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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8연패, 넥센의 6연승, 삼성의 여름 대반전, 세 가지 사건이 얽히면서 혼돈 속에 빠져든 프로야구 중위권 순위 경쟁에 롯데가 3연승과 함께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롯데는 8월 9일 KIA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14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폭발, 선발 투수 노경은의 7이닝 4실점 역투 등을 묶어 11 : 4로 대승했다. 

롯데는 거의 한 달여 만에 8위 자리를 벗어나 KIA와 순위 바꿈을 하며 7위로 올라섰다. 5위권과는 2.5경기 차 4위 넥센과는 4경기 차로 추격의 가능성을 유지했다. 3연패 늪에 빠진 KIA는 더 힘겨운 순위 경쟁을 할 처지에 놓였다. 

매일매일이 결승전과 같은 롯데로서는 순위 경쟁 상대 KIA와의 2연전 매우 중요했다. 마침 KIA의 최근 팀 분위기가 내림세라는 점은 롯데에 긍정적이었다. 롯데는 연승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올 시즌 유독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에 약점을 보인 타선이 이 징크스를 벗어나야했기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KIA의 선발 투수는 언더핸드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은 8월 1일 롯데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로 올 시즌 첫 선발승에 성공했다. 당시 그의 선발 승은 그전 마지막 선발 승이 10년도 더 넘는 세월을 거슬러야 할 정도의 의미 있는 기록이었고 40살을 훌쩍 넘긴 불혹의 베테랑의 거둔 선발승으로 큰 화제가 됐다. 롯데는 임차용에게 잊지 못한 추억을 안겨주었고 올 시즌 언더핸드 투수에 대한 약점을 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다시 임창용을 만난 롯데의 공략 카드는 변칙이었다. 롯데는 나경민, 허일 두 젊은 좌타 외야수를 테이블 세터진에 자리하게 했다. 1루수와 지명타자에 베테랑 좌타자 채태인, 이병규가 자리를 잡았다. 이와 함께 롯데는 중심 타자 이대호를 체력 안배, 손아섭은 가벼운 부상을 이유로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던 주전 외야수 민병헌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롯데는 언더핸드 투수를 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1승이 아쉬운 팀으로서는 쉽게 실행할 수 없는 과감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롯데는 임창용과 상대 경험이 많지 않은 나경민, 허일이 오히려 상대에 더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역발상을 했다. 이들을 포함해 상위 타선에 대거 좌타자를 포진한 것도 나름 전략적 선택이었다. 

좌타자를 대거 포함한 선발 라인업이었지만,  정작 롯데의 득점은 우타자, 그것도 하위 타선의 홈런포에서 나왔다. 롯데는 2회 초 외국인 타자 번즈의 2점 홈런으로 2 : 0 리드를 잡았다. 임창용의 실투가 번즈의 스윙 궤적과 일치한 결과였다. 하지만 롯데의 리드를 오래가지 못했다. 롯데는 3회 말 선발 투수 노경은 잠시 흔들리는 사이 4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노경은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로 안정감을 보였지만, 3회 말 1사 후 2루타와 몸 맞는 공을 내주면서 투구 리듬이 흐트러졌다. 이어진 KIA 최형우의 빗맞은 안타와 1실점은 그의 마음을 더 흔들었다. 노경은은 후속 타자 안치홍과의 승부를 서둘렀고 안치홍의 노경은의 몸 쪽 승부구를 노려쳐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 분위기는 당연히 KIA 쪽으로 넘어갔다. 롯데 타선은 2회 초 번즈의 홈런으로 임창용에 고전하며 언더핸드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황이 다시 반전된 건 5회 초 롯데 공격 때였다. 롯데는 1사 후 전준우의 2루타 출루로 시작된 시작된 기회를 6득점의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8 : 4로 전세는 뒤집었다. 롯데는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구위가 떨어진 KIA 선발 임창용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KIA는 승리 투수 요건을 눈앞에 둔 베테랑을 배려하다 투구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것이 큰 화근이 됐다. 

롯데 5회 초 공격의 하이라이트는 안중열의 만루 홈런이었다. 롯데는 채태인의 1타점 적시 안타와 만루 기회에서 대타로 나선 손아섭의 밀어내기 타점으로 동점에 성공한 데 이어 계속된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9번 타자 안중열이 타석에 있었다. 마운드의 임창용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미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한 직후 승부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투구가 불가피했다. 안중열은 가운데 몰린 임차용의 투구를 좌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롯데로서도 예상치 못한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롯데는 승리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선발 투수 노경은은 3회 말 4실점 이후 7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키며 자신의 시즌 4승에 성공했고 타선은 이후 전준우의 솔로 홈런 등으로 추가 득점하며 KIA의 추격 의지를 잃게 했다. 롯데는 불펜 소모까지 최소화했고 이대호, 손아섭, 민병헌 등 주력 선수들의 휴식까지 주
면서 다음 경기에 대한 힘도 비축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 내내 따라다니던 언더핸드 투수에 대한 약점을 털어낼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도 승리의 의미를 더했다. 그 점에서 안중열의 5회 초 만루 홈런은 큰 가치가 있었다. 롯데는 번즈, 안중열, 전준우까지 우타자들의 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좌타자들의 활약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랜 2군 생활 끝에 최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신예 외야수 허일은 2안타 경기로 만만치 않은 타격감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좌타자 채태인도 5회 초 대량 득점의 시작을 알리는 1타점 적시 안타로 승리에 힘을 더했다. 대타로 나선 손아섭은 끈질긴 승부로 밀어내기 타점을 기록했고 이는 안중열의 만루 홈런과 연결됐다. 또 다른 좌타자 이병규도 2번의 출루로 제 몫을 다했다. 돋보인 건 홈런을 때랴낸 선수들이었지만, 상. 하위 타선 모두가 힘을 합한 대량 득점이었다. 

롯데는 KIA와의 금요일 경기 이후 잠실에서 압도적 1위 두산과 대결한다. 연승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당장 연패를 끊기 위한 KIA와의 대결도 쉽지 않고 먼 원정길 끝에 만나는 두산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상대다. 상대 전적도 절대 열세다. 롯데로서는 객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상승 분위기 유지가 중요하다. 8월 9일 경기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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