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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사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6월 29일 kt와 NC의 경기에서 나왔다. kt 선발 투수 니퍼트가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KBO 리그 통산 100승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NC 타선을 7이닝 5피안타 2사사구 탈삼진 5개, 2실점으로 막아냈고 팀의 7 : 3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6승째를 기록한 니퍼트는 99승에서 세 번째 도전만에 100승을 채웠다. 

니퍼트의 100승을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다. 니퍼트의 100승은 외국인 선수가 오랜 기간 KBO 리그에서 롱런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2011시즌 두산에서 시작해 올 시즌을 kt로 팀을 옮기면서까지 8시즌을 꾸준히 마운드에 오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8시즌 동안 니퍼트는 팀의 제1선발 투수로 마운드를 이끌었고 한 시즌을 제외하고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그 기간 니퍼트는 두산의 에이스로 팀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니퍼트는 아직도 용병이라 인식이 강한 외국인 선수의 인식을 바꾼 선수였다. 니퍼트는 성적은 물론이고 팀원과 팬들과 소통하는 선수였고 경력이 쌓이면서 팀의 리더로서 역할까지 했다. 니퍼트는 한때 왔다가 성적 부진이나 이런저런 문제로 리그를 떠나는 스쳐가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두산의 레전드였다. 실제 성적도 레전드의 자격을 갖추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최초로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는 그에게 두산의 레전드로 그의 야구 인생을 끝낼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아쉽게 우승에 실패한 두산은 전력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선구 구성에 변화를 가져왔다. 니퍼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에 내구성에 문제를 보이기 시작한 베테랑 외국인 선수에게 두산은 냉정했다. 니퍼트는 그가 외국인 선수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니퍼트는 정들었던 두산과의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검증된 기량에 스타성을 갖춘 니퍼트는 쉽게 새로운 팀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의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젊고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는 흐름에 니퍼트에 손을 내미는 구단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두산의 니퍼트라는 상징성도 걸림돌이었다. 니퍼트는 KBO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오프시즌 기간 야속한 시간만 흘러갔다. 

이렇게 니퍼트의 KBO 리그 이력이 끝날 것 같았던 시점에 니퍼트는 kt와 손을 잡았다. 계약 조건은 이전에 비해 낮아졌지만, 니퍼트는 리그 잔류의 희망을 이룰 수 있었다. kt는 검증된 니퍼트의 기량은 물론이고 젊은 투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팀 마운드에 그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kt는 지난 시즌 방어율 1위 피어밴드와 함께 니퍼트의 원투 펀치를 중심으로 마운드 운영을 하려 했다. 

하지만 니퍼트의 시즌 준비는 순조롭지 않았다. 당겨진 리그 일정에 니퍼트는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약간의 부상도 있었다. 니퍼트는 물론이고 kt 역시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늦게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니퍼트는 기대했던 에이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4월과 5월 니퍼트는 두산 시절의 강력함이 없었다. 두산보다 떨어지는 팀 전력의 영향도 있었지만, 구위나 제구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자꾸 언급됐다. kt의 니퍼트 영입이 실패라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와 함께 선발 원투 펀치를 이룬 피어밴드마저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kt의 외국인 선수 구상은 크게 흔들렸다. 시즌 초반 상위권에 자리했던 팀 성적마저 시간이 흐를수록 하위권으로 쳐지면서 니퍼트의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KBO 리그 통산 100승마저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위기에서 니퍼트는 반전에 성공했다. 5월 29일 삼성전 6이닝 2자책점 승리투수가 된 이후 니퍼트는 6월 29일 NC전까지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달성했다. 지지부진하던 승수 쌓기도 속도를 붙였고 마침내 KBO 리그 통산 100승의 대기록과 함께 통산 1,0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도 함께 달성했다. 국내 투수라고 해도 레전드급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직 니퍼트의 KBO 리그 경력은 끝나지 않았다. 당장, 2018 시즌 그의 등판이 남아있다. 니퍼트는 통산 100승을 넘어 승수를 추가할 수 있고 그의 투구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기록이다. 물론, 그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니퍼트의 KBO 리그 경력이 올 시즌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니퍼트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KBO 리그 선수로서의 의지와 실력도 여전하다. 현실적으로 KBO 리그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오랜 기긴 기량을 유지하면서 외국인 선수 그 이상의 존재로 자리한 그의 족적은 KBO 리그 역사에서 항상 언급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인 건 분명하다. 이제 KBO 리그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선 니퍼트가 앞으로 KBO 리그에서 어떤 이력을 더 남기게 될지 궁금하다.


사진 : kt위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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