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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9월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사실상 5위 경쟁에서 멀어졌다. 롯데는 두산과의 9월 11일, 12일 2연전에서 마운드가 붕괴되며 1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5연패 늪에 빠진 롯데는 5위 LG와의 승차가 5.5경기 차로 기적적인 반전이 없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졌다. 현재로서는 연승을 달리며 최하위를 탈출한 9위 NC의 추격이 더 신경 쓰이는 상황이다. 

롯데로서는 이제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경기 운영을 해야 할지 결정할 시점이 됐고 그 징후는 이미 나왔다. 롯데는 올 시즌 새롭게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를 웨이버 공시했다. 사실상의 방출이다.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 그를 영입한 타 구단이 나타날 리 만무한 상황에서 듀브론트의 올 시즌 KBO 리그 이력인 마침표를 찍게 됐다. 

올 시즌 듀브론트는 25경기 선발 등판에 6승 9패 4.92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그를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내세울 정도로 롯데의 기대치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불만족스러운 성적이다. 롯데는 듀브론트가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 두산으로 떠난 전 에이스 린드블럼을 대신할 카드로 영입했지만, 결과는 대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듀브론트는 좌완이라는 장점에 월드시리즈 마운드에도 올랐을 만큼의 화려한 이력을 지닌 투수였다. 하지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풀 타임 시즌을 올 시즌 처음 소화한다는 것이 변수였다. 롯데는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기간을 거친 그의 몸 상태를 확신했고 새로운 리그에서 부활을 기대하는 그의 동기부여 요소가 강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았다. 롯데는 린드블럼과의 계약이 무산된 지 얼마 안 돼 그의 영입을 발표했다. 에이스와의 계약 실패한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에이스를 대신하는 투수인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듀브론트에게 KBO 리그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시즌 시작이 앞당겨지면서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지 못했다. 부상 이후 첫 풀타임 시즌에 대한 부담이 있는 투수인 만큼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듀브론트는 개막전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구위나 제구 모든 면에서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준비가 안된 듀브론트는 결코 위협적이지 않았다. 듀브론트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보였고 롯데의 부진과 맞물리며 교체 압력이 높아졌다. 

교체 가능성을 점점 커지는 위기의 순간 듀브론트는 반등에 성공했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서 구위가 살아났고 제구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이닝 소화 능력도 향상됐다. 5월부터 에이스의 면모를 회복한 듀브론트는 7월까지 롯데 선발 투수진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였다. 

순항하던 듀브론트에게 다시 고비가 찾아온 건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이었다. 8월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듀브론트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내용도 급격히 나빠졌다. 이 시점에 아시안게임 휴식기는 그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9월 2번의 등판에서 듀브론트는 모두 초반에 무너지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겼다. 구위도 제구도 모두 문제였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충분한 휴식이 듀브론트에게 있었지만, 듀브론트는 좋았을 때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부상 이후 첫 풀타임 선발 투수로 나서는 것이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롯데는 몸과 마음이 모두 제 상태가 아닌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롯데는 2군에서 몸을 다시 만들었던 선발 투수 박세웅이 1군에 복귀하는 시점에 듀브론트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롯데로서는 순위 경쟁의 마지막 희망을 되살리려는 나름의 의지 표현이었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기도 한 결정이었다. 두산의 에이스로 우승 팀 에이스로 자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린드블럼의올 시즌 활약과 대조되면서 듀브론트의 쓸쓸한 퇴장은 롯데를 더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올 시즌 롯데는 나름 의욕적인 투자를 했지만, 실질적인 전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비효율적인 투자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듀브론트의 방출 역시 다르지 않다. 외국인 선수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듀브론트의 실패는 올 시즌 롯데의 실패와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듀브론트의 사례는 과거의 명성과 지명도가 결코 KBO 리그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yousl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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