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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팬들에게 있어 한기주라는 이름은 비운의 유망주로 많이 각인되어 있다. 고교시절 프로야구 판도를 바꿀 특급 신인에서 지금은 부상에 시달리며 선수 생활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해진 그의 인생사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한기주는 깜짝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되면서 2006시즌 프로 데뷔 때부터 함께했던 고향팀 KIA를 떠나 삼성으로 팀을 옮겨다. KIA는 한기주를 보내면서 외야 백업 자원인 이영욱을 영입했다. KIA로서는 한기주의 부활 가능성에 확신이 없었고 2017 시즌 한기주는 1군에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며 전력 외로 분류된 상황이었다. 삼성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외야 자원 속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영욱을 보내면서 아직 30대 초반으로 부활의 여지가 있는 한기주라는 복권을 구입했다. 

한기주는 2006시즌 프로 데뷔 당시 최고 유망주였다. 입단 당시 계약금은 역대급인 10억원이었다. 한기주의 프로 입단 동기로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류현진, SK의 주전 포수 이재원 등 있었음에도 한기주는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실제 고교시절 한기주는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와 변화구 구사능력에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춘 언터처블 수준의 투수였다. 청소년 대표 시절에도 한기주는 에이스였다. 당연히 그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한기주는 메이저리그 도전보다 KBO 리그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그를 영입한 연고팀 KIA로서는 10년은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투수를 영입하면서 전력 상승효과를 기대할만했다. 팀의 큰 기대 속에 2006시즌을 시작한 한기주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10승 11패 1세이브 8홀드, 방어율 3.26을 기록했다. 신인으로서는 수준급 성적이었지만, 기대치에는 부족함이 있는 결과였다. 그의 입단 동기인 류현진이 한화에서 데뷔 시즌에 18승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우뚝선 것과 비교되면서 그의 데뷔 시즌 성적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물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일정하지 못한 등판에도 문제가 있었다. 

2007시즌 한기주는 팀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데뷔 시즌부터 이상 징후를 보인 팔꿈치 부상 위험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강력한 직구를 가지고 있는 한기주임을 고려하면 1이닝 정도를 막아내는 마무리 투수가 더 적성에 맞을 수도 있었다. 2007시즌 한기주는 2승 3패 25세이브 방어율 2.43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투수 자리에 안착했다. 2008시즌에도 한기주는 팀의 마무리 투수로 26세이브를 기록했다. 두 시즌의 활약으로 한기주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돼 금메달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그의 내림세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한기주는 극심한 부진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등판 기회 때마다 한기주는 난타당했다. 이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너무나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의 부진은 이후 그에게는 트라우마같이 작용했다. 

2009시즌 한기주는 4승 5패 4세이브로 부진했다. 팀은 통산 10번째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한기주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성적이었다. 2009시즌 후 한기주는 내내 그를 괴롭히던 팔꿈치 부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술을 결심했고 긴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이미 병역 문제를 해결했고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인 점을 고려하면 부상 재활의 성공 가능성은 커 보였다. 

하지만 부상 이후 한기주는 그의 장점이 강속구를 잃어버렸다. 한기주는 평범한 투수가 되고 말았다. 2010, 2011시즌 한기주는 각각 7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강력한 마무리 투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선발 투수 전환도 여의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 부상까지 찾아오면서 한기주는 또다시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기주로서는 한창 기량을 꽃피울 시기를 부상 재활로 보내고 말았다. 

 재활 이후 2015시즌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른 한기주는 2016 시즌 29경기에 등판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4승 3패 1세이브 1홀드 방어율 7.62로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부상을 털어내고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비록 강속구를 잃고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지만, KIA 마운드에 보탬이 될 투수가 될 것으로 보였다. 

2017 시즌에는 보다 나은 모습도 기대됐지만, 한기주는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또다시 부상이 찾아왔고 부상 회복도 순조롭지 않았다. 퓨처스 리그 13경기 등판을 한 것이 그의 2017 시즌 등판 일지의 전부였다. 어느새 그의 이름은 KIA 팬들 사이에서 점점 희미해졌다. 2017 시즌 KIA는 최강 전력을 과시하며 정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한기주는 관전자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2018 시즌 한기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는 새로운 팀 삼성이라는 낯선 환경이 앞에 놓여있고 부상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올 시즌마저 1군에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선수 생활 유지 자체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 투수진에 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더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우선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삼성의 재활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있다는 점은 한기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8 시즌 한기주는 절박하다. 2006시즌 최고 신인으로 프로에 데뷔했지만,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할 처지다. 한기주로서는 과거의 기억을 잊고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이겨내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한기주가 선수로서 존재감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부상으로 은퇴한 상당수 선수들처럼 쓸쓸한 선수 생활 마무리를 할지 그의 올 시즌이 궁금해진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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