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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프로야구 시즌 후 열리는 FA 시장에서 대상 선수들의 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극소수 선수만이 대형 계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한 FA 선수들의 기회 확대와 FA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보상 선수 규정과 FA 등급제 등은 해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올 시즌에도 상당수 선수들의 여전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자칫 역대 최다 FA 미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상당수 선수들의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원 소속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처지다. 이에 FA 대상자가 되면 의례 신청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FA 권리행사가 과연 선수에게 실익이 있는지에 대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최근 FA 시장 분위기는 시장에 상황에 맞는 선수들의 선택이 필요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점에서 한화 외야수 이용규는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한화와 4년 FA 계약이 올 시즌 끝나는 이용규는 2번째 FA 기회가 있었다. 이용규는 고심 끝에 권리 행사는 포기하고 한화와 연봉 협상에 나섰다. 이용규는 올 시즌 연봉에서 대폭 삭감된 4억원의 연봉을 받아들이고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연봉 4억원의 일반인들과 상당수 프로야구 선수들과 비교해 큰 돈이지만, 이용규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일 수도 있었다. 이용규는 구단과의 줄다리기를 피했다. 




이용규의 이런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올 시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소위 FA를 앞둔 선수들이 그 해에 분전하는 FA 로이드 효과가 전혀 없었다. 이용규는 올 시즌 0.263의 타율로 한화에서 4년 중 가장 부진했다. 각장 성적 지표도 4년간 최악이었다. 무엇보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57경기 출전에 그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가뜩이나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은 그로서는 내구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남긴 시즌이었다. 

이 성적으로 FA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불가능했다. 여기에 대형 FA 선수들의 대부분이 외야수라는 점도 그에게는 악재였다. 이미 대형 계약을 체결한 손아섭, 민병헌, 김현수가 모두 외야 자원이었다. 여기에 SK에 잔류한 정의윤과 KIA 김주찬, kt 이대형까지 시장에 나온 외야수가 넘쳐났다. 이용규로서는 이 틈에서 원하는 계약을 따내기 힘들었다. 이용규는 현실을 인정하고 FA 시장이 열리기 전 FA 재수를 선택했다. 현재 그 선택은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용규의 선택을 두고 다수 비판적이고 비아 양 섞인 말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사고가 점점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FA 시장의 현실에서 이용규의 판단은 전략적이었다. 또한, 이용규는 현실 인정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을 넘어 부활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용규는 아직 30대 초반으로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다. 부상만 없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외야수다. 이용규는 2004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통산 3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일명 용규 놀이라 불릴 만큼 타석에서 커트 능력이 탁월해 상대 투수들로 부터 많은 투구 수를 끌어낼 수 있다. 삼진은 좀처럼 당하지 않으면서 볼넷을 얻어낼 수 있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빠른 발은 여전하고 외야 수비 범위도 넓다. 

이용규는 건강하다면 3할의 타율과 4할이 넘는 출루율, 100득점 이상, 20개 이상의 도루가 가능한 다재다능함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 다수의 국제 경기에서 대표팀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던 만큼 풍부한 경기 경험 역시 큰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수차례 지적했던 내구성 유지다. 이용규는 한화에서 4년간 부상으로 상당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내년 시즌 이용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경쟁구도도 이겨내야 한다. 한화는 외국인 타자로 메이저리거 출신 외야수 호잉을 선택했다. 기존 한화 외야수들에게는 큰 산이 앞에 놓였다 할 수 있고 이용규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에서 재능 있는 외야수 백창수를 얻어 전력에 보강했다. 한방 능력이 있는 이성열과 최진행도 외야 자원으로 분류된다. 신임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히 출전 기회를 줄 가능성도 크다. 이용규가 제 자리를 굳건히 하지 못한다면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는 여건이다. 이용규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과 동시에 이전과 다른 경쟁구도 역시 이겨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용규는 여전히 한화에서 비중이 큰 선수다. 큰 폭의 연봉 삭감을 당했지만, 고액 연봉자이기도 하고 팀에서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도 커졌다. 팀 변화 폭이 큰 한화에서 이용규는 내년 시즌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다. 이용규가 예전 기량을 회복하고 외야 한자리를 굳건히 지킨다면 한화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용규로서는 동기부여 요소가 많은 내년 시즌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탁월한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용규가 내년 시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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