수 영입을 병행해야 합니다. 여기에 그들이 창단 때 부터 주장한 자생력 있는 구단 운영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단순히 투자비를 보존하기 위한 제2, 제3의 이택근, 이현승, 장원삼 사태가 일어난다면 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고 어렵게 이어지던 8개구단 체제 또한 큰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10년 시즌, 일그러진 영웅이 부활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타 팀 팬들도 두들겨 맞기만 하는 나약한 영웅과 함께 하는 프로야구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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