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로야구] 손승락, 윤길현, FA 불펜 투수들의 엇갈린 시즌

2017 시즌 롯데 마운드는 후반기 반전의 원동력이었다. 시즌 초반 선발진과 불펜진이 동반 부진하면서 힘겨웠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후반기 롯데 마운드는 팀의 강점으로 자리했다. 선발 투수진은 2군행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외국인 투수 레일리를 시작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킨 젊은 에이스 박세웅, 지난 시즌 부진에서 벗어난 베테랑 송승준에 시즌 중 팀에 복귀한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또 다른 영건 김원중까지 확실한 5인 로테이션이 구축됐다 

불펜진도 달라졌다.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돌아온 손승락을 축으로 부상 재활에 성공한 조정훈, 선발 투수에서 불펜 투수로 변신하면서 투구 내용이 크게 좋아진 박진형이 필승 불펜조로 경기 후반을 든든히 책임졌다. 시즌 내내 마당쇠 역할을 충실히 해준 배장호는 화려하지 않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돋보이는 시즌을 보냈다. 롯데는 확실한 필승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불펜진 운영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변신에 있어 대조되는 두 선수가 있다. 2016 시즌 FA 계약으로 롯데에 영입된 베테랑 투수 손승락과 윤길현이 그들이다. 손승락은 넥센에서 오랜 기간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고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이기도 했다. 윤길현은 SK에서 마무리 투수로서 필승 불펜 투수로서 핵심 역할을 했었다. 경험이나 구위 면에서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두 불펜 투수의 영입은 롯데의 고질적인 불펜 불안을 털어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016 시즌 손승락과 윤길현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승락은 7승 3패 20세이브로 나름 역할을 했지만, 4점대 중반의 방어율로안정감이 떨어졌다. 리그 후반기 그 페이스가 떨어졌고 지나치게 높은 피안타율 또한 문제였다. 윤길현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윤길현은 7승 7패 16홀드를 기록했지만, 방어율은 6점대로 필승 불펜 투수로는 낙제점이었다. 특히, 시즌 후반 승부처에서 자주 무너지는 장면을 연출하며 실망감을 높였다. 두 베테랑 불펜 투수는 성적 부진과 함께 좋지 않은 구설수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2016 시즌 롯데의 부진에 있어도 선수는 큰 원인 제공자가 됐다. 당연히 FA 계약에 대한 무용론도 함께 나왔다. 

2017 시즌 손승락과 윤길현은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부상이 없고 구위가 살아있는 만큼 반등의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그 다짐의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손승락은 2017 시즌 최고 마무리 투수로 부활했지만, 윤길현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승락은 37세이브를 수확했고 방어율은 2점대 초반으로 낮췄다. 특히, 시즌 후반기 롯데가 상승세 있을 때 세이브 행진은 인상적이었다. 부상 우려까지 있을 정도로 손승락은 온 힘을 다했다. 결국, 손승락은 세이브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손승락은 직구의 구위가 되살아나면서 주무기 컷패스트볼이 위력이 배가 됐고 이것이 부활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손승락과 달라 윤길현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더 퇴보하는 모습이었다. 2017 시즌  윤길현은 1승 4패 13홀드에 방어율 6.41을 기록했다. 각종 지표도 더 떨어졌고 팀 내 비중도 함께 줄었다. 필승 불펜조로 시즌을 시작했던 윤길현이었지만, 그 역할은 축소됐다. 시즌 중반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쳤지만, 반등은 없었다. 시즌 후반 윤길현은 전력에서 제외됐고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신 윤길현은 그의 자리를 대신한 박진형, 조정훈의 활약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2년 연속 부진은 윤길현을 실패한 FA의 한 사례로 만들고 말았다. 팀 내 입지는 줄었고 FA 보상 20인 명단에도 윤길현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모습은 그를 보상 선수 선택 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서 FA 시장에서 영입 경쟁을 불러왔던 윤길현으로서는 너무 나 큰 위상의 차이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올 시즌이었다. 

윤길현의 부진을 두고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에 의존한 투구 패턴이 더는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여전히 그의 직구는 140킬로 중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정구로 사용하는 슬라이더가 번번이 통타당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변화가 없다면 내년 시즌을 기약하기도 힘든 것이 윤길현의 현실이다. 

비록 윤길현이 2시즌 연속 부진했지만, 윤길현의 구위는 아직 살아있고 불펜 투수로서 필요한 경험이 풍부하다. 반전의 계기만 마련된다면 다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투수다. 지난 시즌 동반 부진했지만, 반등에 성공한 손승락의 예는 윤길현에게 큰 참고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윤길현은 손승락보다 한살이 더 적은 나이다. 노쇠화로 사그라 들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윤길현은 내년 시즌 롯데 불펜진에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필승 불펜조로 자리한 조정훈은 여전히 부상 재발 위험이 상존하고 관리가 필요하다. 박진형은 큰 발전을 보였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기복이 생길 수 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고효준, 오현택 두 베테랑 불펜 투수들도 시즌 내내 활약을 유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 시즌 불펜에서 고군분투한 배장호는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후유증이 걱정된다. 

이 밖에 군에서 돌아온 구승민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도 검증이 필요하다. 윤길현이 손승락과 함께 불펜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이상적인 불펜 운영이 가능하다. 윤길현 개인적으로도 본전 생각이 나는 FA 선수라는 오명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 윤길현이 2년간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손승락과 같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내년 이맘때 롯데의 두 FA 불펜 투수들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